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8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토론회’에 참석했다.ⓒ연합뉴스

아주 뜨거운 부동산 세금 논쟁이 불붙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들고나온 ‘국토보유세’ 이야기다. ‘세금을 없애자’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면, 세금 관련 논쟁은 해당 정치인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논란과 비판이 이어지던 11월29일 이재명 후보는 “국민들이 반대하면 안 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상당수 언론은 ‘말 바꾸기’ ‘포퓰리즘’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집중 비판했다. 그러나 12월8일 이재명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철회한 적 없다. 최대한 국민을 설득해서 동의를 얻겠다”라고 말했다. 정책 대결 실종이라는 이번 대선에서 국토보유세가 최대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보유세는 왜 뜨거운 논쟁거리인가. 기초부터 이야기해보자. 지금 부동산 관련 세금은 크게 두 영역이다. 보유세와 거래세다. 당신이 부동산을 가지고 있으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내고, 부동산을 사면 거래세(취득세)를 낸다. 부동산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는 거래세가 아니라 소득세로 분류된다.

한국은 보유세보다 거래세가 높은 나라다. 10억원짜리 집의 거래세는 수천만 원대에 이르지만, 보유세는 연간 100만원대에 불과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낮지만, 거래세 비율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보유세 부담이 낮은 세제 환경은 ‘부동산을 좀 더 많이,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여러 채를 오래 갖고 있어도 세금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물론 비싼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에게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도착한다. 1주택자의 경우 공시지가 11억원 이상의 부동산 소유자가 그 대상이다. 2021년엔 94만7000명이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 지난해에 비해 집값이 폭등하고 세율이 인상된 만큼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늘어서 ‘종부세 폭탄’이란 말이 돌았다. 그러나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1주택자 가운데서도 70% 이상은 올해 종부세액이 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종부세를 아예 내지도 못하는 시민들이나 1주택 보유자인 종부세 납세자들을 감안하면,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시민들 전반의 납세의무를 터무니없이 강화해서 경제활력을 죽인다’라고 선뜻 평가하긴 어렵다.

그동안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보유세를 높여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세금으로 인한 부담이 부동산 소유(투자)로 얻는 이익보다 크면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되고 그것이 부동산값 안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정책으로 추진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조세저항’ 때문이다. (현재의) 보유세를 높이되 (미래의) 거래세를 낮추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려 해도 당장의 세금 인상에 반발하는 여론을 견디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고가의 주택을 여러 채 가진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 만들어진 종부세는 이런 여론을 뚫고 탄생한 제도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과세기준을 올리고 세율을 낮추면서 종부세는 상당 부분 무력화됐다.

땅 가진 사람, 누구나 세금을 내야

국토보유세는, 종부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보유세다. 제1 원칙은 이렇다. ‘땅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 등을 소유한 사람도 그에 딸린 ‘토지지분 가액’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한다. 여기서 ‘토지지분 가액’은, 주택에서 건물을 제외한 토지의 가치 평가액 가운데 납세자가 소유한 몫을 의미한다. 아파트 등 집합주택의 경우, 거주자들이 해당 건물이 자리 잡은 토지의 소유권을 나눠 보유한다고 할 수 있는데, 각자의 몫(권리)을 ‘토지지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종부세에서는 ‘상업용이냐 아니냐’ ‘개인이냐 법인이냐’ 등 땅의 용도와 소유 주체에 따라 과세기준(세율 등)이 다르다. 그러나 국토보유세는 용도나 소유 주체에 관계없이 일단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면 그 가치에 대해 정해진 세율로 세금을 내는 제도다. 만약 정해진 국토보유세율이 1%라면, 100억원짜리 땅을 가진 사람은 1억원(100억원의 1%), 100만원짜리 땅의 소유자는 1만원(100만원의 1%)을 납부한다. 각종 비과세도 원칙적으로 없앤다. 토지를 공유자산으로 보고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낮은 단계의 ‘토지공개념’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엔 94만7000명이 종부세 고지서를 받았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시사IN 조남진

국토보유세가 도입되면 보유세 과세체계는 ‘재산세(지방세)+종부세(국세)’에서 ‘재산세(지방세)+국토보유세(국세)’로 바뀐다. 지방정부에 내는 재산세는 유지하되 중앙정부에 냈던 종부세가 국토보유세로 대체되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부동산 세금 정책의 큰 줄기였던 종부세가 사라지는 만만치 않은 이슈다.

