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29일 밤 구급대원들이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거리에서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시사IN 조남진

“책임은 용산에 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내린 결론이다. 용산경찰서와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등 이태원동 일대를 관할하는 지역단위 기관에 법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의 책임은 끝내 규명하지 못한 채 공을 검찰에 넘겼다.

이태원 참사 발생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1일, 경찰은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띄웠다. 초동수사를 담당하던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소속 특수본으로 전환하고 총 501명을 투입했다. 202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 수사 이후 최대 규모였다. 경찰청은 특수본이 상급자의 지휘와 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 수사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제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각오로 진상규명에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동시에 15명 규모의 별도 감찰팀을 구성해 내부 감찰에도 착수했다.

특수본 출범 당일 모든 시선이 경찰에 쏠려 있었다. 이날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접수된 신고 11건과 그 내용이 국회를 통해 공개됐다. 당시 경찰이 초기 4건만 현장에 출동해 조치하는 데 그치고, 긴급 출동이 필요한 코드 0·코드 1로 분류된 신고 8건 중 1건만 출동한 사실 등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 안팎에서 이태원 참사는 ‘주최 없는 핼러윈 행사’로, ‘정부 당국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과정에서 경찰 책임론이 거세게 불었다.

28명 입건, 11명 검찰 송치

경찰이 국회에 112 신고 대처 부실을 알리고 선제적으로 내역을 공개한 것을 두고 두 가지 해석이 나왔다. 속도감 있는 대응을 통해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먼저 나왔다.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국회에서 공개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만큼 조직 차원에서 자료를 우선 공개하고, 진상규명의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는 것이다.

수사 방향이 미리 정해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112 신고 사건은 서울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이하 112상황실)이 접수하고 관할 경찰서에 지령을 내리는 구조다.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서울청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수사본부를 해체하고, 신고 내역을 참사 발생 사흘 뒤에야 공개한 점은 사실상 희생양 또는 책임 소재의 끝을 찾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왔다. 가뜩이나 사고 책임의 한 축으로 분류된 경찰이 ‘셀프 수사’를 한다는 우려가 나온 상황이었다.

3개월여 흐른 1월13일,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앞서 1월4일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 수사 종결을 예고했다. 설 연휴 전 수사가 끝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특수본이 먼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당시 특수본은 경찰·소방·구청 관계자 등 총 28명을 입건하고 11명을 검찰에 송치한 상황이었다. 각 기관과 실무자들이 공모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과실이 모여 참사가 발생했다는 ‘공동정범’ 논리를 구성했다. 연루된 기관 및 인원을 보면 경찰 수사에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수사 내용을 뜯어보면 ‘용두사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본이 검찰에 송치한 주요 피의자들과 송치 예정인 피의자들은 모두 용산 지역단위 기관 실무진들이다. 참사의 1차 책임자로 지목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 등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용산경찰서 관계자 4명, 핼러윈 축제 관련 사전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 용산서 직원,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이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경찰 특수본 수사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서 멈췄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 상급 기관장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 냈다. 특수본의 수사 칼날이 위로 향하지 못하고 옆으로만 뻗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약칭 재난안전법)상 상급 기관장 등에 대해 구체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은 재난안전관리 체계와 관련해 중앙행정기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 등 3단계로 설정돼 있다. 행정안전부 등 중앙행정기관은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광역자치단체는 ‘시도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기초자치단체는 ‘시군구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태원동의 재난안전관리 기본계획의 경우 기초자치단체인 용산구청의 몫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는 구체적 의무가 없다는 게 특수본 결론이다. 재난에 대한 1차적 응급조치 책임이 기초자치단체에 구체적으로 부여돼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특수본은 이상민 장관과 오세훈 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도 적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는 사고를 예견하지 못했거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입증된다. 현장 관계자, 실무자 등에게 직접 적용되지만 ‘윗선’으로 분류되는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장에게도 적용하려면 참사와 관련한 인과관계가 촘촘하게 입증돼야 한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업무상과실치사상 책임은 구체적인 주의 의무와 예견 가능성, 회피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상위 기관으로 갈수록 주의 의무의 구체성과 직접성이 덜하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사전에 이태원 핼러윈과 관련한 서울청 자체 대책 보고와 정보분석 보고를 받았다. 용산서로부터 받은 보고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우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하지 않아 책임이 없다고도 특수본은 판단했다. 2021년 7월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서 국가경찰 사무는 경찰청장, 수사 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 자치경찰 사무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감독하게 됐다. 핼러윈 참사 예방의 경우 생활안전, 교통·경비와 관련한 업무로 자치경찰 사무에 속한다.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이 자치경찰 사무를 지휘하거나 감독할 의무는 없다”라고 말했다.

1월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참석한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앞줄 왼쪽부터).ⓒ시사IN 신선영

실무자만 수사한 특수본

특수본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꼬리 자르기’ ‘셀프 수사’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리 해석을 통한 결정이지만, ‘윗선 수사’는 결과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모양새다. 앞서 특수본은 출범 이튿날 곧바로 서울경찰청 112상황실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이태원역 다산콜센터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도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경찰청은 제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집무실 압수수색은 특수본 출범 일주일 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청 압수수색은 출범 16일 뒤에 이뤄졌다. 이때 장관과 시장의 집무실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소방노조로부터 직무유기·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된 이상민 장관과 오세훈 시장, 윤희근 청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수사의 질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수본 수사 초기 한 축은 음모론 규명이었다. ‘토끼 머리띠’ 남성이 고의로 사람들을 밀었다는 의혹, ‘각시탈’을 쓴 남성 두 명이 미끄러운 액체를 뿌려 사고를 유발했다는 의혹 등이다. 철저한 진상규명 차원에서 모든 음모론의 진위를 확인한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지만 초반 수사력이 다른 곳에 분산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특수본이 처음 입건한 6명 중 2명은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과 전 정보계장으로, 참사 후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은 경찰들이었다. 증거인멸 의혹은 참사 원인 규명이라는 특수본 수사의 본류에서 벗어나 있다.

