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추석 특별방역대책으로 요양시설에서 환자·면회객이 백신접종을 한 경우 대면 면회를 허용했다. 대면 면회를 마친 가족이 헤어지며 인사하고 있다(위). ⓒ연합뉴스

정부는 백신 2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는 11월 초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의 기점으로 잡았다. 이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도 안전한 것인가?

백신접종으로 시민들이 더욱 안전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0월12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올해 1월 3.2%였으나 7월 이후에는 2%로 낮아졌다. 치명률은 1.4%에서 0.3%까지 떨어졌다(〈그림 1〉 참조). 올해 6월까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을 맡았던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의 보호 효과는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3차 유행(지난해 12월~올해 1월)과 비교해 이번 4차 유행은 규모가 3~4배인데도 위중증 환자 수는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데이터가 하나 더 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를 연령대별로 나누어 시간 흐름에 따른 추이를 그린 그래프다(〈그림 2〉 참조). 3차 유행 당시 위중증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6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은 올해 상반기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8~9월을 거치며 이 추세는 반전된다. 다시금 위중증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 확진자가 늘고 있다. 요양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도 점차 잦아지고 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백신 효과의 감소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고령층은 우선순위로 비교적 먼저 백신을 맞았다.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접종 완료 후 경과 기간이 더 길다. 방역 당국이 10월25일부터 75세 이상 노인과 요양시설 입소자·종사자를 대상으로 ‘부스터샷(3차 접종)’을 시행하는 건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부스터샷은 고위험군의 보호 능력을 일정 수준 높여주겠지만 동시에 ‘위드 코로나’ 시대에 안고 가야 할 고민을 일깨워준다.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성 속에 남아 있으며, 백신이 접종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지만 완벽하게 보호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박건희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접종률이 높아지며 중증화율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접종 완료군의 중증화율을 따져봤을 때 전 국민의 80%가 접종을 완료하더라도 중증화율이 0.5~1% 아래로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물론 5.9%(지난해 9월)까지 치솟았던 중증화율이 0.5~1%까지 떨어진다면 극적인 감소라고 할 수 있다. 중환자 가운데 일부만이 사망에 이르게 되니 치명률은 그보다 더 낮아진다. 문제는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중증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줄어들더라도 확진자 규모 자체가 커지면 중환자의 절대적인 숫자 역시 커진다는 것이다.

두 개의 질병처럼 보이는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의 길에 접어들었을 때 확진자가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지금 시점에서 단언하기 어렵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확진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을 진지하게 염두에 둬야 한다. 한국만큼 강력한 방역정책을 편 나라로는 싱가포르가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위드 코로나로 방향을 전환하고 거리두기 수준을 낮춘 이후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10월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 수준으로도 갈 가능성에 대비해 중환자 병상과 재택 치료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드 코로나로 갔을 때, 확진자 규모가 하루 1만명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1만명-중증화율 1%’의 경우, 필요한 중환자 병상은 약 1500개로 추산된다(10월1일 ‘코로나19 단계적 일상회복’ 공개 토론회). 중수본이 집계한 국내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은 현재 약 1000개다. 2만명, 3만명 이상으로 규모가 커지면 ‘대응에 필요한 의료자원’과 ‘실제로 사용 가능한 의료자원’ 사이의 간극은 더더욱 벌어진다. 그 간극에서 중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다.

흔히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했던 방역정책에서 벗어나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고 치명률을 지표로 삼게 된다고 말한다. 이는 말처럼 간단한 전략이 아니다. 팬데믹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사용 가능한 의료자원’과 ‘환자 발생 규모’ 사이의 관계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백신접종률이 높아진 이후에도 쉽게 풀 수 없는 과제다.

