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5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5일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총선에서는 지역구 후보 외에 지지하는 정당에도 투표한다. 이때 정당 투표로 결정되는 게 비례대표 의원이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따로 뽑았다. 즉 A당이 정당 투표에서 10%를 득표했다면, 이 당은 47석의 10%인 4~5석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받는다. 여기에 지역구 의석을 더하면 그 당이 얻은 총선 결과가 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따로따로 계산한다고 해서, 나란히 선다는 뜻의 ‘병립(竝立)형’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지역구에서 가장 많이 득표한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를 취하고 있다. 떨어진 사람을 찍은 표는 ‘사표(死票)’가 되는 구조다. 작은 정당들은 정당 투표에서 10%를 얻어도 오직 비례대표 47석 안에서 10%인 4~5석을 얻을 뿐이다. 지역구에서 양대 정당을 제치고 당선될 수 있는 정당은 많지 않다. 그 결과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그동안 번갈아 다수당이 되어왔다. ‘양당제’다.

사실 양당제가 좋은지, 다당제가 좋은지 정해진 답은 없다. 다만 그간 한국의 양당제가 비정규직이나 영세 자영업자의 이익, 차별금지법, 기후위기와 지방 소멸 같은 다양한 의제를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런데 한국 국회의원 수는 300명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1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왜 30석을 얻어선 안 되는가? 정당 지지율 30~40%인 양대 정당은 왜 90~120석이 아닌 그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가? 만약 정당 지지율이 의석수에 더 잘 반영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민심의 반영이 아닐까? 이렇게 해서 작은 정당 여럿이 의회에 들어갈 수 있다면, ‘다당제’하에서 좀 더 유의미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병립형’이 아닌 ‘연동형’ 선거제도가 2019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한마디로 비례대표 의석과 지역구 의석을 따로따로(병립)가 아니라 ‘연동’해서 계산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정당 투표에서 10% 지지율을 얻은 A당은 300석 정원의 10%인 30석을 배분받기로 한다. 이때 A당이 지역구에서 6석을 얻었다면, ‘자기 몫’에서 모자라는 의석은 24석이다. 그걸 다 채워주지는 않고, 절반인 12석만 비례 의석에서 나눠준다(절반만 채워준다는 의미에서 ‘준(準)연동형’이다). 이러면 A당 의석은 총 18석이 된다. 이때 각 당에 배분해주는 비례대표 의석이 지난 21대 국회에선 최대 30석이었다. 제도 초기인 만큼 배분할 의석이 30석을 넘어가도 30석까지만 배분하도록 했다.

지난 21대 총선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앞서의 A당은 지역구에서 6명을 당선시킬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정당이다. 이제 지역구에서 90명을 당선시키고 정당 투표에서 30%를 얻은 B당을 생각해보자. 300석의 30%는 90석이다. 이 당은 90석을 이미 지역구에서 얻었으니, 연동형으로 자기 몫보다 모자라는 만큼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지는 못한다. 대신 나머지 비례대표 의석 17석(47석-30석, 여전히 지역구와 별개로 계산하는 의석이라는 점에서 ‘병립형’ 의석이라 부른다)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5석 안팎을 기대할 수 있다. 그 결과 B당은 총 95석을 얻는다.

이제 B당은 억울해진다. 정당 투표에서 30%를 얻었는데 비례대표 의석을 5석밖에 못 얻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은 정당일수록 비례대표는 적게 가져가라는 게(따라서 정당 득표율을 더 많이 반영하라는 게) 연동형의 취지다. 그런데 만약 B당이 ‘비례대표 후보만 내는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정당 지지율 30% 중 3분의 1을 밖으로 떼어낼 수 있다면? ‘비례 B당’은 정당 지지율 10%에 해당하는 30석의 절반인 15석까지 연동형으로 배분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병립형 17석에서도 10%인 1석 안팎을 기대할 수 있다. 최대 16석짜리 정당이 새로 생긴다. 여기에 정당 지지율 20%를 받은 B당은, 병립형 의석 17석 중 3석 안팎도 얻을 수 있다. 두 당(B당+비례B당)을 합치면, B당은 지역구 90석에 비례대표 3석, 위성정당 비례대표 16석까지 총 109석을 얻는다. 위성정당을 안 만들 때보다 14석이 늘어난다(〈시사IN〉 제642호 ‘자유한국당이 한국 정치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기사 참조).

