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테러 대응훈련을 지켜보던 할아버지의 한마디 [포토IN] 조남진 기자 한·미 연합훈련인 ‘자유의 방패’ 훈련 마지막날인 3월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중앙선 가좌역 광장에서 테러 대응훈련이 진행되었다. 훈련 중임을 알리는 형광색 완장을 두른 예비군들이 삼삼오오 모여 훈련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공포탄이 발사되면서 훈련이 시작되자 총을 든 거동 수상자가 지하철 출입구로 도망쳤고, 일부 시민들이 소리를 지르며 전철역 방향으로 뛰어 들어갔다. 소방차와 구조대가 순서에 맞춰 총격 부상자를 이송한 뒤 폭발물 처리반이 의심물질을 확인하고 처리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경계근무를 문 닫은 대도시의 고등학교 [포토IN] 박미소 기자 도봉고등학교가 3월1일 폐교했다. 서울특별시 소재 공립 일반고등학교로는 최초다. 2003년 개교한 지 21년 만이다. 200명대를 유지하던 전교생 수는 점차 감소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에 따르면, 2021년 4월1일 기준으로 당시 전교생 수는 246명, 입학생은 63명이었다. 2022년은 각각 197명, 35명이었다. 2023년은 64명, 0명이었다. 폐교는 2022년에 행정적으로 결정됐다. 해당 연도에 입학한 1학년들은 2학기부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2023년에도 남아 있는 3학년 학생들이 졸업한 뒤에 폐교하는 방식이 이태원참사 500일, 진실을 찾아 다시 떠나는 길 [시선] 박미소 기자 봄볕 아래 찬 바람이 불던 날, 이태원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참사 500일을 이틀 앞둔 3월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앞에서 열린 추모문화제에는 유가족들을 비롯한 시민 200여 명과 강민정,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새진보연합 의원, 권영국 녹색정의당 국회의원 비례 후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영입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열린 ‘이태원 참사 500일 진실을 찾아 다시 떠나는 길, 3월에 태어난 별들을 기억하며’ 추모문화제에서는 3월에 태어난 희생자들의 생일을 함께 기렸다. 1 10년을 걷고 다시 걷는다 [포토IN] 신선영 기자 10년 전 아이들이 도착했어야 할 수학여행지에 엄마·아빠들이 왔다. 2월25일 오전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10주기 위원회’가 제주 성산일출봉 매표소 앞에서 긴 여정의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첫 발언으로 2학년 1반 김수진 학생의 아빠 김종기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다가오는 10주기는 지난 10년의 마무리가 아닌, 앞으로의 10년을 이어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 시민행진단의 첫 발걸음을 우리 아이들이 오고 싶어 했던 제주에 노래 만드는 일터, 노들노래공장 [포토IN] 신선영 기자 “오늘은 뭐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볼까요?” 2월19일 오후 노들노래공장(노노공)의 강사 만수씨(35·음악가 이민휘)가 노들장애인야학에 모인 중증 발달장애인 노동자 10명에게 물었다. ‘바다’ ‘친구의 마음’ ‘이사’ ‘고장’ 등 각자 떠오르는 단어들을 제안했다. 거수투표 결과 ‘바다’로 정해지자, 만수씨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바다 하면 뭐가 생각나요? 바다에 왜 가고 싶어요?” 후반부 가사를 지을 즈음, 바다 주제를 제안했던 황임실씨(47)가 화가 난다며 ‘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가 안정을 되찾자 이윽고 가사가 정해졌다. 68세에 나선 ‘명랑노년탐사기’ [포토IN] 박미소 기자 느즈막한 아침. 헝클어진 회색빛 머리칼을 얼기설기 땋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다. 좋아하는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산책을 하고, 도서관을 놀이터 삼아 1시간쯤 돌아본다. 집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허기가 질 즈음 달걀말이와 가자미구이를 하고, 미리 무쳐놓은 나물들을 갓 지은 밥 위에 올려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동네를 여행하듯 거닐다가 동네 문화센터에서 중국어 강좌를 듣는다. 수업이 끝나면 동료 수강생들과 조금은 모자란 중국어로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간다. 1월의 비통한 마음으로 다시 거리 나선 이태원참사 유가족들 [시선] 박미소 기자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대통령이 이태원참사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에 종합 지원책을 내놓은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서다.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이태원시민대책회의, 거부권비상행동 등은 2월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분향소에서부터 현수막을 들고 종로, 을지로 일대를 지나 정부서울청사 앞까지 행진했다.고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정부가 특별법을 거부하고 지원책을 내놓자 다시 (2차가해성) 댓글이 난무한다. 