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도시의 방향을 알리는 조형물이 서울 명동에 설치돼 있다. 여행업계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추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고한 코로나19 돌연변이 ‘오미크론’을 11월26일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VOC)’로 지정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WHO가 ‘우려 변이’로 분류한 다섯 번째 돌연변이이다. WHO는 오미크론이 바이러스의 여러 부위에 변이를 획득했으며 이 가운데 몇 가지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오미크론은 약 50개의 변이가 생겼으며 이 중 30여 개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왕관 모양으로 돋아 있는 돌기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열쇠처럼 이용해 인체의 세포에 침투한다. 백신이 유도하는 중화항체도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생기는 변이에 과학자들이 특히 더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이 때문이다.

물론 스파이크 단백질에 변이가 생겼다는 것이 곧 더 위험한 돌연변이가 출현했다는 뜻은 아니다. 돌연변이가 코로나19 유행에 영향을 끼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전파력, 병독성, 재감염 빈도. 바이러스 단위에서 변이 발생을 분석하는 연구는 중요한 단서가 되지만 이 세 가지 특성이 실제 변화했는지는 결국 ‘리얼 월드(현실 세계)’의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11월24일 오미크론의 존재가 WHO에 보고된 이후 남아공을 주축으로 전 세계 연구자들이 활발히 분석을 진행 중이지만 12월2일 현재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거의 없다. 이를 전제로 초기 분석과 보고들을 전하면 다음과 같다.

오미크론을 처음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11월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일주일(11월 셋째 주) 동안 남아공 가우탱주의 확진자 수가 3배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이 오미크론 감염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전염병연구소(NICD)의 데이터를 이용해 앞서 남아공에서 발생했던 세 차례 유행과 현재 유행세를 비교했다. 앞선 세 차례 유행은 각각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 베타 변이, 델타 변이가 주도했다. 이 신문이 그린 그래프를 보면 유행 초기 단계에서 오미크론 유행곡선이 델타, 베타, 기존 바이러스 유행 당시 곡선보다 한층 가파르게 올라가는 모습을 띤다. 여러 전문가들은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2배가량 전파력이 높아진 델타 변이보다 오미크론이 더 강한 전파력을 지녔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기사에서 앞선 세 차례 유행과 ‘입원환자 수’를 비교한 그래프도 보도했다. ‘확진자 수’와 달리 ‘입원환자 수’에서는 오미크론 곡선이 델타 곡선보다 아래에 있으며 기존 바이러스 곡선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확진자는 대폭 증가하는 데에 비해 입원환자 수는 그보다 천천히 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역시 조심스럽게’ 오미크론이 전파력은 높지만 병독성은 낮기를 ‘기대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현재 남아공의 코로나19 유행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어서 이 데이터만으로 오미크론 확진자들의 중증도가 낮아졌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엔 무리가 있다.

‘백신 효과’ 얼마나 유지될지가 큰 변수

만약 실제로 오미크론이 전파는 더 잘 되지만 병독성은 낮아졌다면 기나긴 코로나19 유행에서 몇 안 되는 희소식이 될지도 모른다. 전파력이 더 높으니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제치고 우세 종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오미크론에 걸리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중환자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의 비율은 더 낮아진다. ‘위드 코로나’ 이후 단계적 일상회복을 어렵게 하는 것은 확진자 수 자체라기보다는 늘어나는 중환자·입원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의료자원 문제다. 오미크론이 이 문제를 좀 더 수월하게 만들지 않을까라고 ‘역시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다. 설사 병독성이 낮아져 오미크론 확진자 가운데 중증으로 가는 비율이 줄어든다 해도, 확진자 규모 자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면 그중 소수만이 중환자가 되더라도 절대적인 환자 수는 늘어나 도리어 의료체계를 마비시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백신 효과가 얼마나 유지되는지도 큰 변수이다. WHO는 오미크론을 ‘우려 변이’로 지정하면서 “초기 분석 결과는 (앞선) 다른 돌연변이들보다 오미크론의 재감염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라고 밝혔다. 과거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오미크론에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건 백신 효능도 더 떨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남아공 보건부는 11월29일 ‘오미크론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라는 프레젠테이션을 공개했다. 남아공 정부 수석 고문을 맡은 감염병 역학자 살림 압둘 카림 교수가 초기 보고들을 분석한 결과이다. 카림 교수는 이 프레젠테이션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백신의 ‘감염예방’ 효과는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파이크 단백질에 생긴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백신이 우리 몸속에서 유도한 중화항체의 위력이 예전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각 제약사는 자사 백신의 ‘중화능(중화항체의 능력)’을 평가 중이다.

다만 카림 교수는 앞선 변이들의 사례에 비춰보았을 때 백신의 ‘중증화 예방효과’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백신을 접종하면 우리 몸에 생기는 면역반응은 크게 ‘항체 면역’과 ‘세포 면역’으로 나눌 수 있다. 오미크론에 생긴 스파이크 단백질 변이로 항체 면역 효과가 떨어져 감염 자체를 막는 효능은 줄어들지만, 세포 면역으로 인체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빠르게 없애는 효과는 여전히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12월1일 국내에서도 오미크론에 감염된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인되었다. 여러 언론은 이를 ‘한국도 오미크론에 뚫렸다’ 식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카림 교수는 남아공 보건부 프레젠테이션에서 국경을 봉쇄한다 해도 오미크론 유입을 차단하는 실익이 크지 않을 거라고 밝혔다. 남아공만 해도 오미크론 확진자가 처음 확인된 것이 11월9일이며 이미 여러 나라에서 오미크론이 퍼졌기 때문이다. 카림 교수의 분석처럼 남아공 정부가 WHO에 오미크론 변이를 보고하기 이전부터 유럽의 몇몇 국가에서 오미크론 감염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올겨울 우리가 진정 준비해야 하는 것은 ‘위드 코로나’라기보다는 ‘위드 오미크론’인지도 모른다.

기자명 김연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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