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의 아파트 단지. ⓒ시사IN 이명익

최근 모처에서 열린 회의에서 참석했다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는 분을 만났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심하다. 따라서 금리인상을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건설투자 비중이 과도한 상황이고, 더 시급한 곳이 많기에 건설 관련 정부투자는 늘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

물론 일부 주장에는 동의한다. 아래 〈그림 1〉에 잘 나타난 바와 같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란 각 지역의 중위(median)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 부담을 지표로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소득 기준 중위 가계가 아파트를 구입할 때 지출하는 이자 및 원금 지급 부담이 소득의 25%를 차지하면 100이 된다.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총부채상환비율(DSR)을 각 지역별로 지표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주택구입부담지수 기준으로 서울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2021년 상반기에도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 아마 올해 중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서울 이외의 지역도 버블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당장 경기 지역만 하더라도 주택구입부담지수가 2020년 말 76.4포인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4년 이후의 평균(75.6)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전국 차원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57.4포인트에 불과하다. 역사적인 평균지수(60.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까 전국 기준으로 보면 주택시장은 아직 오히려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주택가격이 2014년을 고비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는데도 전국 차원에서는 주택가격의 ‘저평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크게 보아 세 가지다.

첫째, 금리가 대단히 많이 떨어졌다. 2009년 말 5.81%였던 가계대출 금리가 2020년 말에는 2.74%로 크게 떨어졌다. 그만큼 가계의 이자부담이 줄어들었다. 둘째, 소득이 느리지만 꾸준히 늘어났다. 2009년에 비해 2019년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은 43.6% 상승했다. 셋째, 2011~2014년에 걸쳐 주택가격이 서울 등 일부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조정을 받았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다. 즉 이처럼 주택가격은 하락했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거쳤는데, 비슷한 시기 동안 금리가 떨어지고 소득은 상승했기 때문에 상당수 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크게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심하다”라는 표현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정확하게는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거품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표현해야 한다.

금리인상의 두 가지 문제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아예 효력이 없지는 않겠지만, 다음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금리인상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올렸을 때 서울의 아파트 가격만 내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미 저평가되어 있는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기업의 행동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부담이 늘어난 한계기업이 무너지고 가계의 저축성향이 높아지는 가운데 내수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노동시장이 받는 충격은 더 클 것이다. 2021년 학교를 졸업한 이들의 상당수가 직장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하락이 ‘장기실업’의 위험을 더 높일지도 모른다.

둘째, 금리인상으로 부동산을 잡으려는 시도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정책금리를 1%포인트 아니 2%포인트까지 올린다면 모를까, 0.25%포인트 전후로 인상한다면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2018년의 서울 부동산시장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정책금리를 두 차례 인상(1.25%→1.75%)했는데, 주택가격의 안정을 가져왔는지 의문이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17년 한 해 동안 5.28% 올랐는데, 2018년에는 13.56%나 상승했다. 2019년에는 2.91%로 하락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2019년에는 상승 탄력이 둔화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2.91%의 상승률도 낮은 수준이 아닌 데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2019년의 증시 폭락이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부동산 햇볕정책’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금까지는 수요를 억누르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제부터는 적극적인 공급확대 정책을 펼쳐 “지금이 아니면 절대 이 가격에 집을 살 수 없어”라는 심리를 억제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수많은 수요 억제책이 효력을 갖지 못했던 데다 한국의 주택공급 물량이 2016년을 고비로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위 〈그림 2〉 참조).

공급이 줄어든 것은 크게 다음과 같은 요인들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인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2014년 ‘9·1 대책’을 통해 신도시 개발이 중단되며 새로운 택지의 공급이 감소한 데 있다. 이에 더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도입되면서 민간의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에서 수익성이 하락했다. 이런 요인들은 결국 민간 부문 신축 주택의 공급 감소로 연결되었다. 마지막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시작된 이후 청약가점이 높아지면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는 데 성공한 사람은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된 반면, 주택을 공급한 이들은 그만큼 수익 악화를 각오해야 했기에 공급을 늘릴 유인이 사라졌다.

물론 2018년 ‘9·13 정책’을 통해 3기 신도시 개발이 확정되었기에, 주택공급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2기 신도시의 사례에서 보듯 주택공급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빠른 곳이 5년, 느린 곳은 11년 이상 입주가 지연된 경험이 있기에 3기 신도시만으로 신축 주택 부족에 대한 우려를 가라앉히기는 역부족이다. 특히 2020년 ‘임대차 3법’ 이후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전세가격 인상을 앉아서 기다리느니, 차라리 지금 집을 사자’고 결심한 2030 세대의 ‘패닉 매수’를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으로 완화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2019년 6월23일 수원 광교신도시 10년 공공임대아파트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 이 아파트는 2023년 분양 전환된다. ⓒ연합뉴스

민간 공급 인센티브와 3기 신도시 공급 확대

그럼 어떻게 ‘부동산 햇볕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까?

남은 대안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민간의 주택공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완공된 지 30년 넘어가는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풀고,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면 서울을 비롯한 핵심 지역의 주택공급은 신속하게 늘어날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보유자들이 거둘 시세차익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재산세와 양도세 그리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지금도 적잖은 부동산 관련 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두 번째 대안은 3기 신도시 주택공급 규모를 크게 늘리는 것이다. 즉 자족형 친환경도시에 대한 꿈을 잠시만 내려놓고 서울로 이어지는 전철역 주변에 집중적으로 아파트를 공급하자. 이렇게 하면 단기간에 대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가능해진다. 지난 2기 신도시부터 행복도시까지 도시설계의 원칙은 늘 ‘저밀도’ 그리고 ‘친환경’에 맞춰졌다. 예컨대 판교역 주변은 모두 녹지다. 이 녹지를 저층의 임대아파트가 둘러싸고 있다. 물론 이런 도시설계엔 이유가 있다. 삭막한 아파트 숲을 건설하는 대신 녹지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또 차량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아름다운 꿈이다. 그러나 판교신도시의 입주가 2000년대 후반 부동산시장의 붐을 가라앉히는 데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 주택시장은 전세가격 급등이 2030의 패닉 매수를 부르는가 하면 미래의 입주 물량 감소에 대한 공포가 다시 집값을 인상시키는 중이다. 수요억제 정책 일변도에서 벗어나, ‘조금만 기다리면 새 집을 살 수 있다’는 기대를 시장 참가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기자명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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