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프로야구에 데뷔한 류현진은 곧바로 한국 최고 투수 반열에 오른다. 18승을 기록한 류현진은 신인왕과 동시에 MVP를 거머쥐었다. 30년 넘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신인이 다승왕과 MVP를 차지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7년 동안 류현진은 한국의 에이스였다. 하지만 소속 팀 한화의 타석이 허약해 실력만큼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한국의 대표 투수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이었다. 올해 초 미국에 건너갈 때만 해도 그의 앞날은 장밋빛이 아니었다. 시즌 전 러닝 훈련에서 몸무게 115㎏의 류현진이 꼴찌를 하자 언론은 그의 흡연 습관을 꼬집었다. LA 다저스가 류현진 이적료로 한화에 지급한 약 273억원(포스팅 비용 2573만 달러)이 거품이라는 기사도 쏟아졌다.
강타자 앞에서도 도망가는 법이 없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해, 192이닝을 던져 14승8패, 평균자책점 3.00, 탈삼진 154개. 30차례 선발에서 22경기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신인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다승과 평균자책점은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류현진은 큰 경기에 강했는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한국인 선수로는 첫 포스트시즌 승리였다. 신인왕급 활약이었다.
박찬호·추신수는 재능 있는 젊은 선수를 메이저리그 시스템으로 키워낸 경우다. 반면 류현진은 한국 시스템으로 키워진 첫 번째 선수다. 류현진이 활약하면서 한국 야구의 위상이 한 단계 올라갔다. 한국 선수들의 몸값도 함께 올라갔다. 〈LA 타임스〉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7년을 뛰었지만 메이저리그 신인으로서 수비·타격·투구 어느 것 하나 나쁘지 않았다. 류현진 때문에 더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한국 선수를 찾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LPGA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첫 한국인 박인비
여자 골퍼 박인비(25)도 올 한 해 해외에서 강하게 빛난 한국 스포츠 스타로 꼽힌다. 박인비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더니 이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거푸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 3연승’은 63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다. 메이저 대회 3연승을 포함해 올 시즌 6승. 세계 랭킹 1위와 상금왕도 당연 그녀의 몫이다. 박인비는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열아홉 살에 US오픈에서 최연소 우승한 뒤 박인비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열등감에 휩싸여 매일매일 울면서 골프를 그만두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유와 자신감을 찾은 후 박인비만의 폼을 갖게 된다. 그녀의 스윙은 약간은 뻣뻣하고 둔탁하다. 주말 골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한결같다.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다. 평소 냉정함을 잃지 않아 선수들 사이에서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박인비의 시대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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