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29일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의 간호사가 외부 취재진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11월29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3580명이다. 이 중 감염경로가 요양병원 및 요양원과 연관된 사망자는 1010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 3명 가운데 대략 1명이 요양시설과 관련해 나왔다.

특히 겨울철 피해가 컸다. 3차 유행 파도 시기인 지난해 12월 170명, 올해 1월 206명이 요양시설과 관련해 코로나19에 걸린 후 사망했다. 확진자들이 감염병 전담병원이나 상급 종합병원에 병상이 부족해 들어가지 못하면서 요양시설에 ‘코호트 격리’된 채로 남겨졌다. 요양시설에선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받지 못했고 그 안에서 다시 감염이 확산되었다. 당시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시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 의료진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코호트 격리’라는 전문 용어 뒤에 있는 현실을 이렇게 전한다.

“최초 21명에서 시작해 현재 6차 전수검사에서 157명 확진자가 발생하였습니다. (···) 간병사들 모두가 나가고 일부 간호사가 나간 상태에서도 환자 치료에 대한 사명감으로 일하던 간호사들도 고된 간병과 간호 중에 7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병동당 1~3명의 인원이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식사 및 기저귀 갈기, 체위 변환, 가래 흡입 등에 문제가 생기고 엑스레이 장비도 이동이 제한되어서 환자 상태 평가가 어렵습니다. (···) 확진되고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들과 보호자들은 불안에 떨고 계십니다. 너무 무기력합니다.”

다시 겨울이다. 지난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에 들어선 이후 유행 규모는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기’를 택했다면 어느 정도 예정돼 있던 상황이다. 그렇다면 사망자 3명 가운데 1명이 몰려 있는 요양시설은 어떨까? 위드 코로나에 걸맞은 준비가 되어 있을까? 늘어나는 돌파감염을 막기 위해 부스터샷 접종으로 충분할까? 감염경로가 요양시설과 관련된 코로나19 사망자가 지난 11월엔 259명에 달했다(11월29일 기준). 지난 1월의 206명을 넘어섰다. 요양보호사, 의료진, 요양병원 원장, 의료·방역 전문가 7인에게 물었다. 2021년 겨울은 2020년 겨울과 다를 수 있을지를 말이다.

이재연(가명) 원장은 경남의 한 지역에서 9년 동안 운영하던 요양병원을 올해 7월 정리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지만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의 병원에서 확진 사례가 나오진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한시도 마음을 놓아본 적이 없다. 120명 남짓한 환자들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다. 많은 수가 치매 환자다. 그는 “솔직히” 요양병원 환자들은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정신이 없으시잖아요. 마스크를 계속 쓰고 계시지 않아요. 목욕시켜드릴 때는 특히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고요. 게다가 요양병원은 6인실, 8인실 이런 곳에 간병인 한 분이 공동 간병을 하거든요. 24시간 감시할 수도 없죠. 저희도 현실적으로 마스크를 계속 씌우지 못했어요.”

또 하나 이 원장을 괴롭게 했던 건 요양병원에서 ‘삶’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치료를 받기 위해 입·퇴원을 하는 일반적인 병원과 달리 요양병원은 사실상 그곳에 입소한 환자들의 ‘집’이다. 장기 입원으로 여생을 보내는 노인이 많다. 코로나19 유행이란 요양병원, 요양원 입소자들에게는 곧 갇혀 있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 전까지는 돌아가면서 어르신들 나들이도 시켜드리고, 바람도 쐬어드리고 했거든요. 1년 넘게 그런 걸 전혀 못했죠.”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잠시 허용되었던 대면 면회는 전면 비접촉 면회로 전환되었다. “코로나19 걸리면 무섭다는 거는 두 번째 얘기예요. 보호자 면회가 안 되는 걸 어르신들이 제일 힘들어하세요. 비접촉 면회는 할 수 있다지만 시간도 짧고 손 한번 만져볼 수도 없잖아요.”

12월1일 서울 광화문광장의 풍경. 겨울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근심이 더 늘어

이 원장은 “위드 코로나를 하려면 병상 확보부터 먼저 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요양시설 차원에서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 확진자가 나왔을 때 더 크게 번지지 않도록 환자를 빠르게 다른 곳으로 빼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은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9월, 10월, 11월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은 각각 10개소, 32개소, 22개소이다(11월21일 기준). 요양병원 내에서 코호트 격리 중에 사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같은 기간 16명, 67명, 20명이다. 이는 ‘요양병원’과 구분되는 ‘요양원’은 포함되지 않은 숫자이다. 통화 말미에 이 원장은 말했다. “전체적인 계획이 너무 없는 것 같습니다.”

