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일 서울 신도림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왼쪽). 11월1일에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되었지만 앞으로 확진자 증가를 목격할 가능성이 높다. ⓒ시사IN 이명익

11월1일,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되었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무엇보다 중환자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도 400명대 후반에서 500명대 후반을 오가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숫자이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코로나19 유행이 더 확산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결과다. 정부 역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수차례에 걸쳐 밝혀왔다. 하루 확진자 5000명까지 감당할 수 있는 ‘치료 인프라’를 갖춰두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11월 셋째 주 들어 실제로 하루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서고 이에 따라 ‘남은 병상 수’가 나날이 줄어드는 광경을 보면 당혹스러움을 떨치기 어렵다. 감염자는 대체 얼마나 더 늘어나게 될까? 언제까지 증가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디까지 각오해야 하는 걸까?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감염병 연구팀(이하 수리연 연구팀)은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 확산 관련 시뮬레이션 모델을 돌려왔다. 수리연 연구팀이 매주 발간하는 ‘시나리오별 코로나19 확산, 위중증 환자 예측 리포트’는 매주 방역 당국에 제공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유행 상황을 정밀하게 진단하려고 시도한다.

‘확진자 1명이 평균적으로 몇 명을 더 감염시키는지’를 가리키는 지표인 ‘감염재생산지수(Rt)’ 역시 이런 자료들을 통해 산출된다. Rt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력은 물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진단·역학조사 등 방역 조치의 효과까지 반영한 수치다. 〈그림 1〉의 빨간선이 올해 5월 이후로 산출된 Rt 값을 나타낸다.

〈그림 1〉의 파란선은 백신접종의 효과를 나타낸다. 백신을 맞아서 방어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늘어나면, 전체 인구집단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점점 줄어든다. 파란선은 ‘전체 인구 가운데 코로나19 감염가능 인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코로나19 백신접종이 시작된 지난 5월 이후 파란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백신의 효능이 ‘100% 예방’은 아니다. 돌파 감염도 발생한다. 수리연 연구팀은 이런 현실적인 측면을 반영해서 파란선을 그린다. 학술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이 파란선을 ‘백신 파워’라고 부르자. 파란선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백신 파워’는 더 커지는 셈이다.

정부는 11월 둘째 주 감염재생산지수(Rt)가 1.05라고 밝혔다. 사실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감염재생산지수(Rt)와 백신 파워가 합쳐진 개념이다. 이를 백신 파워가 합쳐지기 전의 Rt와 구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유효 감염재생산지수(Reff)’라고 부른다. 유효 감염재생산지수가 1보다 크면 감염병 전파가 확산되고, 1보다 작으면 잦아든다는 의미다. 감염재생산지수(Rt)는 유효 감염재생산지수(Reff)를 높이는 힘으로, 백신 파워는 유효 감염재생산지수를 낮추는 힘으로 작용한다. 수리연 연구팀을 이끄는 손우식 박사는 “(〈그림 1〉의 빨간선과 파란선) 두 그래프가 싸워서 나온 값이 유효 감염재생산지수다”라고 표현했다. 〈그림 2〉는 지난 5월 이후 유효 감염재생산지수를 나타낸 그래프다. 유효 감염재생산지수가 뛰어오른 시기는 ‘4차 유행이 시작된 지난여름’ ‘확진자가 일시적으로 3000명을 넘어섰던 추석 직후’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된 11월1일 이후’ 등이다.

다시 〈그림 1〉로 돌아가자. ‘1’ 언저리를 오가던 빨간선(Rt)이 6월을 지나며 상승세를 굳히더니 10월부터는 빠르게 치솟는다. 손우식 박사는 이를 두 가지 요인으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의 출현이다. 기존 유행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의 감염력이 2~3명 정도였다면 델타 변이는 5~8명 정도로 추정된다. 7월 이후 국내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형은 거의 100%가 델타 변이다. 두 번째는 사회활동의 증가다. 지난 7월의 4차 유행으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4단계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이동량은 줄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동량 증가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6월까지의 ‘구글 이동성 지수’는 코로나19 이전의 연도들에 비해 작았다. 그러나 7월 이후엔 구글 이동성 지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데 머물지 않고 거의 웃돌게 된다. 예전에는 확진자가 많아지면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켰다. 지금은 그런 것이 거의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손우식 박사).”

그렇다면 유효 감염재생산지수(Reff)를 끌어내리는 힘인 백신 파워는 어떤 상태일까? 〈그림 1〉을 보면, 꾸준히 강해지고 있다. 특히 전 국민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7월 이후 파란선은 눈에 띌 정도로 우하향한다. 10월과 11월 들어 빨간선(Rt)이 3에 근접할 정도로 높아졌지만 〈그림 2〉의 유효 감염재생산지수가 7월만큼 치솟지 않는 것은 백신 파워 덕분이다. 문제는 11월 중순 이후 파란선을 획기적으로 끌어내릴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미 백신접종 완료율이 80%에 가까운 상황에서 미접종자 일부가 백신을 맞고, 청소년·어린이까지 접종이 확대되더라도 파란선을 크게 낮추기는 어렵다고 손우식 박사는 말했다. 더욱이 접종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효과는 점점 떨어진다. 부스터샷은 백신 파워를 키운다기보다는 유지하는 용도이다.

