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특보는 6월8일 아들 학폭 논란이 거세지자 입장문을 내고 적극 해명했다.ⓒ연합뉴스

지난 5월 말, 대통령실 소속 한 고위 관계자 인사‘설’이 ‘유력’ ‘임박’ 수식어를 달았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지명도 없었지만 정치권에서 날 선 목소리가 쏟아졌다.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었다. 과거 그의 행적과 발언이 재조명되면서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설’만으로도 비판과 논란의 중심에 선 대통령실 소속 고위 관계자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대외협력특보)이다. 대통령 특보는 장관급으로, 대통령의 핵심 참모진인 수석(차관급) 6명보다 위상이 높다. ‘이동관 특보 내정설’이 거론된 자리는 방송통신위원장직. 장관급 대우를 받는 자리다.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관련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2015년 수면 위로 떠올랐던 하나고등학교(하나고) 학폭 은폐 의혹이다. 수년 전 불거졌던 의혹이고, 당시에도 논란이 됐지만 지금까지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야당도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를 강행할 경우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일찌감치 예고했다. 이 특보는 입장문을 내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의혹은 과장되었으며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입장문에서 사실관계가 다른 지점이 발견됐고 여전히 남는 의문점도 있다.

2015년 8월26일 서울시의회는 ‘제2차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열었다. 하나고 설립 과정에서(2010년 개교) 각종 비리와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자리(〈시사IN〉 제417호 ‘스펙 아깝죠? 우회로로 쓰세요’ 기사 참조)였다. 이날 작성된 회의록을 보면, 서울시의회 특위는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학교 관계자 및 하나고 설립 관련 업무에 참여한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 및 은폐 의혹이었다.

특위를 통해 외부로 드러난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은 2011년 초부터 시작됐다. 1년이 지난 2012년 피해 학생들이 쓴 진술서에는 “(이 특보 아들이) 복싱·헬스를 배운 뒤 연습을 한다며 침대에 눕혀서 밟았다” “친구가 (이 특보 아들을) 피해 다니자 왜 피해 다니냐며 친구 머리를 책상에 300번 부딪히게 했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학교 소속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장은 학폭 사실을 신고받거나 보고받은 경우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반드시 소집해야 한다. 당시 하나고는 피해 학생들이 일부 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면서 이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을 인지했지만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다. 이 특보 아들이 전학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하나고의 학폭위 개최 의사 결정 과정에 ‘고위공직자(이동관 특보) 출신 인사의 자녀라는 사실’이 개입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학폭 사건이 학교 내부에서 문제 제기된 직후 그가 김승유 하나고 초대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2015년 9월, 서울시교육청은 하나고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학폭위를 열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당시 교감(학폭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016년 11월 교감을 ‘혐의 없음’ 처리했다. 검찰 처분으로 일단락된 하나고 학폭 사건은 올해 이동관 특보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나오면서 7년 만에 재점화됐다.

■ 피해자는 최소 4명, 화해는 1명?

논란이 거세지자 이동관 특보는 6월8일 입장문을 냈다. 그는 입장문에서 “알려진 학폭 행태는 사실과 동떨어진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밝혔다. 2011년 아들과 친구 A씨 사이 물리적 다툼이 있었지만 일방적 가해는 아니었고 당사자 간 사과와 화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피해 학생 A로 보이는 인물도 최근 언론에 입장문을 보내 “(이 특보 아들에게) 사과를 받고 1학년 1학기에 화해했다. 올해 4월에도 만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자신을 학폭 피해자로 분류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2016년 11월 검찰 불기소 결정서.

