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시사IN 이명익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부동산 보유세 완화 방안이 정치권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다. ‘공시가 9억원’ 이상이면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자는 이야기가 먼저 던져졌다. 1주택자에 대해서는 공시가 12억원 이상이라야 종부세를 매기자는 안이 여론을 떠보듯 던져진 것이다.

곧이어 재산세 감면을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정부는 2020년 11월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1주택자에 대해서는 공시가 6억원 이하 재산세율을 0.05%포인트 내려주기로 했다. 이 감면 기준을 공시가 9억원 이하 1주택자로 확대하자는 방안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종부세 대상은 평생 고생하며 돈을 모아 집 한 칸 마련하고 은퇴해 쉬고 있는 노인인데 세금을 내라는 것은 가혹하다.”

“부유층에게만 매기는 종부세를 대다수 중산층까지 물게 되어 부당하다.”

“소득은 없는데 집이 있다고 보유세를 매기면 세금을 낼 길이 없다.”

“집 한 채 있는 사람은 종부세가 부담되더라도 다른 재산이 없기 때문에 팔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어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된다.”

요약하면 ‘고가주택 소유자라도 집 한 채만 가진 사람에게 부동산 보유세를 매기는 것은 가혹하다’는 이야기로 모아진다.

하지만 우리 연구소(LAB2050)가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가능성이 있는 주택을 가진 1주택자는 대체로 소수의 고학력·고소득층·수도권 거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언론이 그리고 있는 ‘평생 열심히 일하고 은퇴해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노인’ 또는 ‘소득은 낮지만 열심히 저축해 집 한 칸을 마련한 가구’라는 종부세 부과 대상자의 상과는 거리가 컸다.

이번 분석에서는 공시가 9억원 이상 주택 한 채를 소유한 종부세 납부 대상자와 재산세 감면 기준인 공시가 6억원 이상 부동산 자산 보유자 중 1주택자들이 누구인지를 살펴봤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소유자라고 보면 된다.

추산 결과, 종부세 부과 대상 ‘똘똘한 한 채’ 소유 가구는 전체 가구 중 1.8%였다. 대상을 공시가 6억원 이상 1주택 소유자로 넓히면, 4%가량으로 ‘똘똘한 한 채’ 소유 가구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높지 않은 수치였다.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20%가 넘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종부세 대상 1주택자 중 76%는 수도권 거주 가구였다(〈그림 1〉 참조). 전체 가구 중에서는 33%가 수도권 거주 가구였다. 종부세 대상 가구의 수도권 집중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공시가 6억원 이상 1주택자로 대상을 넓혀도, 71%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를 포함해 부동산 보유세를 완화하는 정책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학력도 도드라졌다(〈그림 2〉 참조). 종부세 대상 1주택 가구주 중 20.4%가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지녔다. 무주택자 중 대학원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은 3.7%에 그쳤다. 4년제 대학까지 포함하면 종부세 대상자는 70%에 육박했다. 무주택자의 20%대와 대조적이다.

종부세 대상 1주택자 중 연간 경상소득이 1억원 이상인 가구는 46.3%였고, 가구평균 경상소득은 1억1493만원이었다(〈그림 3〉 참조). 무주택자의 경우 4.1%만 1억원 이상이었고, 가구 평균이 3620만원이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경상소득 7000만원 이상으로 넓히면 종부세 대상 1주택자는 63%가 그 이상을 벌어, 무주택자의 12.1%와 대조적이었다. 공시가 6억원 이상 1주택자들 역시 경상소득 1억원 이상이 40.8%, 7000만원 이상은 60%로 종부세 대상자와 비슷하게 높았고, 평균은 1억311만원이었다. 이 정도라면 세금을 낼 만한 소득이 없는 계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에 완화 논의가 일고 있는 종부세 9억~12억원 구간의 세 부담은 최대 연 100만원가량에 지나지 않는다.

