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최민석씨의 유골함과 물건들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시사IN 박미소

2022년 10월29일 토요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뉴스를 보던 그때를 기억한다. 이태원, 핼러윈, 심정지…. 난데없는 그런 단어들을 포털에서 보고 바로 방송사 생중계 채널에 접속했다. 무슨 일인지 파악하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그날 밤에 받았던 충격은 생생한데, 희생자들 가족의 지금 모습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가도 되는 것일까. 5월16일이면 참사 이후 200일이다.

이재현 군(16)의 어머니 송해진씨는 아들과 예전에 함께 살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그곳이라면 아들이 찾아올 수 있겠다 싶어서. 조경철씨(28)의 누나 조경미씨는 외출할 때마다 동생 방에 오로라 조명을 켠다. 먼저 떠난 동생이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정주희씨(31)의 어머니 이효숙씨는 요즘도 무의식적으로 딸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음만 울리고, 종료 버튼을 누른다.

최민석씨(20)의 어머니 김희정씨는 너무 그리우면 아들이 쓰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간호사를 꿈꾸던 아들이 공부하던 책상에 이제 엄마가 앉아 있다. 박가영씨(21)의 어머니 최선미씨는 참사 이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 딸 자취방에 있던 물건을 버렸다. 이제는 딸이 쓰던 바셀린, 청소기 먼지 통에 남아 있는 머리카락을 버리지 못한다. 힘들 때면 딸이 덮던 분홍색 이불을 끌어안는다. 박현진씨(30)의 어머니 이옥수씨는 평소 필요 없는 것은 정리하라고 딸에게 잔소리를 했단다. 그런데 지금은 딸이 쓰던 회색 칫솔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욕실에 남겨두었다. 다른 가족들도 주인 잃은 방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었다. 

박미소 사진기자가 한 달 동안 희생자 여섯 명의 가족을 만나 그들이 남긴 유품과 ‘남은 방’을 취재했다. 위는 이번 호 ‘포토IN’에 실린 내용이다. 박 기자의 사진과 글을 보다가 몇 번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이 여섯 편의 사진·글 기사는 5월16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온라인판 기사로도 읽어주셨으면 한다. 지면에 담지 못한 사진 여러 장을 더 실었다. 평범해 보이는 물건에 가족의 200일이 담겨 있다. 기사를 읽다가, ‘200일이 지났지만 무엇이 달라졌지’ 하다가, ‘이번 이태원 관련 기사도 폭력적인 댓글을 막으려면 댓글창을 닫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이 말이 떠올랐다. 사회는 그리고 국가는 왜 이렇게 모진가. 이태원 참사 200일이 다가오는데, 왜 이런 말을 떠올려야 하는가.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기자명 차형석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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