서울의 한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김우희(가명)씨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말했다. 그가 일하는 요양원에서는 최근 두 달 사이에 요양보호사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일상의 자유가 커졌을지 모르지만 요양시설 근무자들에게는 노심초사하는 일이 잦아졌다. “어떤 요양원에 확진 떴다고 하고, 어디는 집단감염이라고 하고,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왔다고 하니까, 조심한다고 해도 어디에서 어떻게 걸리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무서운 거예요. 내가 걸리면 (요양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봐 그게 제일 두렵죠.”

다행스럽게도 요양원 내에서 추가 전파는 일어나지 않았다. 확진된 요양보호사들 모두 백신접종을 완료한 상태였고, 심각한 증상 없이 격리 기간을 마쳤다. 입소자들 중에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으나 밀접접촉자 병동을 14일간 코호트 격리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확진된 요양보호사와 접촉한 동료 8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자 다른 요양보호사들이 그 자리를 채워야 했다. 2인1조로 밀접접촉자 병동에 들어간 요양보호사들은 24시간을 꼬박 근무했다. 이틀 뒤 다시 본인 순번이 돌아올 때까지는 혹시 모를 전파 위험에 대비해 집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이런 일이 다시 없을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우리 선생님(요양보호사)들이 너무 지쳐 있어요. 보호자 면회도 어렵고 하니 어르신들도 힘드시잖아요. 그걸 어디에 풀겠어요. 저희한테 풀죠. 선생님들 다들 일상생활도 자중하면서 이런 힘든 상황을 견디는데 정부는 필수 노동자라고 지칭만 하지 대우라는 게 전혀 없어요.” 코로나19 유행 기간 정부에서 받은 지원은 서울시가 제공한 마스크가 전부였다고 김씨는 기억했다. 그나마 부스터샷을 우선적으로 맞았으니 “걸려도 중증으로는 안 가겠지, 그게 기댈 구석”이라고 말하며 그는 헛웃음을 지었다.

김경미 보건의료노조 전략조직국장은 11월23일 한 요양보호사 조합원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입소자 중에 확진자가 나왔고 요양원에서는 출근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겠냐는 상담 전화였다. “일단 출근하되 너무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시라고 했어요. 노조가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그곳에 계신 어르신들이 방치되면 안 되니까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없더라고요.”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일을 그만두는 요양보호사도 늘고 있다. 확진자가 나온 요양원은 “3분의 1 정도씩 뚝뚝 떨어져나가는 것 같다”라고 김 국장은 말했다. 방역 당국은 코호트 격리된 요양시설에 의료진과 간병인 등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외부 인력이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운영자들도 있고, 요청을 해도 시설에서 필요한 인원보다 턱없이 적은 숫자가 지원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었다. 김 국장은 코로나19 유행 초기 외신으로 접했던 뉴스가 더 이상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다 도망가 사라지고 어르신들만 방치되는 일들이 해외 요양원에서 있었잖아요. 그런 상황이 올까 봐 좀 두려워요.”

박인권(가명)씨는 수도권의 한 요양병원에서 의사로 일한다. 지난 10월 간병인 한 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요양병원 환자 한 명이 추가로 감염되었다. 10월만 해도 감염병 전담병원의 병상 사정이 11월만큼 나쁘지는 않았다. 고령의 와병 환자였던 이 확진자는 이튿날 병상을 배정받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옮겨졌다. 그사이 수도권 지역 코로나19 병상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3주 뒤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병상 마련이 시급했던 감염병 전담병원은 이 환자를 본래의 요양병원으로 돌려보냈다. 요양병원에 돌아온 다음 날 이 환자는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 감염력은 없어졌지만 치료가 다 끝나지 않은 환자를 내보낸 것에 대해서 감염병 전담병원만을 탓할 수는 없다. “요양병원도 병원이니 우리가 치료를 이어가라고 돌려보내는 것도 이해해요. 그런데 사실 요양병원에서 그런 중증 환자를 치료하지는 못하죠. 환자 분은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다 생을 마감하신 거잖아요.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환자 분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요양시설은 기본적으로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확진자가 생겼을 때 적극적인 치료 못지않게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간 별다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겨울을 앞두고 시급히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 물었을 때 박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요. 지금 지난해에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에서 청와대 청원 올리고 했던 상황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어서···.”

정말 2021년 겨울은 2020년 겨울과 다름없을까? 몇 가지 변화는 있다. 돌파 감염 사례가 늘면서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백신의 중증화 예방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은 9~10월 두 달간 도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요양병원 집단감염 5건, 확진자 109명을 분석한 자료를 11월28일 발표했다. 이 5곳은 확진자들이 치료를 마치거나 사망해 모두 격리가 해제된 사례이다.

