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이태원 참사를 최초로 인지한 시점에 대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증언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윤 청장은 지난해 10월29일 23시20분쯤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를 최초로 인지했으며, 그 이전에는 사고 규모를 전달받지 못해 참사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위원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소방청은 지난해 10월29일 22시56분 경찰청에 유선으로 “압사 사고 15명”이라고 참사 규모를 전파한 것으로 밝혀졌다. 윤 청장의 증언보다 24분 빠른 시각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22일 장혜영 의원실에 이태원 참사를 최초로 인지한 시각이 ‘10월29일 22:56~23:20경 사이’라는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나흘 뒤 경찰청은 최초 인지 시각을 정정하면서 ‘최초 (인지 시각이) 22:56경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어 정정한다. 23:20경 소방의 공조 요청에 따른 대응 과정에서 소방으로부터 사고 진행 사항을 인지’했다고 정정 답변을 보내왔다.

10월29일 22:56 소방청과 경찰청 사이 유선연락 녹취록. 장혜영 의원실 제공.

1월4일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 같은 정정 배경을 설명했다. 윤 청장은 “22시56분에 소방청으로부터 당시 구체적인 부상 규모나 정도 등은 답변받지 못했다. ‘다수 인원이 CPR 중이다’ 이렇게까지 통보를 받은 23시20분이 실질적 최초 인지 시점이다”라고 증언했다.

당시 국정조사 위원인 장혜영 의원은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을 반박하며 ‘15명 압사’라고 전파했다는 소방청의 자료를 제시했다. 그러자 윤 청장은 “지금 저희 자료를 보면, 열다섯 분의 압사 얘기는 없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시사IN〉이 해당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증언은 사실과 달랐다. 10월29일 22시56분 소방청 상황실은 경찰청 상황실에 유선전화를 걸었다. 소방청 상황실 관계자는 “지금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호텔 옆에 행사장 압사 사고 15명이라고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라고 상황을 전했다. 경찰청 상황실 관계자 또한 그 발언에 “아, 예. 예”라고 답했다. 윤 청장의 발언과 달리 소방 당국이 경찰에 사고 규모를 전파했고, 경찰도 그 전파에 답했다는 사실이 해당 녹취록에 기록되어 있었다. 

이태원 참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희근 경찰청장. ⓒ시사IN 이명익

이에 대해 장혜영 의원은 “소방청에서 분명하게 상황을 전파했음에도 최초 인지 시점을 정정하여 자료를 제출한 것은 최초 인지 시점을 조금이라도 늦춰 책임을 덜려는 얄팍한 수 부리기다. 윤희근 청장의 청문회 당시 답변은 명백한 위증이다”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의 발언에 대한 〈시사IN〉 질의에 경찰청 상황실 관계자는 “처음에는 정확한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1차 청문회 다음 날인 1월5일 소방청에 가서 녹취록을 확인했고, ‘15명 압사’ 전파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답했다. 또한 “22시56분에 소방청 상황실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압사 사고라는 이야기가 들린다’라고 해서 명확하지 않았다. 이후 서울경찰청, 용산서 등에 확인 전화를 했다. 23시20분경 다시금 소방청으로부터 CPR 이야기를 전파받았고, 그때 이후 내외부로 속보 문자를 전송했기에 그때를 인지 시각으로 잡았다”라고 설명했다.

기자명 주하은 기자 다른기사 보기 ki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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