이 간극에서 생기는 피해는 60세 이상 고령층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코로나19가 마치 두 개의 질병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젊은 층과 고령자 사이에 위험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나이가 열 살 올라갈 때마다 약 세 배씩 늘어난다. 백신을 맞으면 고령층에서 코로나19의 위험이 대폭 감소하긴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질병에서 ‘나이’라는 요인이 워낙 크게 작용하기에 불씨는 여전히 남는다. 영국 정부는 지난 9월 발표한 ‘코로나19 대응:2021 가을과 겨울 계획(COVID-19 Response:Autumn and Winter Plan 2021)’ 문건에서 “백신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하고 특히 고령층에서 두드러진다”라고 밝혔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 감염내과 교수)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에게 코로나19는 계절독감보다는 폐렴에 가까운 질병이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위드 코로나는 일상을 되찾아간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방법을 터득해간다는 뜻이기도 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미 코로나19 위기에서 이들을 구하지 못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지난겨울 3차 유행 때다.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속출했지만 코로나19 병상 부족으로 확진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지 못했다. 대신 정부는 확진자가 나온 요양병원을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코로나19 확진자, 밀접접촉자, 비접촉자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채 요양병원에 남겨지면서 그곳에서 다시 바이러스가 퍼졌다.

당시 어머니를 잃은 유가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렸다. “어머니가 치료병동(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이송되기만을 바라고 백방으로 전화를 시도했으나 불통이었다. 그러던 중 돌아가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K방역이 우수하다고 선전하고 있을 때 (요양병원에) 누워만 계셨던 저희 어머니는 코호트 격리된 채 제대로 케어 한번, 치료 한번 못 받았다. 그렇게 버려진 채 쓸쓸하게 비닐에 두 번 싸여 국가가 지정한 화장터로 가셔야 했다(〈시사IN〉 제697호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는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기사 참조).”

또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예방접종으로 요양시설의 사정은 한결 나아졌다. 하지만 백신에만 의존해 손을 놓고 있다가는 지난겨울의 비극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나의 안전만이 아니라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의 안녕을 묻는 일이기도 하다.

1월18일 서울시가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으로 지정한 ‘느루요양 병원’에서 근무자들이 방호복과 보호 장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험군 보호는 어떻게?

‘위드 코로나’ 시대 고위험군 보호는 어떠해야 할까? 요양시설 면회를 금지하고, 노인복지시설의 문을 걸어 잠그고, 노인들의 교류를 단절시키는 이전과 같은 방식일 수는 없다. 물론 예방을 위한 노력은 기본이다. 60대 이상 인구에서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8%(약 106만명)를 독려해 미접종자를 줄이고, 부스터샷 접종률을 높이고, 주기적인 선제 검사를 통해 요양시설 등을 보호해야 한다.

그럼에도 감염을 100% 차단할 수 없다. 일부는 의료적 처치가 필요한 환자로 상태가 악화될 것이다. 예방으로 막을 수 없는 위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의료자원 측면의 대비가 필요하다. 위드 코로나에 알맞은 형태로 의료체계가 개편돼야 하는 것이다. 현재 행정명령에 따라 전국의 상급종합병원과 수도권의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코로나19 중환자 및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환자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보다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들도 이런 환자들의 치료를 맡아야 한다. 예컨대 무증상·경증 확진자들은 동네 의원에서 진료를 하고,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멀리 타 지역의 큰 병원으로 이송되기보다 해당 지역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방식이다. 그래야만 관리 범위를 넘어선 확진자 급증에도 대응하며 중환자를 수용할 수 있다.

정부는 3차 유행을 거치며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제도를 도입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고령 환자와 치매 환자들이 이곳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비상 체제였던 의료시스템이 정상 체제로 돌아가도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제도는 개선을 거쳐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 같은 곳은 환자들의 특수성이 있다. 일부 확진자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처럼 별도의 시설에서 치료하는 것이 적합하다.” 다만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이런 시설에 코로나19 감염이 생겼을 때 입소자들을 ‘확진자’ ‘노출자’ ‘비노출자’ 세 그룹으로 분리해야 한다.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은 ‘확진자’만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비노출자’ 역시 다른 공간으로 분리돼야 한다. 이 기능을 담당할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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