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4월에는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대한항공으로 미국까지 가는 내내 ‘밥이 삭았다’ ‘라면이 덜 익었다’며 트집을 잡다가 들고 있던 잡지로 승무원의 눈 주위를 때렸다. 비슷한 시기, 강태수 프라임베이커리 사장은 호텔 주차 문제로 옥신각신하다 지갑으로 호텔 지배인의 뺨을 때려 ‘빵 회장’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처럼 ‘라면 상무’ ‘빵 회장’ ‘조폭 우유 영업사원’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을’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4~5월에 집중되었던 을들의 분노 표출이 불씨가 되어 올 한해 광장을 휩쓸었다.
종북몰이에 밀려 경제민주화 실종
5월 말에는, 레미콘 업체들이 KCC건설에 대해 집단으로 납품을 거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KCC건설이 납품대금을 9%나 깎는 ‘후려치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배송기사들에 대해 수수료 인하와 페널티 부과를 통보했다가 배송 거부에 밀려 포기했다. 지난 10월에는 욕설 녹취록이 또 하나 폭로됐다.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이 대리점 점주에게 반말과 욕설로 영업 포기를 강요한 내용이었다. 대리점 점주들이 판촉 및 카운슬러 육성 등으로 영업망을 키워놓으면 판매원 빼가기와 유·무언의 압력으로 운영권을 빼앗는, 이른바 ‘대리점 쪼개기(강탈)’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후 대리점 점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의 유력 후보들은 모두 경제민주화를 주장했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갑’이 ‘을’에게 불평등한 거래를 강요하고 괴롭히던 관행을 이제부터라도 중단시키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종북’이 정치적 의제들을 독점하면서 경제민주화는 실종되고 말았다. 그러자 ‘현장’의 ‘을’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 보면 진짜 경제민주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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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올해의 인물 ‘이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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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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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이후 처음이다. 〈시사IN〉이 정치 분야 올해의 인물을 뽑지 못했다. ‘정치 실종’이라는 관용구가 2013년만큼 어울리는 해를 꼽기도 무척 어렵다. 〈시사IN〉이 선정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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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예견했으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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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와 칠봉이 모르면 곤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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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장 빛난 스포츠 선수는 류현진(26·LA 다저스)이다. 라면·치킨·은행 등 광고계도 접수했다. 류현진은 자기 연봉(250만 달러·약 26억원)의 두 배가량을 광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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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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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올 한 해 ‘정치·선거 관여 댓글·트윗’뿐 아니라 2007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수사로 국정 전면에 등장하며 ‘양지’에서 활동했다. 지난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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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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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
사진으로 보는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