종부세 대상 1주택자들은 부동산 외에 금융자산도 많았다. 이들이 보유한 평균 금융자산은 3억5173만원이었는데, 이는 전체 가구의 9535만원, 무주택자의 7848만원보다 월등하게 컸다. 주택을 팔고 더 좋은 곳으로 이주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노인가구는 얼마나 될까?(〈그림 4〉 참조) 통계청에서는 가구원 모두가 노인인 가구를 ‘노인가구’로 분류한다. 여기 해당되는 가구는 종부세 대상 1주택 가구 중 23%였는데, 전체 가구 중에서는 24%였으니 오히려 종부세 대상 가구의 비중이 더 낮았다. 6억원 이상 1주택자로 가면 노인가구가 18%밖에 되지 않아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젊었다.

결론적으로 전형적인 ‘똘똘한 한 채’ 소유자의 모습은 이른바 ‘대다수 중산층’이나 은퇴한 노인이 아니다. 소득이나 다른 재산이 없어서 집을 팔고 옮길 수 없는 가구도 아니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다른 계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고학력이며 높은 소득과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 계층이다.

‘똘똘한 한 채’ 소유자에게 이득일까

부동산 자산은 중상위 이상 계층에 몰려 있다는 특성이 있다. 부동산 자산 전체의 35%를 상위 5%가, 절반을 상위 10%가, 69%를 상위 20%가 차지하고 있다. 다른 자산보다 더 집중도가 높다. 이번 분석의 기준인 공시가 9억원 부동산 보유자는 상위 10% 안에 드는 가구이며, 6억원 보유자는 10~20% 사이에 드는 가구다. 이런 현실이 이번 분석 결과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분석에서 이들의 주택가격 추산의 출발점으로 삼은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통계청이 2020년 3~4월 전국 1만60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다. 여기서 조사한 각 가구의 부동산 자산 규모를 출발점으로 삼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부동산 자산 항목은 대체로 정확하다. 실제로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거시적으로 집계한 국민대차대조표 수치와 비교한 결과, 거주 주택의 경우 조사 자료를 합산한 숫자와 한은의 집계치가 같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조사 시점으로부터 1년여가 지난 상황이므로, 한국부동산원이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집계한 전국 공동주택가격 상승률인 6.45%만큼 모든 가구의 주택가액이 오른 것으로 가정해 추정했다. 또 일률적으로 응답자가 보고한 가격의 90%가 과세 대상인 것으로 가정했는데, 정부에서 전체 평균 공시가는 시가의 70%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는 점을 ‘보수적으로’ 감안한 셈이다. 자가 거주 1주택자와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를 모두 합산해 과세 대상 1주택자로 가정했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재산세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질문을 한번 바꿔보자. 종부세 완화는 ‘똘똘한 한 채’ 소유자들에게 실제로 이득이 될 것인가? 꼭 그렇지도 않을 것 같다. 유경준 국회의원이 종부세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내놓은 ‘2018~2030년 서울시 구별 공동주택 보유세 변화 분석 보고서’를 봐도, 세 부담의 상당 부분은 세율 인상이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종부세 완화가 가격 상승을 부추겨 세 부담을 오히려 높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10억원짜리 집에 대해 종부세를 완화해주더라도, 이 집이 15억원으로 오르면 다시 세금을 더 내게 된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이 있다. 1.8%에 지나지 않는 종부세 부담 1주택자의 목소리가 언론과 정치권 전체를 흔들 정도로 크게 들렸다는 대목이다. 이들은 이른바 ‘슈퍼리치’도 아닌데 말이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자본과 이데올로기〉에서 고학력 엘리트층인 ‘브라만 좌파’를 비판적으로 호명한다. 피케티 식으로 말하자면, 한국의 브라만 계급은 엘리트 좌파의 깃발 대신 조세저항의 깃발을 들고 나타나는 것일까?

기자명 이원재 (LAB2050 대표)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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