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말하는 것이 범죄가 될 순 없다.” “난 반역자도 영웅도 아닌 일개 미국인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도·감청 실태를 폭로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30)의 어록 중 일부다. 지난 6월 스노든의 폭로에 따르면 미국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도처에서 무차별적으로 도·감청을 해왔다.

폭로 직후 스노든에게는 ‘영웅’이라는 찬사와 ‘반역자’라는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미국 의회와 정부는 스노든을 반역자로 취급했다. 미국 국민의 시선은 찬반으로 팽팽하게 맞섰다. 스노든이 애국자인지 반역자인지를 묻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때그때 달랐다. 그는 반년 넘게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러시아 모스크바에 체류 중이다.

〈시사IN〉 편집국에서도 스노든은 단연 화제의 인물이었다. 국제 분야 올해의 인물 투표에서는 스노든에게 몰표가 쏟아졌다.

ⓒAP Photo폭로 직후 스노든에게는 찬사와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FP)〉도 스노든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12월11일(현지 시각) 발표한 ‘올해의 글로벌 사상가’ 목록에 에드워드 스노든을 가장 위에 올린 것이다. 〈포린 폴리시〉는 매년 글로벌 사상가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올해도 국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인물 133명과 단체 한 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포린 폴리시〉는 “올해 ‘국가의 감시’에 대한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다. 그간 익명의 내부 고발자와 달리 스노든은 신원을 밝히고 언론을 통해 국가의 감시 행위를 폭로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스노든의 행보는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 스노든 문건을 최초로 보도한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스노든이 지금까지 폭로한 내용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다. 〈가디언〉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국장은 12월3일 영국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언론에 드러난 내용은 스노든이 제공한 5만8000개 파일 중 1%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서방세계 스파이 명단이 담긴 ‘둠스데이(지구 최후의 날)’라는 파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노든은 〈가디언〉에서도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공개된 내용은 파일 중 1%에 불과하다”

러시아에 임시 망명 중인 그의 주장은 한결같다. 첫째, 미국 NSA를 개혁해야 한다. 둘째, 미국 정부는 자신을 반역자 취급하지 말고 받아달라. 셋째, 자신이 미국 연방의회에 출석해 NSA의 감시 활동을 직접 증언할 수 있다. 스노든은 지난 10월 말 러시아에서 독일 녹색당 한스 크리스티안 슈트뢰벨레 의원을 만나 미국 정부에 자신의 사면을 요청하는 서한을 대신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서한을 전달받은 미국 국무부는 “정부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라고만 밝혔다.

스노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미국의 방침은 완고하다. NSA에서 ‘스노든에 대한 조건부 사면을 고려 중’이라는 발언이 나왔지만 백악관이 일축해버렸다. NSA의 스노든 특별대책반을 이끄는 리처드 레짓이 12월15일 CBS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빼돌린 정보와 교환하는 조건으로 사면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지만 12월16일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이 정례회견에서 “스노든은 여전히 중범죄로 기소된 인물이다. 사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힌 것이다.

최근 스노든과 이메일 인터뷰를 한 〈타임〉의 보도에 따르면 스노든은 러시아에서 러시아어를 배우고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읽는다고 한다.

기자명 허은선 기자 다른기사 보기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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