이동관 특보가 낸 입장문에 등장하는 아들의 학폭 피해 학생은 한 명. 언론에 입장문을 보낸 A씨다. 그런데 2012년 피해 학생들이 작성한 진술서는 두 건이다. A씨 외에 다른 한 명이 더 있다. 진술서에는 이런 내용도 담겨 있다. “친구 B와 나를 같이 불러, 나보고 ‘친구를 때리라’고 하고 때리지 않으면 나를 때렸다” “나와 C를 부하로 생각하는 듯한데, 자꾸 불러 무언가를 하라고 시켰다. 종종 도가 지나치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시켜놓고 우리가 하지 않으면 때리고, 목이나 머리를 잡고 흔드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진술서를 작성한 학생 2명과 진술서 속 ‘친구들’의 사례까지 모아보면 당시 피해 학생은 최소 4명으로 추정된다. A씨도 입장문에서 다른 ‘피해 학생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 말미에 이렇게 썼다. “본인의 개인적 입장을 글로 작성한 것입니다. 다른 피해 학생들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동관 특보는 입장문을 낸 A씨 외에는 다른 피해 학생들과 화해 또는 합의 여부 등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외부에 공개된 진술서는 서명 및 날짜가 없어 효력이 없고, 원본도 아닌 ‘사본’이라는 것이다. 다만 입장문에는 진술서 내용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설명은 없다.

■ 학폭 사건, 법과 원칙 따랐나

당시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됐는지 여부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학폭위 개최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로 규정돼 있다. 2015년 서울시교육청의 하나고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학생은 2012년 3월 교사와 학폭 문제를 상담했다. 이후 해당 교사는 학폭 사실을 학교에 보고했지만 학폭위 개최 없이 담임 자체 종결 사항으로 처리됐다. 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 특보는 입장문에서 법 위반 지적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대신 ‘가해 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해 화해를 요청하고, 피해 학생이 응하는 경우’ 담임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다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의 ‘학교폭력 사안 대응기본지침(가이드북)’을 따랐다고 밝혔다.

이 주장의 배경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를 통해 확인된다. 〈시사IN〉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6년 11월 검찰 불기소 결정서(서울서부지검)를 보면, 교육부에서 발간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이 검찰의 무혐의 처분 핵심 근거였다. 이 특보와 검찰이 표기를 다르게 했지만 같은 가이드북이다. 검찰은 결정서에서 “(교육부) 가이드북에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담임교사가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의 경우에는 학폭위를 반드시 개최할 필요는 없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라고 밝혔다.

2015년 8월26일 서울시의회 특위에 증인으로 출석한 하나고 교장 증언.

그런데 가이드북은 학폭위 없이 담임교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으로 ‘가해 행위로 피해 학생에게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 피해가 있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어야 한다’라는 점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당시 검찰 해석이 피해 학생들의 피해 사실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진술서가 작성돼, 외부에 공개까지 된 상황이었던 만큼 가이드북이 제시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학폭예방법은 법률이고, 교육부 가이드북은 행정규칙이다. 법률은 행정규칙보다 상위에 있다. 검찰이 행정규칙을 ‘혐의 없음’의 근거로 삼은 점도 논란거리다.

교육부 가이드북 외에 검찰 불기소 처분서에 기록돼 있는 처분 근거는, 당시 학폭 사건을 자체 종결 처리한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담임교사’(현재 하나고 교장)의 진술뿐이었다. 피해 학생들 또는 진술서를 받은 교사의 진술 등에 대한 설명, 또는 이들을 조사했다는 기록은 없었다. 검찰 판단에 학폭 사건을 “가해 학생이 잘못을 인정했고 피해 학생과 화해했다”라는 당시 담임교사의 주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15년 하나고 특별감사보고서를 통해 “이 사건은 1학년 때(2011년) 가해 학생(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으로 힘든 상황에 처한 피해 학생들이 고민 끝에 상담을 신청하게 된 사항이다. ‘가해 학생이 즉시 잘못을 인정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서로 자치위(학폭위)를 통한 문제 해결을 원치 않는다 했을지라도 자치위 개최 여부를 이것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며 검찰에 고발했다.

2010년 개교 이후부터 최근까지 하나고에서 학폭위는 총 5차례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IN〉이 장경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하나고 2012학년도 이후 학교폭력 현황’ 자료를 보면, 하나고의 첫 학폭위는 2015년 12월15일 열렸다. 2017년 두 차례, 2019년과 2020년 각각 한 차례씩 열렸다고 하나고는 밝혔다. 이동관 특보 아들 학폭 사건이 외부에 알려져 서울시교육청이 하나고 특별감사에 착수하고,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한 직후다.

