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대권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요즘 뉴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띈다. 그런데 대다수가 잘못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에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과 함께 틱톡 크리에이터들을 불러 식사하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그의 부캐릭터 ‘최메기’의 모습으로 분장해 노래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에 온라인 게임 〈롤(LOL)〉을 직접 체험하는 영상을 올렸다. 정세균 전 총리는 금목걸이와 선글라스, 벙거지 모자와 가죽재킷을 착용하고 영상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며 관련 사진을 올렸다.
이들이 갑자기 왜 이런 콘텐츠를 찍어 올리기 시작했는지는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젊어 보이기 위해서’다. 혹은 청년층의 문화를 이미 ‘잘 이해하고 있다’라거나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을 터이다. 특히 최근 들어 청년층의 지지 덕분에 선출되었다고 알려진 국민의힘 ‘30대 당대표’를 의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적잖은 시간 동안 유튜브를 만들어본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이 만들어 올린 콘텐츠는 모두 실책이다. 일단 청년층이 대권주자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춤추고, 노래하고, 게임하고, 젊은이들의 옷을 억지로 입는 모습이 아니다. 청년들은 정치인들이 그들의 요구사항을 우회하지 말고 제대로 듣기를 기대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만 해도 춤추고, 게임하고, 노래해서 지지받은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트렌디’ 부문에서 청년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유튜브 채널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캐릭터’이다. 개별 콘텐츠보다 채널의 전체적인 캐릭터 콘셉트를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구독자들은 캐릭터를 구독하지 개별 콘텐츠를 구독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올라오던 영상들과 다른 성질의 것이 채널에 올라오면 구독자가 떨어지는 이유도 그래서다.
트렌디한 표현은 전달 위한 장치
꼭 젊은이들을 흉내 내지 않아도 청년들의 호감을 끌어내는 방법이 있다. 박막례 할머니는 70대이지만 그냥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청년들에게 호감을 받는다. 얼마 전에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씨도 마찬가지다. 태도와 말 한마디 한마디로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그가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따라잡으려 한 결과는 아니다.
정치인들에게 지금 잘나가는 유튜버들을 관찰해보기를 권한다. 대개 일관성이 있다. 요리 유튜버는 요리를 열심히 하고, 먹방 유튜버는 음식을 열심히 먹으며, 게임 유튜버는 게임을 열심히 한다. 정치인이 보여줄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콘텐츠란 무엇인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정책일 것이다. 따라서 그 고민을 어떻게 ‘이야기’로 만들어 보여줄 것인가가 관건이다. 박막례 할머니 채널도 핵심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다. 그의 트렌디한 표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즐겁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정치인들은 본인이 청년이 되려고 하지 마라. 그보다는 청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어른이 되기 바란다. 일관성 있게 보일 방법을 모색하라. 유튜브에서는 ‘의외로’ 쇼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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