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이 불거졌던 2012년, 하나고등학교가 ‘장난감 총으로 위협’하거나 ‘뒤통수를 때렸다’는 이유로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하나고는 이동관 특보의 아들의 학폭 사실을 인지했지만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고 이 특보 아들을 전학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아들이 전학하는 과정에 이 특보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시사IN〉이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2학년도 이후 하나고 학생 대상 학교폭력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 11월29일 하나고는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을 향해 ‘장난감 총 등으로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이유로 학폭위를 개최했다. 2012년 12월20일에는 ‘신체가 작다고 놀리자 주먹으로 뒤통수를 때린’ 일로 학폭위가 열렸다.
두 사건은 ‘조치 없음’ 처리됐다. 하나고는 “‘조치 없음’의 경우 사안의 심각성이 중대하지 않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 이전에 상호 간에 사과와 용서, 화해와 처벌 불원 등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밝혔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사이에 화해와 용서 등이 있었지만 학폭위는 개최했고, 심의에 반영해 ‘조치 없음’으로 종결했다는 뜻이다.
2012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하나고는 학폭위를 총 14차례 개최했다. 앞서의 2012년 2차례, 2014년 2차례, 2015년 3차례, 2016년 1차례, 2017년 4차례, 2019년과 2020년 각각 1차례씩이다. 하나고는 ‘감정 섞인 말, 째려보는 것 등으로 정서적 폭력을 당한’ 사건, ‘사소한 말다툼으로 인해 감정이 상해 주먹으로 때린’ 사례 등도 모두 학폭위를 열어 심의했다.
하나고는 2012년 초 이 특보 아들의 학폭 사건을 인지했다. 당시 학교에 피해 사실을 알린 학생들이 작성한 진술서에는 이 특보 아들이 2011년부터 2012년 초까지 복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물리적 폭력 행위를 벌였다는 구체적 내용과 함께, 강력한 처벌을 바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복싱·헬스를 배운 후 연습을 한다며 제 팔과 옆구리 부분을 수차례 강타하였고, 침대에 눕혀서 밟았다.”
“이유 없이 1주일에 2~3회 꼴로 때렸으며 식당에서 잘못 때려 명치를 맞기도 했다."
“친구가 공부에 방해된다며 피해 다니자, 책상에 머리를 300번 부딪히게 하는 등의 행위를 했다.”
“(이 특보 아들이) 나보고 친구를 때리라고 시켰다. 그래서 친구를 살짝 때렸는데 약하게 때렸다고 내가 대신 맞으라고 해서 주먹으로 팔뚝을 맞았다.”
“(학교 대신) 친구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전에 충돌을 방지해 주고 있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장 득이 될 만한 처벌 강도를 통해 처리해 주셨으면 좋겠다.”
2015년 서울시교육청의 하나고 특별감사에 따르면, 이 특보 아들로부터 학폭 피해를 받은 학생은 2012년 초 교사와 상담했고 교사가 학폭 내용을 학교에 보고했지만 학폭위는 열리지 않았다. 담임 자체 종결 사항으로 처리됐다. 이후 이 특보 아들이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이동관 특보는 6월8일 낸 입장문에서 “아들이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서로 화해했다”라며 “(학폭위 대신) 학교 선도위원회(선도위)가 열렸고, 가장 무거운 ‘퇴학’ 처분보다 한 단계 낮은 ‘전학’ 권고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불이익을 감내하고 학교의 전학 처분을 전적으로 수용했다”라고 주장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예방법)에 따르면,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신고 받거나 보고받은 경우’ 학폭위를 소집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나고가 2012년 11월과 12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사이 화해와 용서가 있어 ‘조치 없음’ 처리를 하면서도 학폭위를 개최한 것은 학폭예방법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이 특보 아들은 학폭위를 거치지 않고 2012년 5월 다른 일반고로 전학했다. 이후 학교생활기록부 평가가 반영되는 수시 전형으로 명문 대학에 입학했다. 만약 학폭위가 법에 따라 열려 조치가 이뤄졌다면, 이 특보 아들 학생부에 기록됐을 수도 있고 대학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하나고는 이 특보 아들에 대해서만 에외를 뒀다. 그런 만큼 이 특보가 6월8일 입장문에서 밝힌 ‘불이익’이라는 주장은 ‘특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특보의 ‘불이익 감수’ 해명의 근거는 과거 하나고 당시 교감의 국회 국정감사 발언이다. 2015년 9월21일 서울시교육청 국회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정철화 당시 하나고 교감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회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위원이 “(이동관 특보 아들 학폭 사건에 대해) 학폭위를 만약에 열어서 그 학폭위에서 가장 센 결정을 한다고 그러면 징계 내용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정철화 당시 하나고 교감은 “아마 저희들이 학폭위를 만약에 열었다면 징계를 안 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이 지금까지 학폭위를 사안이 있어서 연 경우가 다섯 번이 있습니다. 처벌한 일이 한 번도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의 하나고 2012년 이후 학폭위 개최 현황 자료 속 학폭위 사안을 보면, 당시 하나고는 ‘사소한 다툼’과 ‘위협적인 태도’에도 학폭위를 열었다. 이 특보 아들 사건의 피해 사실 수위와 큰 차이가 난다. 당시 하나고 교감의 증언대로 ‘(이 특보 아들에 대해) 학폭위를 열었어도 징계를 안 했을 것’인지는 의문이다. 또한 국회 국정감사(2015년 9월) 이전 학폭위는 당시 교감이 밝힌 5차례가 아닌 총 6차례였다.
앞서 이 특보의 ‘학교 선도위 전학 권고’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나고 측은 장경태 민주당 의원실 질의에 “2012년 이 특보 아들에 대한 선도위가 개최된 사실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 특보 해명에 따르면, 열리지도 않은 선도위 권고에 따라 아들이 전학했다는 뜻이 된다. 이 때문에 거짓 해명 논란이 불거졌다.
장경태 의원은 "과거 학교 관계자 증언을 바탕으로 한 이동관 특보 해명이 거짓임이 또 다시 드러나면서 거짓 해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라며 "이동관 특보 아들만 법을 피해가며 형평성에도 어긋난 조치에 대해 남의 말을 빌릴 것이 아니라 본인의 공식 해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학폭위가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조치를 결정하기 시작한 건 2015년 12월15일 사건 이후부터다. 이동관 특보 아들 학폭 사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하나고 특별 감사에 착수하고,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검찰에 고발한 직후(2015년 11월)다. 2015년 12월 이전까지의 학폭 사건들은 모두 ‘조치 없음’ 처리했다. 현재 이동관 특보는 방송통신위원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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