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선일보〉가 성매매 유인 강도 사건 판결 기사를 쓰면서 내용과 상관도 없는 조국 전 장관 부녀의 모습이 담긴 일러스트를 삽입해서 질타를 받았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한 사과문에서 “이미지만 보고 기고문 내용은 모른 채 이를 싣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도 소홀했다”라고 밝혔다. 언론이라면 엄밀하게 수행해야 할 게이트키핑에 실패한 것이다.
언론은 사실을 기반으로 보도해야 한다. 보도 내용에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은 없는지 등을 엄밀하게 체크해야 한다.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일단 ‘단순 실수’라는 해명을 차라리 믿고 싶다.
최근 유튜브에 ‘TV조선 아고라’라는 채널이 개설됐다. 〈조선일보〉 계열인 TV조선의 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제작하는 정치·시사 전문 채널이다. 이 채널의 재생목록에 가보면 ‘똥팔육 백과사전’이라는 코너가 있다. 주로 우파 유튜버들이 386 세대 인물과 관련된 영상을 찍으면 이 채널에서 올려주는 형식으로 기획된 코너이다. 확인해보면 낯익은 우파 유튜버들의 콘텐츠가 나온다. 성제준TV나 ‘크로커다일 남자훈련소’ 같은 유튜버들의 영상이다.
이 코너에서 성제준씨는 첫 번째 386 인사로 조국 전 장관을 다뤘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내로남불’이라며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막상 영상을 보면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가 사실관계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성제준씨의 주장으로는 ‘조국 전 장관이 2011년 트위터에서 청문회를 통해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으면서, 정작 본인이 장관 후보자일 때는 끝까지 자신의 청문회를 열지 않으려 하며 셀프 청문회나 열었다’며 이를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그가 주장하는 ‘셀프 청문회’란 조국 전 장관이 했던 ‘기자간담회’를 지칭한다.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 청문회는 후보자가 원치 않는다고 해서 열지 않을 수 없다. 법률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문회 일정이 바뀌었던 것은 증인 채택 문제로 여야 합의가 결렬되었기 때문으로 국회에서 허다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혹시 〈조선일보〉는 자사의 채널로 올라온 콘텐츠라도 유튜브 영상이라면 게이트키핑을 소홀히 해도 된다고 생각한 걸까?
‘팩트체크’ 유튜브 다시 시작해야 하나
사실 〈조선일보〉는 유튜브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언론사다. 많은 구독자와 조회수를 안정적으로 잡은 유일한 언론일 것이다. 이 신문은 지면에서도 자극적인 삽화와 헤드라인으로 조회수 낚시를 하는 데 능하다. 이는 유튜브에서 클릭률을 올리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영상의 섬네일과 제목이 그것이다.
최근 나는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광주 사장님에 ‘극우’… 그 친여 유튜브 채널 문닫는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언급한 것은 내가 운영하는 채널이 아니라 MBC 〈시선집중〉에서 다룬 내용이다. 이를 마치 내가 운영하는 채널에서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서술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이 신문의 모든 오류가 단순 실수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단순 실수’도 누적되면 실수가 아니게 되는 법이다. 그 허다한 가짜뉴스 영상들도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던가? 혹시 〈조선일보〉 때문에 ‘팩트체크 유튜브’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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