일종의 ‘제도 해킹’인데, 2020년 21대 총선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여러 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정치연대)이 2019년 선거법 개정안을 합의해 관철했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이에 반대하며 “이 선거법이 통과되면 우리는 곧바로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결성할 것이다”라고 경고했고, 실제로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민주당은 이를 비판하다가, 결국 자신도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이름의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여기에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등이 ‘열린민주당’이라는 이름의, 사실상 민주당의 자매 정당을 창당했다.

‘제도 해킹’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 효과가 어떠했는지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시뮬레이션한 결과가 위 〈그림〉이다. 이를 보면, 21대 총선 당시 양당 위성정당 전략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정의당으로 드러났다. 만약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 47석 전부를 준연동형으로 배분했다면, 지역구 1석을 얻고 정당 투표에서 10%를 얻은 정의당은 18석을 기대할 수 있었다. 역시 위성정당이 없고 최대 30석까지만 비례 배분을 받았어도 총 15석은 기대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정의당이 얻은 의석은 비례대표 5석과 지역구 1석을 합한 6석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준연동형 이전의 병립형 제도 때 의석과, 문자 그대로 차이가 없다. 위성정당은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민주당 계열 정당들에게는 약 13석의 ‘보너스’를, 정의당에게는 10석 가까운 ‘타격’을 줬다.

민주당은 지역구 163석,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17석을 합해 180석으로 국회에 입성했다(자매 정당인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3석을 합하면 민주당 계열 의석은 총 183석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스스로 만든 제도를 해킹했다는 비판에서 줄곧 자유롭지 못했다.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는 ‘비례대표 제도를 왜곡하는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했다.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이 아닌 종전의 ‘병립형’ 선거제로 돌아가자고 했고, 민주당은 태도가 불분명했다. 법적으로 총선 1년 전까지 선거 규칙을 확정해야 하지만, 법정 시한인 2023년 4월을 넘겼다. 그리고 2023년 11월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겠어요?”라고 말하면서 ‘준연동형’이 아닌 ‘병립형’ 제도로 돌아가려는 거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2월5일 이재명 대표는 광주 5·18 민주묘지 앞에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준연동제 안에서 승리의 길을 찾겠다”라고 준연동형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대표는 “정권심판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통합형 비례정당’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위성정당에 준하는 ‘준(準)위성정당’을 창당하게 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준연동형 아래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위성정당’이 아니라 ‘준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친(親)이재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들로만 만든다면 그냥 위성정당이겠지만, 군소 정당이나 시민단체와 함께 협력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종의 연합정당이다”라고 주장했다.

2019년 4월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서 회의실을 점거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들과 대치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2019년 4월2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서 회의실을 점거 중인 자유한국당 의원 및 보좌진들과 대치하고 있다.ⓒ시사IN 이명익

정치경제학자인 조석주 경희대 교수는 이 같은 해석을 두고 “정치체제 내에 굉장한 자기기만이 존재하는 것 같다”라고 평했다. “지난 총선을 돌아보자.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분명 163석을 얻었는데도,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마치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0석을 얻은 것처럼 비례의석 17석을 새로 가져갔다.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을 얻었는데도 역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통해 비례의석 19석을 따로 챙겼다. 소수 정당을 비례 앞쪽 순번에 넣어준다고 해서 위성정당이 아닌 게 아니다. 지역구 의석을 많이 얻은 정당이 해당 의석수를 카운팅하지 않고, 즉 없는 셈치고 비례를 가져가는 모든 형태의 정당은 위성정당이라 봐야 한다.”