2월22일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측이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확진자 109명은 각각 예방접종 완료자 75명, 예방접종 부분 완료자 10명, 미접종자 24명이었다. 세 그룹의 치명률은 크게 차이가 났다. 미접종자 그룹은 41.7%(10명), 부분 완료자 그룹은 30%(3명)가 코로나19 감염 후 사망했으나 접종 완료자 그룹에서는 10.7%(8명)로 사망자 비율이 확연히 낮았다. 또 접종 완료자 그룹에서 49.3%(37명)는 코로나19를 가볍게 앓고 지나갔으며, 14일 이내에 격리 해제됐다(경증). 33.3%(25명)는 격리 해제까지 15일 이상이 걸렸지만 중환자 치료까지 받지 않고 나았다(중등증). 경증과 중등증 환자 가운데 일부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요양병원 내에서 머무르다 회복됐다(단, 예방접종 미접종자들의 경우 매우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어 백신접종을 꺼렸을 수 있어서 해석에 주의를 요한다고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 관계자는 밝혔다).

두 번째 차이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겨울 3차 유행 당시 요양시설이 큰 피해를 당하자 정부는 올해 1월 기존 요양병원들을 코로나19에 감염된 고령 환자와 치매 환자만을 받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했다. 당초 11곳까지 지정됐던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은 올해 봄과 여름, 요양시설에서 집단감염 발생이 적어지자 예산 등의 이유로 지정 해제되어 10월 무렵에는 4곳까지 줄어들었다. 11월 들어 확진자가 급증하고 요양시설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자 정부는 부랴부랴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추가 지정하고 있다.

부스터샷 접종에만 기대를 건다면…

어쨌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확대하면 요양시설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수도권 코로나19 병상 배정에 관여해온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본부장은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가 알기로 지난주(11월 셋째 주)만 해도 문제가 생긴 요양병원이 55개예요. 지금 운영 중이거나 준비 중인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은 불과 10개 남짓이고요. 요양시설에서 생기는 확진자를 모두 옮길 만큼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감염병’ 전담이라 해도 역시 요양병원이기 때문에 치료 역량 면에서 중환자를 볼 수는 없어요.”

주 본부장은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코호트 격리된 확진자를 뺄 곳이 없는데 자꾸 빼는 방식으로만 접근하려고 하면 도리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양원은 좀 다르지만 요양병원은 의사, 간호사가 있잖아요. 코로나19 확진자가 모두 중환자가 아니거든요. 요양병원에서 해주셔야 하는 노력은 확진자를 전부 옮겨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상태가 가장 나쁜 사람을 빨리 선별해서 그분들을 바깥으로 보낼 수 있게 하는 거예요.”

9월13일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소자와 가족이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환자를 분류하고 먼저 이송하는 정도의 협업 체계도 방역 당국과 요양병원 사이에서 정비되지 않은 상태라는 걸까? “그동안 정부 전략이 코로나19 환자가 나오면 무조건 빼내서 다른 어딘가로 보내는 방식이었으니까요. 요양병원도 다른 방법을 알기가 어려웠겠죠. 그런데 그 전략은 지금처럼 환자가 급증하면 대처할 수가 없잖아요. 팬데믹이라는 게 단순한 전략으로 대응이 안 되는 건데 말입니다.”

의료·방역 전문가들마다 방점을 찍는 곳은 다르지만 의견이 모이는 지점이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요양시설을, 그리고 그곳의 입소자와 종사자들을 보호할 손쉬운 해법은 없다는 점이다. 규모가 크고 여력이 되는 요양병원이라면 그동안 폐렴이나 독감 환자를 봐왔듯, 감염 관리에 보다 더 신경을 쓰며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응대하는 방향으로 대응 방식을 전환해볼 만하다. 이때 필요한 의료진과 간병 인력을 충분히 지원하는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 시설과 여건이 열악해 내부에서는 도저히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 분리가 어려운 요양원·요양병원 감염에 대비해 환자를 보다 조속히 빼낼 수 있도록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늘리는 일도 중요하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요양시설 대다수가 밀집된 공간을 사용하고 감염관리에 극도로 취약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체적으로 확진자를 돌보게 된다면 요양보호사, 간병인, 의료진 등 종사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2020년 겨울과 2021년 겨울 사이 정부가 한 일을 물었을 때 요양시설 관계자들은 ‘예방접종뿐’이라고 말했다. 요양시설 예방접종은 중요하고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부스터샷 접종에만 기대를 걸고 있다면 2022년 12월 풍경도 오늘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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