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요양시설에 왕진 나가는 의료팀을 동행 취재했다. ⓒ시사IN 이명익

취재 당시에는 강렬하지 않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A 요양원의 B 시설장이 그랬다. 올해 3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퍼진 요양시설에 왕진을 나가는 의료팀을 동행 취재했다. A 요양원은 의료팀을 따라 방문했던 요양시설 중에서 가장 성심껏 어르신들을 돌본다는 인상을 받았던 곳이다.

B 시설장은 의료팀을 맞이하기 위해 요양원 앞마당까지 나와 있었다. 헐렁한 바람막이 점퍼를 걸치고 있던 것 같다. 마스크 뒤로 약간은 얼빠진 듯한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첫 확진자가 생긴 이래로 하루 24시간을 비상 태세로 지내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봄을 지나며 확진자 곡선은 정점을 찍고 내려왔다. 일상은 빠르게 예전 모습을 되찾아갔다. 코로나19 취재 도중 마주쳤던 이들이 종종 떠올랐다. 가끔은 궁금했다. 초조했던 그들의 얼굴 위에도 얼마쯤은 평온이 깃들었을까. 그럴 때면 요양원 앞마당에 나와 있던 B 시설장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곤 했다. ‘안녕하세요. A 요양원 B 시설장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메일이 온 건 11월 중순 무렵이었다.

정부는 코호트 지정되었던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확히는 코호트 기간 해당 시설에서 근무한 종사자들에게 지급하는 추가수당이다. 격리된 채 확진자들을 돌봤던 요양보호사들의 연장근로와 늘어난 업무를 보상한다는 취지이다. 3~5월 코호트 격리되었던 A 요양원은 지원금 지급 대상이지만 이 제도를 뒤늦게 아는 바람에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고 B 시설장은 메일에 썼다.

그는 신청 기간을 놓친 자신의 불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큰 희생을 하며 어르신들을 케어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마땅한 보상금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다. 변명을 하자면, 코호트 격리와 해제 통지는 일일이 공문을 보내면서 지원금 제도는 정부 홈페이지 공지로만 안내를 하는 고지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A 요양원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요양원들과 지원금 신청 기간을 연장해달라는 청원을 냈다.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구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그도 안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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