앞서 지역구 의석 따로, 비례 의석 따로 의석수를 계산하는 제도가 ‘병립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만약 모든 정당이 저마다의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 의석을 지역구 의석과 무관하게 가져간다면, 이론상 병립형과 차이가 없어진다. 그런 점에서는 민주당의 이번 결정을 ‘병립형으로의 퇴행을 막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의 새 전략인 ‘야권 통합 비례정당’은, 어떤 면에서는 기존 병립형보다도 더 양당제 친화적일지도 모른다. 박원호 교수의 말이다. “(민주당이 몇 석이라도 지역구 후보를 낼 여력이 있는 정당들과) 비례대표를 연합 공천하게 되면, 그러한 연합이 지역구로도 흘러넘칠 수 있다. 이를테면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작은 표 차이로 민주당 후보가 이기고 있는 지역구의 경우, 민주당이 녹색정의당에게 후보를 공천하지 말라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는 거다. 이러면 비례대표뿐 아니라 지역구를 합한 총 의석수를 사실상 민주당이 정해주는 꼴이 된다. 선거 과정에서의 연합을 강제하는 기제로 연동형 제도를 전복시켜 사용한다는 점에서, ‘준위성정당’ 정도가 아니라 ‘하이퍼(hyper·초 超) 위성정당’이다.”

“준(準)위성정당 아닌 하이퍼 위성정당”

기존 병립형보다도 더 양당제적인 ‘하이퍼 위성정당’ 구상은, 그러나 놀랍게도 박수를 받았다. 불출마까지 내걸며 민주당 내에서 앞장서서 준연동형 유지를 주장해온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선거제 퇴행을 막을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탄희 의원은 지난해 11월15일까지만 해도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월28일에는 민주당 의원 75명이 기존 위성정당 방지법 종합판을 공동 발의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위성정당 방지법이 아닌 ‘준연동형 유지’ 자체에 방점이 찍히기 시작했다.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 야권 원로 인사들도 처음엔 위성정당 방지를 주문하다가 점차 준연동형 유지와 야권 통합비례정당 제안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해가 바뀌어 지난 1월26일 이탄희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79명은 야권 통합비례정당 논의에 민주당이 적극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비례정당이 위성정당임을 부정할 수 없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위성정당 방지법론을 뒤집는 입장 변화였다.

위성정당 방지법은 여러 갈래가 있다. 지역구 의석의 일정 비율 이상 후보를 낸 정당만이 비례대표 후보를 낼 수 있게 하는 안,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따로 낸 정당이 나중에 합당하면 국고보조금을 회수하는 안 등이다. 모두 위성정당의 출현 자체를 봉쇄하진 못해도, 만들 유인을 어느 정도 떨어뜨리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방지법에 합의해주지 않아서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쪽 정당이 반대하면 입법을 할 수가 없다(김영배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방지법에 협조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인위적인 다당제를 만드는 건 유권자들의 표심을 왜곡하는 거다(김상훈 국민의힘 정개특위 간사).”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1월31일 ‘국민의미래’라는 이름의 위성정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기까지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에 대한 정당방위로서 위성정당 창당이 불가피하다고도 주장한다(“칼을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별도로 법을 바꾸지 않아도 지역구에 후보를 내는 거대 양당이 비례대표 정당 목록에 정상적으로 이름을 올리기만 하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다는 점이다. 지금의 위성정당이 지역구와 별도로 비례 의석을 가져갈 수 있는 건, 두 정당이 자기 당 이름을 비례대표 명부에 올리지 않고 후보 공천도 하지 않는 현실이 용인되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이에 대해 앞서의 친명계 의원은 “비례 의석을 사실상 포기하란 얘기냐”라고 황당하다는 듯 반문했다.

