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중앙정부 부처 가운데 유일한 여야 합의제 기구다. 위원회를 이끄는 상임위원 5명을 여권(대통령·여당 3명)과 야권(야당 2명)이 추천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무총리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않고(제3조), 위원들의 임기와 신분도 보장된다(제7·8조).
이는 언론 자유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방통위 기능의 핵심 중 하나는 언론 규제다. 신문은 특정 조건을 갖춰 등록하지만,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보도채널 등 방송은 방통위의 승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방송공사(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 및 감사,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사장과 이사, 감사의 임명에 대한 심의‧의결권도 방통위가 갖고 있다. 방송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주체가 다른 정부 부처와 같이 독임제로 운영되면, 언론 자유와 독립성을 해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밖에 방통위는 통신·인터넷과 관련한 시장 질서 감시 업무도 맡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방통위원장이 교체된다. 올해 초부터 대통령실 안팎에서 내정설이 돌았던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 지명돼(7월28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방통위원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방통위가 가진 영향력만큼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자인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정치적 편향성, 종편 재승인 관련 논란 등을 문제 삼아 면직한 만큼, 후임자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눈높이가 더 높아졌다.
고위공직 후보자의 전문성을 엿볼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그의 최근 이력이다. 후보자의 직업 또는 해오던 일이 임명되면 맡을 업무와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해당 산업과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두루 확인할 수 있다. 청문회를 위해 국회에 제출되는 후보자 인사청문 자료에도 직업·학력·경력에 대한 사항들이 가장 먼저 담긴다.
최근 3년간 근로소득 0원
이동관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근로소득이 ‘0원’이다.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은 배우자도 같은 기간 근로소득이 없었다. 경제활동이 없었다는 뜻이다. 다만 이 기간 부부 합산 소득은 5억원이 넘었다. 주식투자로 받은 배당소득이었다. 이 후보자는 배당소득으로 2022년 6820만원, 2021년 1억7011만원, 2020년 6085만원을 신고했다. 배우자도 배당소득으로 2022년 5570만원, 2021년 1억3921만원, 2020년 3980만원을 신고했다.
이동관 후보자 부부가 현재 가지고 있다고 신고한 주식 금액은 약 6억원. 5억원대 배당수익이 나올 수 없는 규모다. 인사청문안에 담길 재산 신고 전, 투자한 주식을 일부 정리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 후보자는 자신의 키움증권 위탁종합 계좌에 약 14억6895만원을 예치했다고 신고했다. 위탁종합 계좌는 주식투자를 위한 현금(예수금)을 넣어두는 주식매매 계좌로, 주식투자를 위한 ‘실탄’이다. 배우자는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위탁종합 계좌에 약 2억9547만원을 예치해놨다고 밝혔다. 이동관 후보자 측은 5억원대 배당수익에 대해 ‘중수익 중위험’ 외국 주식에 투자했다고 설명한다. 외국 주식을 대상으로 한 간접투자상품 ELS(연 20% 전후)에 여유자금을 투자해 수익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5억원대 투자수익의 재원인 ‘여유자금’ 역시 근로소득이 아닌, 아파트를 팔아 만든 돈으로 보인다. 인사청문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A 아파트를 2001년 매입했다. 5년간 실거주한 뒤 10년 동안 세를 줬다. 이 후보자 부부는 이사를 거듭했다. 그사이 A 아파트는 2010년 재건축이 추진됐고, 2019년 준공됐다. 이 후보자는 31억9000만원에 A 아파트를 매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얻은 시세차익은 25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A 아파트 매도 당시 이 후보자가 낸 양도소득세는 1억2000만원으로 신고됐다. 이 후보자 부부는 아파트 매입 이후 2019년 말과 2020년 초 골프장 회원권과 리조트 회원권을 매입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의 재건축 아파트 투자는 한 차례 더 있다. 그는 2016년 10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B 아파트를 매입했다. 1982년 12월에 지어진 아파트를 10억원에 매수했다. B 아파트도 재건축이 추진됐다. 이 재건축으로 이 후보자는 114㎡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고 있다. 재산 신고에서는 15억원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는 분양가격이다. 실제 B 아파트의 시세는 40억원대다.
