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백신접종 첫날부터 ‘아스트라제네카(AZ)는 찬밥’으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후엔 ‘AZ 맞은 20·30대 의료진 85%에서 이상반응’이라고 보도하더니 ‘태권도 전 챔피언 AZ 맞은 후 다리 절단, 붓더니 다리 폭발’이라며 부들부들 떨더군요. 이상반응의 대부분이 근육통과 발열이라거나 불행한 일을 당한 분에게 관련 질환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쏙 뺐습니다. 이 신문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지기를 바라진 않았을 겁니다. 단지 문재인 정부가 너무 미웠나 봅니다. 이런 보도 행태의 지속에 따른 역풍을 예상했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지금이라도 ‘백신 맞읍시다’ 같은 보도를 내는 것은 나라를 위해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다른 상당수 매체들 역시 비슷한 짓을 해왔으니 〈조선일보〉만 욕할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의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이 언론들의 백신 관련 보도 방향이 다시 180° 돌변해서 집단면역 도달 시점을 늦추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겠습니다.

5월26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감골실내체육관에 차려진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풍경.ⓒ시사IN 이명익

한국 언론계에서 영향력 최상위라는 매체들이 정치적 이유로 방역과 백신을 저주하며 철없이 날뛸 때 묵묵히 자신의 몸과 정신을 ‘코로나19 제로(0)화’에 갈아 넣으며 버텼던 분들이 있습니다. 전국 256개 보건소의 직원들입니다. 〈시사IN〉 제718호는 이분들의 힘겨운 투쟁을 커버스토리로 내걸었습니다. 보건소의 주된 업무는 대규모 검사로 확진자를 발견해낸 다음 그가 다닌 곳을 일일이 체크해서 밀접접촉자를 자가격리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확진자 한 명이 확인되면 자가격리자 수십 명과 검사자 수백 명이 함께 발생합니다. 보건소의 직원 수는 제한되어 있지만 업무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월 80~100시간의 초과근무를 감당해야 했고, 지난 5월23일엔 업무 부담을 호소하던 한 보건소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기존 방역 업무가 줄어들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 예방접종이라는 큰 사업이 추가로 부과되면서 터진 사건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보건소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이명익 사진기자, 김연희 취재기자, 최한솔 PD가 경기도 안산의 상록수보건소 근방에 4박5일 동안 거주하면서 밀착 취재를 했습니다. 정부는 현장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그들의 노고를 덜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조선일보〉 같은 매체들이 코로나19로 ‘정치’하는 것을 굳이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1979년 10월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던졌던 최후의 권고를 인용하고 싶네요.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

 

5월28일 간호사, 예진 의사, 행정지원 직원 등 3명으로 구성된 보건소의 ‘방문 접종’팀이 요양원에 가기 위해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종태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peek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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