저희의 바람은 (보상이 아닌) 사회적 참사가 진상규명되는 것”이라 밝혔다. 이정민 유 15년 전 그날, 망루에는 사람이 있었다 [포토IN] 이명익 기자 “사실 예전에는 용산 참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참사들은 되풀이되고,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어요. 15년 전 일이지만 그냥 계속 동시대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잊으면 안 되겠다 싶었고, 그때 몰랐던 걸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아들과 같이 왔어요.”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1월20일 오후, 아들 김재윤 군(12)의 손을 꼭 잡은 신민정씨(45)는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 국화를 내려놓았다. 그 자리에 들어선 43층 건물을 일행들이 한 번씩 올려다본 뒤 우리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포토IN] 이명익 기자 “여기 구미공장은 LG에, 평택공장은 삼성에 납품을 합니다.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난 뒤 여기서 납품해야 할 물량을 평택에서 납품하려고 저희 조합원들이 올라가서 스펙 정합(LG의 납품 기준에 맞추는 작업)도 하곤 했어요. 그렇게 일을 해왔는데, 고용승계는 안 된다고 합니다. 다른 법인이라고···.”전화 통화를 하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38)은 ‘다른 법인’이라고 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엔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 공장들이 멈춰 서면서 이태원 참사 유족들, 눈물의 삭발 [시선] 조남진 기자 1월18일 오후 1시께. 보라색 옷을 입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서로를 위로하던 유가족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조사대상이 되고 책임이 밝혀질까 봐 두려운 것이냐. 국민의힘은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국민의 처절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이날 오전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첫 의원총회에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 마음으로 운영하는 식당 ‘청년 밥상 문간’ [포토IN] 이명익 기자 “저희 식당은 맛집으로 알려졌으면 해요. 가성비 좋은 맛집이요. 가난하고 어려운 청년을 위한 식당으로만 알려지면 청년들이 오는 걸 부담스러워하거든요. 그냥 그들이 편하고 맛있게 먹고 갈 수 있는 문턱 낮은 식당이었으면 해요.”식탁을 닦는 이문수 신부 어깨 너머로 구수한 밥 냄새가 넘어온다. 주방에서는 솥째 김치를 볶는 냄새가 매콤하게 풍겨왔다. 오전 11시, 식당 문을 열자 어느새 자리는 만석. 각자 취향에 맞게 라면 사리를 추가하거나 고기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이지만 밥과 반찬은 무제한이다. 3000원짜리 2학년 7반 정동수 학생 아빠 정성욱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 신선영 기자 정성욱씨(54)는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후로 목포 신항에서 2년 넘게 지냈다. 현재 그는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부서장을 맡고 있다. 10년 동안 모은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저는 딱 한 가지 마음이었어요. 죽어서 아들을 만날지도 모르는데, 떳떳한 아빠로 남고 싶다는 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싶다. 그거 하나만 생각하며 왔어요. 요즘 저는 매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저희가 10년 동안 모은 자료가 있어요.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에서 빨래하세요 [포토IN] 조남진 기자 “기름 묻은 건 애벌빨래를 한번 해줘야 해요.” 2023년 12월2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연초면 오비리에 있는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블루클리닝’에서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선소 하청회사에서 수거해온 박스가 열리자 쇳가루가 묻거나 기름 범벅이 된 작업복들이 먼지를 날리며 쏟아져 나왔다.작업복을 주인에게 정확히 보내주기 위해 작업자들이 이름과 수량을 일일이 확인했다. 그런 다음 기름에 오염된 옷가지는 따로 골라내 일일이 솔로 비벼서 기름얼룩을 제거했다.초대형 세탁기로 옮겨진 작업복들은 70분 동안 세탁한다. 힘찬 물 모든 전쟁에 반대한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최진영(소설가) 어릴 때는 ‘놀이’의 일부였다. 청소년 시기에는 ‘공부하고 외울 것’이었다. 어른이 된 뒤에야 ‘일어나서는 안 될 인재(人災)’임을 비로소 절감했다. 거주지에 폭탄을 투하하면서, 사람을 죽이면서 승리와 정의를 외치는 잔인한 행위. 이념이나 신념 때문에 전쟁할 리 없다. 돈 때문에, 더 많이 갖기 위해 학살한다. 전쟁이 없었다면 일상의 무수한 기쁨과 행복을 누렸을 아이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지금도 무참히 죽어간다. 단숨에 산산조각 나는 삶.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원통한 죽음.