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조오억’ 표현으로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항의를 받고 있는 NC 다이노스 홍보 영상 캡처 화면.

최근 용어 논란으로 유튜브가 시끄럽다. 가령 어느 유튜버가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쓰면 곧바로 ‘남성혐오’ 논란이 뒤따른다. 그 유튜버에게 남성혐오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 논란을 보는 사람들로서는 숫자일 뿐인 ‘오조오억’이 왜 남성혐오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허버허버’라는, 그 뜻을 알기 힘든 용어도 비슷한 용례로 활용된다. 이런 표현들은 보통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밈’의 형태로 유통되곤 한다. ‘오조오억’의 경우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의 정자가 오조오억 개라는 뜻을 담은 성희롱적 맥락에서 활용 중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바로 ‘보이루’다. 이 역시 원래의 의미는 ‘보겸’이라는 유튜버가 사용하는 인사말이었다. 자신의 이름인 ‘보겸+하이루’를 합친 조어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용어가 여성혐오 표현이라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남성들이 이 용어를 원래의 의미가 아니라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와 ‘하이루’를 합성해 여성혐오 용어 놀이의 맥락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조오억’이나 ‘보이루’ 같은 말을 누군가는 혐오 표현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나는 그 표현을 쓰는 모든 이들이 각각 어떤 용례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조사해보지 않았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용어들이 얼마나 보편적 맥락에서 혐오 표현으로 사용되는지에 관한 통계자료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일각의 주장만으로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하는 게 타당한 일일까?

남성 성기 비하 표현 논란이 된 GS25의 상품 홍보 포스터(위)와 남자친구가 먹는 모습을 비하하는 묘사(허버허버)로 논란이 된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오른쪽).

최근 남초 커뮤니티에서 형성된 ‘남성혐오’ 검열의 움직임에는 맥락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팃포탯(Tit for Tat:상대가 치면 나도 친다)’이다. ‘팃포탯’은 본래 ‘게임 이론’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상대가 협력하면 자신도 협력하고, 상대가 배반하면 자신도 배반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남초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이를 유튜브 등 사이버 공간에서 ‘래디컬 페미니즘’ 조류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공유하곤 했다. 즉 ‘오조오억과 허버허버는 남성혐오 표현이다’라며 누군가를 공격하는 이들(남초 커뮤니티) 역시 자신의 주장이 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다. 공격자들은 자신이 이런 억지를 쓰면 아무 생각 없이 그 용어를 사용한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더 성평등하게 나아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공격자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을까? 그들이 보기에 보이루 사례는, 특정 세력이 먼저 자기 멋대로 보이루를 여성혐오 표현이라며 우긴 사건이다. 그렇다면 남성들도 오조오억과 허버허버를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우김으로써 ‘당한 만큼 되돌려준다’는 것이다. 억지에는 억지로 대응하겠다는 것. 즉 팃포탯 전략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GS25 포스터 논란’ 등은 이 전략을 운용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혐오를 혐오로 되받고, 억지를 억지로 되치는 이런 전략들을 통해 한국 사회가 좀 더 성평등하게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매우 회의적이다.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문화 창작물에 대한 대중적 검열이 거세졌으며, 젠더 갈등이 더 심화되기만 했을 뿐이다.

이런 전략들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서는 이제 사회적으로 확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갈등을 증폭시키는 ‘전략’을 거두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틀을 논의해야 할 때가 아닐까?

기자명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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