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매탈남’이 구조한 새끼 고양이 6마리.
ⓒ'매탈남' 유튜브 채널 갈무리

7월13일, 유튜브 인기탭에 개인적으로 반가운 유튜버가 등장했다. ‘매탈남’이라는 유튜버다. ‘안방을 차지한 새끼 고양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인기 급상승 동영상 6위에 올랐다. 내용 자체는 사실 별게 없다. 매탈남이 구조된 유기묘로 보이는 새끼 고양이를 보살피는 게 전부다.

다소 평범한 이 영상이 왜 관심을 받았을까? 매탈남 채널에 들어가 보면 그 새끼 고양이와의 만남부터 이후 일상이 시리즈물처럼 올라와 있다. 새끼 고양이는 이 영상이 올라오기 일주일 전 어느 날 새벽 2시쯤 매탈남의 집에 스스로 찾아왔다. 그 자간 과정이 매탈남의 집 앞마당에 설치된 CCTV에 고스란히 찍혀 있다. 그런 장면을 목격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기에 얼핏 평범해 보이는 영상이 특별한 콘텐츠로 떠오른 것이다.

길고양이 따라 하염없이 걸었다

내가 매탈남이라는 유튜버를 알게 된 계기도 비슷하다. 그는 가끔 우리가 현실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매탈남은 전원생활을 즐기는 유튜버였다. 채널명 자체가 ‘매일 (도시를) 탈출하는 남자’의 줄임말이다. 초기에는 시골에서 텃밭을 가꾸거나 낚시를 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어느 날 그의 카메라에 ‘기적’ 같은 일이 담겼다.

이 영상도 내용 자체는 별게 없다. 매탈남이 야심한 밤에 어느 길고양이를 따라 그저 하염없이 걷는 장면이 담겨 있는 게 전부다. 그 영상의 조회수는 470만 회에 육박한다. 영상 속 길고양이는 마치 매탈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길을 안내한다. 매탈남은 거의 2㎞나 되는 거리를 홀린 것처럼 따라간다. 길고양이는 폐공사장에 이르더니 어지럽게 쌓인 녹슨 배관 중 하나로 들어가 버린다. 보통의 경우였다면 이쯤에서 영상이 종료되었을 것이다. 고양이를 쫓기 위해 파이프 안쪽으로 기어들어갈 수는 없다. 매탈남 역시 포기하는 듯했다.

망설이던 매탈남이 카메라를 파이프 안쪽에 들이대자, 깊숙한 곳에서 길고양이의 안광이 카메라를 향해 번뜩였다. 매탈남은 비록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저 고양이에게 뭔가 사정이 있다’고 느꼈다. 그는 배관 파이프 안으로 기어들어가 날카로운 돌부리를 헤치고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며 고양이의 안광이 번뜩이는 지점에 도달했다.

그곳에 새끼 고양이 6마리가 있었다. 파이프 안의 오염물질 때문에 새끼 고양이 중 몇은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상황이었다. 길고양이는 매탈남에게 자기 새끼들을 구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모양이었다. 결국 매탈남은 6마리 새끼 고양이를 구조해내는 데 성공한다.

우리는 특이한 장면이나 감동스러운 순간을 마주할 때 반사적으로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들곤 한다.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제 발전된 기술 덕분에 그 순간을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엔 너 나  할 것 없이 SNS에 각자의 일상을 올린다. 이를 통해 타인의 삶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다 보니, ‘격차’를 발견하게 되는 문제도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자존감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나 매탈남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의 긍정적 가능성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얻고 싶은 것들 중엔 ‘감동적인 순간’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결국 매체 자체를 문제시해봐야 소용이 없으며, 새로운 매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인간의 몫이라는 평범한 진실을 이 사례는 전달하는 듯하다.

기자명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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