이런 배경들을 살펴보면 앞으로도 〈그림 1〉의 빨간선과 파란선 경합에서 빨간선(Rt)이 우세를 띨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유효 감염재생산지수(Reff)가 1보다 커지고 유행 규모 역시 더욱 확대될 것이다. 백신접종으로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낮아졌지만 확진자의 전체 규모가 비대해지면 그 가운데 아주 일부의 증세가 악화된다고 해도, 중환자 수는 이전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빨간선과 파란선이 그려내는 ‘우리의 현재’는 확진자·중환자가 증가하는 미래를 가리킨다.

확진자·중환자는 어느 수준까지 증가할 것인가.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10월22일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보건복지부) ‘단계적 일상회복 2차 공개 토론회’에서 코로나19 장기 예측 시뮬레이션을 발표했다. 연구팀마다 사용하는 예측 모델이 다르다. 정재훈 교수가 이번 발표를 위해 활용한 모델은 ‘다음 번 웨이브(유행)가 언제, 얼마나 큰 규모로 오는지’를 예측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정 교수는 일단 비현실적인 가정, 즉 ‘모든 방역 조치를 완화’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경우, 내년 3~4월엔 하루 20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입원 중환자 수도 2만500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정부가 단계별 방역 조치들을 일제히 해제할 가능성은 없고,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각 시민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자체 방역을 시도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일어나기 매우 힘든 시나리오다.

정재훈 교수는 현실적인 가정을 대입해서 다시 ‘최상’ ‘평균’ ‘최악’ 3가지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최악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로 갈수록 유행의 피크는 뒤로 밀려나고, 유행곡선은 평탄해진다(〈그림 3〉 참조). 그런데 최악이든, 최상이든 확진자와 중환자 수는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정재훈 교수는 11월11일 〈시사IN〉과 통화하면서 “(확진자와 중환자 수 증가는) 과학적인 사실이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내년에 하루 신규 확진자가 2만5000명?

정 교수가 제시한 ‘평균’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앞으로 상황을 살펴보면 하루 신규 확진자는 2022년 8월 2만5000명으로 정점에 도달하고 입원 중환자는 3000명 수준으로 불어난다. 정 교수는 “현재 발생하는 확진자 규모는 최상 시나리오와 평균 시나리오 사이를 따라가고 있다. 최상을 1, 평균을 3, 최악을 5라고 잡으면 2단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환자 증가 곡선은 평균에서 최악 쪽으로 살짝 치우친 3.2단계 같은 모습이다. 백신의 위중증 예방 효과가 특정 집단(고령층)에서 예상보다 많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감염병 확산 예측은 앞으로의 대비와 준비를 위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책을 유행곡선에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평균 시나리오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중환자 발생 속도가 빠를 때 거기에 맞춰서 의료자원을 더 확보하고, 부스터샷처럼 중환자 곡선을 낮추는 정책을 신속하게 도입하는 식으로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4월23일 대구 수성구의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장기 예측 시뮬레이션이 발표된 이후 주요한 변수 하나가 생겼다. 미국의 거대 제약사인 머크(MSD)에 이어 화이자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것이다. 빠르면 머크 제품은 올해 안에, 화이자 제품은 내년 초에 FDA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는 코로나19에 걸린 후 경증 상태인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입원 또는 사망 위험을 89% 감소시켰다고 밝혔다. 정재훈 교수는 이 정도 효능을 지닌 경구용 치료제가 내년 2~3월 도입되면 중환자 발생 곡선을 완만하게 낮추는 효과가 있으리라고 내다봤다.

치료제가 기대감을 높이지만 도입까지는 수개월이 남았고, 임상시험이 아닌 ‘리얼 월드’에서 효과를 확신하기는 아직 어렵다. 시뮬레이션 결과들은 ‘위드 코로나는 당분간 늘어나는 확진자·중환자와 함께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확장된 일상의 영역을 지키면서 동시에 위중증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을까? 정재훈 교수는 지금 당장으로서는 “확실한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행정명령 등을 통해 중환자 병상을 급히 확보하고 늘어나는 환자만큼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제공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단숨에 되는 일도,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또 다른 방법은 유행곡선 자체를 억누르기 위해 ‘긴급 멈춤(비상계획)’처럼 방역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이 경우 사회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정재훈 교수는 이렇게 다시 말했다. “대책이 없다는 건 아니다. 다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책은 없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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