어찌 보면 국토보유세는 어리석은 정책이다. 재산세 외에 보유세(종부세)를 내지 않았던 대다수 시민을 적으로 돌릴 수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진보-보수 양측 진영 모두가 탐탁지 않게 여길 정책이다. 한쪽에서는 국토보유세가 ‘신설’된다는 것에 반발하고, 다른 쪽에서는 종부세가 ‘폐지’된다는 것에 반발한다. 이재명 후보는 “세금이라고 하니까 반대가 심하다. 국토보유세라는 이름을 잘못 지었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재명 후보의 국토보유세 안을 가장 잘 설명하는 자료는 2020년 12월 경기연구원이 펴낸 국토보유세 연구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현행 부동산 시장 및 세제의 문제점과 그 개편 방향을 방대하면서도 촘촘하게 서술한다. 첫머리에서 강조하는 현실은 토지 소유 불평등 문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토지가액 기준으로 볼 때, 전체 토지를 돈으로 환산한 금액(토지가액) 가운데 56.8%가 개인 소유다. 법인 소유 토지의 가액은 전체 토지가액 가운데 21.7%이며, 국공유지는 19.3%에 불과하다. 법인이 소유한 땅의 가액이 국공유지의 가액보다 높다(오른쪽 〈그림〉 참조). 법인 소유 토지의 가액이 개인의 그것에 비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은 계속 땅을 파는 반면 법인은 계속 사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법인들이 부동산 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 여기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자산 격차로 인한 불평등 구조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또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 ‘종부세의 한계’를 지적한 내용이다. 보고서는 우선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기에 세수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종부세의 취지에 따라 다주택자 및 고가 주택 소유자가 줄어들수록, 즉 ‘과세 목적이 실현될수록’ 세금을 걷을 대상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종부세가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점도 문제다. 종부세는 투기지역의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높은 세금을 물린다. 반면 고가의 1주택자에 대한 과세는 점점 무뎌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1주택자의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공시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린 데 이어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도 12억원으로 올렸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아니었다면 올해 종부세를 내야 할 사람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을 것이다. 이처럼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지속되는 한 부동산 가격 억제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보면 국토보유세는 획기적인 조세개혁 아이디어다. 종부세의 허점을 보완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다. 보유세 강화가 올바른 방향임을 알면서도 납세자의 반발을 의식해 정치권이 머뭇거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토보유세 도입은 (경기연구원이 자평한 바처럼) ‘사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본론은 지금부터다. 이재명 후보가 이름을 잘못 지었다고 아쉬워한 이 정책의 풀네임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다. 경기연구원이 펴낸 보고서 제목도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과 세제개편에 관한 연구’다. 이재명 후보의 상징인 기본소득이다. 획기적인 조세개혁 아이디어인 국토보유세를 기본소득과 붙여놓는 순간 전혀 다른 이슈가 튀어나온다.

국토보유세의 목적은 무엇?

이재명 후보의 안을 거칠게 정리하면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현행 종부세보다 훨씬 많은 돈(연간 약 30조원 추산)을 거둬들인 뒤 이를 다시 1인당 연간 약 60만원씩 배당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혼란이 생긴다. 국토보유세의 목적이 부동산 시장 안정인지 기본소득 지급인지 헷갈린다. 반대론자들은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국토보유세를 들러리 세웠다고 비판한다.

경기연구원 보고서 연구책임을 맡은 유영성 선임연구위원에게 국토보유세의 목적이 부동산 시장 안정인지 기본소득 지급인지 물었다. 유 연구위원은 “둘 다”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국토보유세는 종부세와 달리 소수 부자를 겨냥한 정책이 아니다. 어차피 부자들은 웬만큼 세금을 물려도 집을 팔지 않으면서 정권이 바뀔 때까지 버틴다. 전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상당수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그러나 세금만 매겨 압박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이들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대다수 가구(90% 이상)는 자신이 낸 세금보다 더 많은 기본소득을 돌려받는다. 이들 ‘순수혜 가구’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토보유세를 추진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국토보유세 찬성 여론이 절반을 밑돈다. ‘증세’ 성격이 짙은 정책에 대한 여론조사임을 감안하면 놀랍지 않은 결과다. ‘허들’이 높은 만큼 이재명 후보가 여론을 어떻게 설득해 나가느냐도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다.

국토보유세는 이제 막 시장에 나온 매물이다.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설계한 정책이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인 건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부터다. 과세기준과 세율이 어떻게 될지 시나리오만 있을 뿐 정해진 것도 없다. 경기연구원은 실제 세율은 대통령령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과세 방법 역시 ‘선(先)징수 후(後)기본소득 지급’이 될지 어떨지 정해지지 않았다. 획기적인 만큼 설익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 자산과 소득 불평등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데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다. 많은 정치인들이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고, 국토보유세 역시 그중 하나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종부세가 변화구라면 국토보유세는 직구다. 그것도 강력한 돌직구다. 효과가 직접적인 만큼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돌직구를 잘못 던졌다간 오히려 커다란 한 방을 되돌려 맞을 수도 있다.

기자명 이오성 기자 다른기사 보기 dodash@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