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소중하다. 그 어떤 존재도 전쟁을 ‘분단’의 풍경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임병식·글 서영걸(사진가·기획자) 분단, 남북 대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철책선을 경계로 총 든 군인들의 이미지는 빠지지 않을 것이다. 휴전선이라 불리는 ‘진짜’ 군사분계선에는 정작 팻말밖에 없다. 상주하는 군인도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2㎞ 떨어진 남방한계선 GOP다.사진과 기억은 닮아 있다. 기억이 불완전하듯, 사진도 마찬가지다. 사진 한 장은 하나의 사실을 증명할 뿐, 진실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사진의 힘은 믿음이 강화한 신화에 불과하다. 사진 한 장이 그 복잡한 역사를 온전히 다 담을 수 있을까?미·중·러가 만들어내고 있는 신냉전의 잃은 이를 돌려드릴 수 없을지라도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이명익·신선영·박미소, 글 정세랑(소설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언제나 경계했어야 했는데 처참히 실패했다. 하지만 책임자들은 1년이 지나도록 그 실패의 앞뒤와 구조적 원인을 살피기는커녕, 미흡한 조사를 서둘러 마무리 짓기 위한 변명과 거짓말만을 남발하는 중이다. 우리가 들어야 할 것은 그런 말들이 아니라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목소리다. 잃은 이를 돌려드릴 수 없고 다친 곳을 지워드릴 수 없어도 함께 듣는 것으로 그다음을 향할 수 있다. 미래의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진실뿐이라는 걸 깨달은 이들은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소멸하는 것에 대한 애도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양경준·글 최의택(소설가) 눈을 뜨고 일어나 인터넷을 확인할 때마다 뭉텅뭉텅 사람들이 소멸한다. 문자와 숫자로만 존재하는, 아니 존재했던 사람들이 소멸하는 것을 오늘도 나는 소비한다.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기분이 잘못 삼켜버린 알약처럼 목구멍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본능적으로 그것을 삼켜버리기 위해 마른침을 꼴깍꼴깍 넘겨보지만 괜히 목만 까끌까끌해질 뿐이다. 일상이나마 소화시키기 위해 소멸된 사람들을 잊는다. 보지 않는다.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려고 애쓴다. 일상의 문제들은 그러한 노력에 보답한다. 어느 정도는. 하지만 억지로 잊는다고, 그들은 오늘도 빨래를 한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김민·글 송승언(시인)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갇혀 있다.대체복무자들의 일상은 안온해 보인다.어쩌면 나의 찌든 일상보다 더.그러나 그들은 갇혀 있다. 신념에 따라살인술을 배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해.내가 한때 익힌 바 있는 그 기술로오늘도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그것은 반복되는 고통 체험이고랜선을 타고 흐르는 고통을 통해 우리는 연결된다.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갇힌다. 그 연결로 인해.그는 안에 있고 나는 밖에 있지만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우리는 연결된다.혐오스러운 정치와백린탄이 쏟아지는 마을 풍경과죽어가는 희생자들과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갇 어떤 안전한 세상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김지연(소설가) 어떤 한국 남성들이 각종 매체에 은밀하게 숨겨진 사인(한국 남성의 성기가 아주 작다고 조롱한다는 집게손가락 이미지)이 있다며 그것을 만든 사람을 찾아내 해고하기 위해 힘을 쏟고, 기업과 정부기관이 그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굴복할 때에, 어떤 한국 여성들은 진짜로 죽는다. 죽으면 안 되는 이유로, 죽어서는 안 되는 방식으로 죽임을 당한다.어떤 사람들은 한국의 좋은 점으로 안전한 밤거리를 꼽는다. 물론 한국의 밤거리는 안전한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어떤 한국 여성들은 혼자 밤길을 걸을 때 누군가 뒤따라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부터 한다 홀로 버티지 않기 위하여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신선영·글 김혜영(고 이한빛 PD 어머니) 참사 유가족이 또 다른 참사의 추모식, 참사 현장을 찾아가 유가족을 만나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생명안전버스를 탄 것은 유가족의 외로운 손을 잡고 함께 기억하고 곁이 되어 서로 부축하고 위로받고 싶어서였다.재난 참사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정부의 대처 방법이나 책임 떠넘기기 또한 대구지하철 참사부터 이태원 참사까지 너무나 똑같았다.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었고 피해자들 역시 각자도생해야 했다. 그들은 여전히 삶을 흔들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안고 버티어가며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기억이란 단지 그날 참사가 있었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