실무자에게 집중된 수사에도 지적이 나온다. 특수본 출범 한 달이 지날 때까지도 원인과 관련한 피의자 중 단 한 명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5일 법원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을 핵심 피의자로 분류하고 있었다. 늦어진 현장 대응과 상부 보고로 피해를 막지 못한 책임 때문이다. 이 전 서장과 같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다수인 만큼 다른 피의자의 혐의 입증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 구속영장 기각으로 미리 세워둔 중간수사 결과 발표 계획을 건너뛰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혐의 없음’ 핵심 사유인 자치경찰제에 대해선 특수본이 허점을 알고서도 적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동안 자치경찰은 제도 시행 이후 복잡하게 조직이 구성돼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특히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소속 직원은 60명으로, 모두 사무국에서 근무한다. 현장 배치 인력은 전혀 없다. ‘다중 운집 행사’와 관련된 신고 접수 및 초동조치 의무도 윤희근 경찰청장의 지휘·감독 아래 있는 ‘국가경찰’ 소속인 112상황실에서 하게 돼 있다. 재난 발생 우려를 독자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긴급 사안이 생겨도 국가경찰과 연결되는 보고체계가 없다. 재난 대응체계에서도 누락되어 있다. 실제 자치경찰위 회의는 지난해 10월30일 오전 8시가 돼서야 열렸다.

특수본 수사에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찰청장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직위를 유지한 상태에서 특수본이 출범했다. 대통령실도 ‘정무적 책임’ 대신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를 강조했다. 지휘 라인과 상급기관장 등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가 윗선으로 향할 수 있었겠느냐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특수본 출범 일주일째인 지난해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130여 명이나 현장에서 보고 있었는데 왜 조치를 하지 않았나” “일선 경찰서가 몰랐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질타했다. 현장 실무자 대응이 소홀했다는 취지다. 이날 윤 대통령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경찰 주무부처 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입건한 주요 피의자

경찰: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13명 
소방: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이 아무개 현장지휘팀장 등 5명 
용산구청: 박희영 용산구청장, 유승재 용산부구청장 등 5명 
서울교통공사: 송은영 이태원역장, 이권수 동묘영업사업소장 등 2명 
행정안전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1명 
민간: 이 아무개 해밀톤호텔 대표 등 2명


특수본 수사 일지

2022년 
11월1일 특수본 출범 
11월2일 서울청·용산서·용산구청 등 압수수색 
11월6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 입건 
11월8일 경찰청장실·서울경찰청장실·용산경찰서장실 등 압수수색 
11월14일 소방노조, 이상민 행안부 장관 고발 
11월17일 행안부·서울시 등 압수수색 
12월1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 구속영장 신청 
12월2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소환 조사 
12월5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구속영장 기각 
12월13일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혐의 박성민 서울경찰청 정보부장 등 송치 
12월20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 관계자 구속영장 재신청,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속영장 신청 
12월23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경찰 관계자 구속 
12월26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청 관계자 등 구속 
12월28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 신청, 검찰 반려 
12월30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경찰관계자 4명 검찰 송치

2023년
1월3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구청 간부 등 4명 검찰 송치
1월13일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 발표

경찰 내부에선 ‘우연히 겹친 인사’를 지목하기도 한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수사 동력이 확보된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경찰 고위급 인사가 진행됐다. 순차적으로 경무관, 총경 대상 인사 희망원을 받기 시작했는데, 특수본 수장 손제한 본부장도 대상자였다. 인사권자가 윤희근 경찰청장이다(인사 결과 손 본부장은 승진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이 이번 인사에서 차기 경찰청장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2월께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청장이 자진사퇴 등의 형식으로 물러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 차기 청장은 조지호 신임 경찰청 차장이 거론된다. 그는 치안감 승진 6개월 만에 치안정감으로 승진했다. 경찰청 차장은 경찰 내 2인자로 꼽힌다. 조지호 신임 차장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돼 인사 검증 업무를 맡았다.

특수본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참사 진상규명과 별도로 검경의 ‘기 싸움’도 예견된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는 지난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시행 이전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였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 경찰은 대형 참사에서 검찰과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거나 수사 지휘를 받았다. 이번 참사 수사는 경찰이 단독으로 모든 수사를 맡았다. 검찰은 참사 초기 “직접 수사 권한이 없는 대신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거나 사건을 송치하면 보완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수사 초반에는 협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듯했으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구속영장을 놓고 의견이 충돌했다. 검찰은 최 서장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희생자 158명의 생존 시간과 구조 시간, 구조 후 방치 시간’ 등을 특정하라고 요구하며 영장을 반려했고, 특수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다”라며 이례적으로 검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참사 수사를 맡은 서울 서부지검은 수사 인력을 늘리고 사실상 재수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사건을 되짚어본다는 방침이다. 실제 1월10일 오전 첫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대상인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10곳 모두 경찰 특수본이 압수수색했던 곳이다. 윗선 수사도 관심사다. 특수본이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무혐의로 결론 낸 상황에서 새로운 혐의 확인 여부, 특수본이 불구속 송치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신병 처리 변화 등이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이다.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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