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올 한 해 ‘정치·선거 관여 댓글·트윗’뿐 아니라 2007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수사로 국정 전면에 등장하며 ‘양지’에서 활동했다. 지난 6월에는 2007년 남북 정상 간의 대화가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해 전문을 공개했다. 진두지휘는 남재준 원장이 했다. 무단 공개라는 비판이 일자 남 원장은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국정원의 명예 등을 위해 공개했다”라고 말했다. 정작 전문이 공개되고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다’는 여론이 높게 나오자, 국정원은 ‘NLL 포기가 맞다’는 해설 보도자료까지 냈다. 야권은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국정원이 수사를 맡은 ‘이석기 의원 사건’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석기 의원 재판은 현재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인데, 핵심 제보자뿐 아니라 증인으로 출석한 국정원 수사관들의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결국 국정원 수사 보고서 10여 건이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는 등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제공12월6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남재준 국정원장.
국정원 정치 개입 수사와 관련해서도, 남 원장은 수사를 방해한 장본인으로 지목되었다. 남 원장은 국정원 메인 컴퓨터인 슈퍼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불허했고,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로마자 표기법이 담긴 엉뚱한 문서를 건네기도 했다. 직원 배치표를 제공하지 않았고, 검찰이 트위터 계정에 대해 사실 조회를 요청하자 ‘국정원 직원이 쓴 계정이 아니’라는 허위 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원세훈·이종명·민병주 등 국정원 피고인의 변호인단에게는 트위터 계정에 대해 확인을 해줘 법정에서 검찰이 반발하기도 했다. 남 원장은 지난 10월17일 긴급체포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진술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검찰 수사팀에서는 남 원장의 지시를 두고 방어권 행사 수준을 넘어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직권남용죄가 될 수도 있다”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일탈이 계속되면서 개혁에 대한 요구도 빗발쳐 국회에 국정원 개혁 특위가 꾸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셀프 개혁’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받은 남 원장은 12월12일 국정원 개혁 특위에 A4용지 3장짜리 셀프 개혁안을 보고했다. 심리전단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보수 언론으로부터도 함량 미달 개혁안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성추행’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최악’

남재준 원장 외에도 올해는 최악의 인물 후보자가 많았다. 마지막까지 경합한 후보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외국 순방 중인 대통령을 수행하다 현지 대사관 채용 인턴을 성추행하는 사건을 일으킨 윤 전 대변인은, 해명 기자회견에서도 “격려의 의미로 허리를 한 번 툭 친 것뿐”이라는 변명을 해 ‘허리툭’이라는 유행어까지 낳았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일컬어 ‘홍어 택배’라는 등 막말 퍼레이드를 펼친 극우 사이트 ‘일간 베스트 저장소’도 최악의 인물 후보군에 올랐다. 틀었다 하면 ‘종북’ 운운하는 TV조선·채널A 같은 종합편성채널과 ‘기춘 대원군’이라 불릴 정도로 위세를 떨치는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도 올해 최악의 인물로 거론됐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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