학폭위 심의 결과 학교는 가해 학생들에게 1호, 3호, 6호, 8호 등 조치를 내렸다. 학폭위에서 내리는 처분에는 1호부터 9호까지 있다. 1호는 서면 사과, 2호는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3호는 학교 내 봉사, 4호는 사회봉사 처분이다. 5호는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교육, 6호는 출석정지, 7호는 학급교체, 8호는 전학, 9호는 퇴학이다.

그런데 하나고가 장경태 의원실에 보낸 자료는 과거 하나고 측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언한 내용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9월 21일 서울시교육청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그러면 학폭위를 만약에 열어서 그 학폭위에서 가장 센 결정을 한다고 그러면 징계 내용이 무엇입니까?”라는 김회선 당시 새누리당 위원의 질문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철화 하나고 교감은 “아마 저희들이 학폭위를 만약에 열었다면 징계를 안 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지금까지 학폭위를 사안이 있어서 연 경우가 다섯 번이 있습니다. 처벌한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2015년 이전에 이미 학폭위를 5차례 열었다는 뜻이다. 장경태 의원실이 하나고 측에 재차 확인하자, 하나고 관계자는 “2015년 이전 5차례 학폭위가 열린 건 맞지만 사안이 미미해 답변 자료에 포함하지 않았다”라고 뒤늦게 답했다.

■ 학폭위 대신 (개최 안 된) 선도위?

이 특보는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지만 아들이 학교로부터 징계성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입장문에서 “당시 학교 선도위원회 결정으로 자녀에 대해 학기 중 전학 조치가 내려졌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7조(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에 따르면, 전학은 9단계 징계 중 8단계로 가장 무거운 ‘퇴학’ 처분보다 한 단계 낮은 중징계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고 측은 최근 장경태 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2012년 이동관 특보 아들에 대한 선도위원회가 개최된 사실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 특보 측 주장대로라면, 열리지도 않은 선도위로부터 징계성 조치를 받았다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해 이 특보 측은 “2015년 서울시의회 특위 회의록을 참고했다”라고 밝혔다.

2015년 8월26일 서울시의회 회의록을 보면 ‘선도위 권고 전학’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당시 하나고 교장의 증언에서 나온다.

“문제가 하도 부각이 돼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알아본 결과 (이 특보 아들은) 권투반에 참여했던 학생으로, 한창 자라는 아이였다. 권투하는 시간 이외에도 아이들에게 툭탁거리는 일을 했다고 한다. 본인은 장난으로 했겠지만 상대방 학생들은 피해를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그래서 선도위원회에서 권고 전학을 하기로 했는데, 하나고등학교는 커리큘럼이 대학교처럼 전부 자기가 선택하는 방식이라 다른 학교와 시간표가 다르다. 만약 학기 중간에 전학 가게 되면 학생(이 특보 아들)이 굉장히 불이익을 당한다. 본인과 학부모가 1학기를 마치고 전학 가게 해달라고 했지만 학기 중간에 전학을 가게 됐다고 들었다. 학생이 잘못했다 하더라도 학생의 장래를 생각했다면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서 학기를 마치고 전학 가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당시 하나고 교장).”

당시 교장은 증언 과정에서 ‘선생님들에게 알아본 결과’라거나 ‘들었다’라고 언급한다. 증언을 뒷받침할 근거자료는 특위에 제시하지 않았다. 이 특보가 자신의 아들이 받은 학교 측 처분을, 서울시의회 특위 회의록 속 ‘전언’을 토대로 해명한 것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2015년 이 사건을 문제 제기한 전경원 교사는 〈시사IN〉에 “가해 학생(이 특보 아들)의 전학은 학교 측 처분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학교의 조치가 있었다면 (이 특보 측이) 해당 처분 서류를 공개하면 될 일이다”라고 말했다.

■ 이 특보는 아들 사건에 개입했을까

학폭위 개최 없이 이 특보의 아들 전학으로 마무리된 사건은 이 특보가 개입된 은폐 의혹으로도 연결된다. 이 특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변인으로 시작해 홍보수석과 언론특보를 지내며 친이명박계 중에서도 최측근으로 불린다. 아들 학폭 은폐 의혹이 큰 논란으로 번진 것은 이 때문이다.

