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빠르게 성장한 유튜브 채널이 있다. 채널명은 ‘신 남성연대’. 두 달 만에 구독자 15만명을 넘겼다. 주로 ‘안티 페미니즘’ 집회를 촬영해 올리곤 한다. 그렇다고 무슨 심도 깊은 논리로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이들을 자극할 뿐이다. 그럼에도 빠르게 성장하는 걸 보니 바야흐로 ‘백래시(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의 시대가 코앞에 와 있지 않나 싶다.
‘신 남성연대’ 채널의 주역은 배 아무개씨다. 이전엔 유튜브 채널 ‘왕자’를 운영했다. N번방 희생자, 5·18 사상자, 세월호 유족 등을 모욕하거나 자신과 분쟁 중인 다른 극우 유튜버들에 대한 영상을 올리곤 했다. 그 내용은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수준이었다.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의 영상은 조두순 출소 당시 호송차 위에 올라가 발을 굴리는 장면이다. 어떤 정의감 때문이라기보다 이른바 ‘조두순 출소 코인’을 타기 위한 행위였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그는 ‘왕자’ 채널의 과거 영상들 가운데 상당수를 삭제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안티 페미니즘’ 코인 하나만 파기로 했나 보다. 혹은 과거를 세탁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지금 본인의 활동을 페미니즘에 대항해 ‘남성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것으로 포장해야 하는데, 과거 활동이 드러나면 남성 인권을 위해 투신했다는 ‘캐릭터’가 손상될 터이다.
그가 ‘신 남성연대’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페미니스트 교수의 학교로 찾아가서 연 집회다. 해당 교수는 “한국에서 태어난 남아가 어떻게 ‘관음충(변태적 훔쳐보기 성향을 벌레에 빗댄 속어)’으로 집단적으로 생장, 진화하는가를 분석”한 논문으로 ‘남성혐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교수신문〉 등 일부 언론에서도 논문 내용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배씨가 이른바 ‘남성 인권을 위해’ 선택한 방식은 해당 교수에 대한 성희롱이었다. 그의 채널에 가보면 그 교수에 대한 노골적인 성적 폭언이 제목으로 버젓이 걸려 있다. 차마 이 지면에 그대로 옮길 수도 없는 그 제목의 문장을, 배씨는 해당 교수의 학교 앞으로 마이크를 들고 쳐들어가 그대로 외쳐댄다. 이런 행위는 그 자체로 범죄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 교수를 피해자로 만들면서 정작 그 논문의 문제는 가려버린다.
이런 ‘코인팔이’가 흥행하는 기저에는
배씨는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페미니즘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페미니즘 아웃’을 외치며 망치로 삶은 돼지머리를 내리쳐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는 식이었다. 이런 행위들이 페미니즘과 무슨 관계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가장 노골적인 방식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자극해서 조회수 장사를 했다는 심증이 강하다.
이런 ‘코인팔이’가 흥행하는 기저에는 요즘 언론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이대남(20대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있을 것이다. 한 집단이 페미니즘에 이토록 극심하게 반발한다면, 그들 전부를 간편하게 ‘안티 페미니스트’나 ‘일베’로만 간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성별 간의 불평등을 보정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사회현상으로 보일 만큼 거대하고 극심한 갈등이 발생한다면 이 또한 공론장에 올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치나 언론의 영역에서 ‘대의’되지 못하는 바람에 누적된 박탈감과 울분이 결국 증오심으로 자라나 ‘왕자’ 같은 극단적 유튜버들의 코인팔이에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하물며 정치의 본령은 사회갈등을 조정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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