“그거 포기하라고 만든 법이다.” 2019년 준연동형 선거제 통과에 깊이 관여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말했다. “지역구에서 의석을 많이 얻은 민주당은 비례 의석을 좀 손해 보지만, 민주당으로 표현되지 않는 다른 진보적 지지들도 의석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파가 장기적으로 다수파가 될 수 있다는 게 연동형 도입 취지였다. 지금의 ‘통합비례정당’은 당시 구상과 전혀 다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조응천 원칙과상식 의원 등이 2월9일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조응천 원칙과상식 의원 등이 2월9일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은 ‘민주·진보·개혁 선거연합 추진단’을 꾸리고 박홍근 전 원내대표를 단장으로 임명했다. ‘진보당’과 용혜인 의원이 속한 ‘새진보연합’은 일찌감치 여기에 참여를 선언했다. 박홍근 단장은 가칭 ‘조국 신당’에는 함께할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용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다가 기본소득당으로 되돌아갔다. 용혜인 의원이 속해 있는 기본소득당은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 민주당 자매 정당이던 열린민주당 잔류파와 함께 ‘새진보연합’을 꾸렸다. 야권 통합비례정당을 가장 먼저 제안한 용 의원은 “민주진보 진영이 선거가 끝나고 흩어지는 게 아니라 정책 과제를 합의해서 22대 국회에서 추진해갈 수 있다면, 위성정당을 넘어선 연합정치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한국진보연대·비상시국회의 대표자 등이 꾸린 시민사회 모임 ‘정치개혁과 연합정치를 위한 시민회의’도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후보를 내지는 않고, 의견 조율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과 녹색정의당의 선택

민주당과 함께 2019년 준연동형 선거제를 통과시켰지만 민주당마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의석이 크게 줄어들었던 정의당은, 2월15일 현재 통합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놓고 내부 이견을 조율 중이다. 20대 총선에서 정당 득표율 10%를 받았던 정의당의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인 1~3%를 오가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당 득표율이 최소 3%를 넘어야 의석 1석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 자칫 ‘원외 정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이에 정의당은 2월3일 녹색당과 선거연합 정당 ‘녹색정의당’을 만들었지만, 녹색당은 위성정당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 녹색당은 민주당 주도 위성정당에 참여할 경우 정의당과 연대를 파기할 방침이다. 심상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준연동형 유지 결정에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사실상 야권 위성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고 원내대표직을 사임했다. 원내 의원 중 장혜영·양경규 의원은 반대 입장을 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한 주에만 16~17명씩 시민사회 인사들이 찾아와 통합비례정당 참여를 설득하기도 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의당의 통합비례정당 참여 여부는 한국의 제3지대 구도를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다. 원래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민주당 계열 정당이 아닌 제3당의 원조 격은 정의당이었다. 만약 정의당이 민주당 우산 밑에서 의석 몇 석을 얻는 처지가 된다면, 민주당과 별도로 존재하는 진보정당의 필요성 자체가 의문시될 수 있다. 설 연휴 첫날인 2월9일 전격 합당을 선언한 개혁신당(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구 개혁신당·새로운미래·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은, 선거 캠페인과 총선 정책 결정권을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하다가 통합 11일 만인 2월20일 결별을 선언했다. 녹색정의당은 2월17일 민주당이 주도하는 위성정당에 비례대표를 내지 않는 대신, 정책 연합과 지역구 후보 연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제3지대는 크게 이준석의 개혁신당과 이낙연의 새로운미래, 녹색정의당으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2월21일 위성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가칭)’ 창당에 합의했다. 민주당과 진보당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울산 북구 지역구 후보를 윤종오 진보당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비례대표는 진보당이 3명, 새진보연합이 3명, 연합정치시민회의가 공모·심사를 거쳐 시민사회 몫의 ‘국민후보’ 4명, 민주당이 20명을 추천한다. 비례대표 순번은 국민후보를 시작으로 민주당과 진보당, 새진보연합 후보를 번갈아 배치한다.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용혜인 의원은 민주당 지역구에 출마할 경우 경선을 거쳐 단일화할 예정이다.

심상정(경기 고양갑) 녹색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는 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녹색정의당은 강은미(광주 서구을)·배진교(인천 남동을)·여영국(경남 창원성산) 등 전현직 의원 출마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단일화 협상을 추진한다.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별도로 챙기므로, 이번 총선에서도 양당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민주당 통합비례정당 논의 과정에 관여해온 한 관계자는 “개혁에는 시간이 걸린다.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이대로 회귀하면 연동형은 실패한 제도가 되고, 앞으로 적어도 한 세대는 다시 시도하지 못한다. 연동형의 씨앗을 남겨둬야 원내에서 연동형을 주장할 의원들이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고, 소외된 의제들이 대표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떨어지고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사회경제 정책 차별점이 흐릿해지는 가운데, 민주당발 통합비례정당이 한국 진보정당 20년 실험의 결과를 묻기 시작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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