이 특보는 입장문에서 ‘2012년 초 아들의 학폭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공직을 떠나 민간인 신분이었다’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2011년 말 청와대를 나왔다. 입장문에서 밝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이 특보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2012년 4월11일)를 앞두고 친이명박계의 지원을 받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 서울 종로구 경선 후보로 나섰다. 그는 결과적으로 친박근혜계 좌장인 홍사덕 전 의원에게 밀려 출마하지 못했지만, 2012년 3월 초까지 당내 경선 후보자로서 적극 입장을 내고 언론 인터뷰 등을 했다.

이 특보 아들은 학교 내부에서 학폭 사건이 불거진 이후인 2012년 5월, 서울 강남의 다른 일반고로 전학했다. 이후 학교생활기록부 평가가 반영되는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학폭위가 열렸다면 관련된 조치가 이 특보 아들 학생부에 기록됐을 수 있다. 이 경우 대학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 특보는 입장문을 통해 김승유 당시 하나학원 이사장에게 아들의 학폭 문제로 전화 통화를 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이 특보는 기자 시절부터 김 전 이사장과 인연이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다. 이 전 대통령의 금융권 최측근으로 불렸다. 2007년 고려대 경영대 교우회 회장을 지내면서 이 전 대통령 대선을 조용히 돕기도 했다. 학폭 사건과 2012년 당시 이 특보, 아들의 사정 등을 종합하면 김 전 이사장과의 전화 통화는 각종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다.

김승유 전 하나고 이사장(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연합뉴스

이 특보는 입장문에서 “‘잘 봐달라’는 취지가 아니라 상황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문의에 불과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입장문 속 다른 항목에서 이미 자신의 배우자가 학교에 방문해 담임교사와 아들 학폭 문제로 상담했다고 밝혔고, 이 자리에서 전학 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상황 파악을 위한 문의라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가 알았다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정부가 알고도 인사를 밀어붙인 거라면 하루도 안 돼 철회했을 리가 없습니다. 저도 학폭 피해자에 대해 굉장히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일로 (피해자) 아픔이 회고돼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2023년 3월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지난 3월 말,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하루 만에 낙마했다. 아들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였다.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는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이 추천하고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1차 검증,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2차 검증한다. 법무부와 대통령실 모두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폭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 아들 사건은 이미 2018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학폭 가해 학생 아버지가 고위직 검사로 확인됐다’는 취지의 익명 보도였지만, 정부의 인사검증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결국 지명이 철회됐다.

2개월여 뒤인 5월 말, 이동관 특보를 계기로 다시 고위공직자 인선 과정에서 자녀 학폭 사건 논란이 불거졌다. 이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도 2015년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정순신 변호사와 달리 이동관 특보의 실명이 당시 신문 지면과 방송에 실렸고, 최근까지도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명확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동관 특보 입장문을 종합하면, 이 특보는 정순신 변호사 논란과 다르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다. 정 변호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자녀 사건에 대한 개입 여부였다. 정 변호사는 검찰에 근무하며 아들의 학폭 사건과 관련해 소송전을 벌여 학교의 징계 처분을 미루려 하는 등 적극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을 받았다.

이 특보는 아들을 둘러싼 논란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의혹은 전부 부인했다. 입장문에선 특히 학교를 상대로 한 ‘외압’은 없었고 학교 측 처분(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난 선도위 전학 권고)에 성실히 따랐다는 점 등에 집중적으로 힘을 실었다. “어떤 부모도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 앞에서는 ‘을 중의 을’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스스로를 낮추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이러한 이 특보 측 설명에 힘을 싣고 정 변호사 논란과는 다르다고 판단해 단수 후보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태 의원은 “이동관 특보 해명에 모순이 있고 사실과 다른 점이 있는 게 드러났다. 이 특보 아들 학폭의 본질은 피해 학생들이 학폭 사실을 알렸어도 묵살되고 1년여가 지나 학교에서 공식화됐는데도 어떠한 절차도 없이 전학을 간 것이다. 이 특보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어서 정순신 변호사 논란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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