이동관 후보자는 1985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해 도쿄 특파원을 거쳐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언론인 출신 인사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공보특별보좌역을 맡으며 정치에 입문했다. 2008~2009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 2009~2010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를 지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각각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려 했지만, 모두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 자료에 적은 〈동아일보〉와 청와대 외 근무 이력은, 2014~2015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총장과 2022년 5월~2023년 7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이다. 이 후보자의 이력은 대부분 방송·통신 분야와 관련이 없어,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을 검증하기가 어렵다.
이동관 후보자는 2021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선거캠프에서 미디어소통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선자 특별고문을 맡았다. 다만 이 이력들은 인사청문 자료에 담지 않았다. 야당에서 제기하는 ‘법적 결격사유’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법 제10조는 대통령직인수위 위원의 신분을 상실한 날부터 ‘3년 이상’이 지나야 방통위원장에 임명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았다.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과 위원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다. 대통령실은 “인수위원이 아닌 특별고문이라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이다.
언론 단체와 야당, 반발하는 이유
전문성이 불투명한 이동관 후보자는 정치적 편향성이 선명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언론 단체와 야당이 이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인선에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 장악 논란’이다.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을 지내는 동안, 당시 청와대는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을 동원해 언론계를 불법 사찰하고 공영방송사 경영진 교체를 주도했다.
〈시사IN〉이 2018년 입수해 처음 보도한 영포빌딩 이명박 청와대 문건에는 이러한 정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시사IN〉 제583호 ‘김 비서 바꾸듯이 KBS 사장 뽑았네’ 기사 참조). 문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2018년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2008년 KBS 사장 인선 당시에도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2008년 8월22일 “(이명박) 대통령께서도 그동안 ‘공영방송이 정권 편들라는 게 아니다. 오직 공정한 보도,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개입설을 부인했다. KBS 사장 인선을 두고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 정권 핵심 인사가 모여 회의를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이동관 당시 대변인은 모임은 사실이지만 그런 논의는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영포빌딩 문건을 보면 거짓 해명 정황이 들어 있다. 이명박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작성한 2008년 8월18일자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 문건에는 “가능하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신속히 (KBS) 후임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관심을 분산시켜야 할 것임” “KBS 문제가 YTN 등과 연계되는 등 정치 쟁점화되고 장기화될 경우엔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음”이라고 쓰여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을 임명해야 하는지도 문건에 담았다. “KBS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방송 전문가로 조직 장악력이 있는 비(非)정파적 인사를 물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친정권 이미지가 강한 인사의 임명은 강한 반발로 이어지면서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라고도 분석했다. 문건에는 KBS 사장에 이명박 캠프 출신 ‘김인규 카드’를 고집할 경우 “정연주 해임=대통령 측근 심기=방송 장악 음모라는 등식이 성립해 역풍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진단했다.
2008년 8월25일 작성된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 문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국정지표 4차 여론조사(08. 08) 결과 보고 요약’)에도 ‘KBS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주간 정국분석 및 전망’ 문건에선 “BH(청와대)는 추가 대응을 일절 자제하고 여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라고 분석하며 “여당이 전면에 나서서 ‘KBS 사장 선임 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KBS에 오래 근무한 인사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을 강조해야”라는 여당을 향한 주문도 담았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실이 2008년 3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정권에 비판적인 〈조선일보〉 기사를 모아 관리해온 문건도 확인된다. ‘조선일보 문제 보도’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문건에는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담긴 일반 기사와 칼럼 176건이 정리돼 있다. 대변인실이 정부나 청와대 관련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통상 업무에 속하지만, ‘문제 보도’로 관리한 것은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동관 후보자의 언론관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2017년 국정원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MBC 방송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국정원이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한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방송사 지방선거 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 방안’ 등 문건이 이동관 후보자가 홍보수석을 맡은 시기에 집중 생산됐으며, 모두 방송사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수사 지휘자도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이동관 후보자는 8월1일 경기 과천시 한 오피스텔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처음 출근하면서, 언론 장악 논란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나는 20여 년 언론계에 종사했던 언론인 출신이고, 자유민주 헌정 질서에서 언론 자유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언론은 장악될 수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다만 자유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무책임한 가짜 뉴스, 특정 진영 주장 전달은 언론의 본 영역에서 이탈한 것이다. 선전과 선동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공산당의 신문이나 방송을 우리는 언론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주장을 전달하기 때문에 기관지라고 부른다. 언론 자유를 누리는 언론은 책임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 이후 ‘공산당 기관지 같은 언론이 있다는 건가’ ‘어디가 그런 언론인가’라는 질문에는 “그것은 국민들이 판단하시고 본인들이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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