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예전에는 용산 참사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참사들은 되풀이되고, 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어요. 15년 전 일이지만 그냥 계속 동시대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잊으면 안 되겠다 싶었고, 그때 몰랐던 걸 조금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아들과 같이 왔어요.”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1월20일 오후, 아들 김재윤 군(12)의 손을 꼭 잡은 신민정씨(45)는 서울 용산구 ‘남일당 터’에 국화를 내려놓았다. 그 자리에 들어선 43층 건물을 일행들이 한 번씩 올려다본 뒤 용산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시작했다. 신씨는 말없이 한 팔로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2009년 1월20일, 이곳 용산 남일당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 재개발에 반대하던 철거민 32명이 건물 옥상 망루에 올라 점거 농성을 벌였다. 농성 시작 단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고, 망루에 난 불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다.
용산 참사 이후에도 개발지구에서 쫓겨나는 철거민들은 여전히 많았다. 이에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참사를 기억하고 대안적인 도시개발의 미래를 상상해보자는 취지로 2022년부터 ‘용산다크투어’를 시작했다. 용산역 광장을 출발해 홈리스 텐트촌, 용산 정비창 부지, 전자상가 일대 등을 2시간가량 둘러본 뒤 용산 참사 현장에서 추모식으로 투어를 마치는 행사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2009년에 발표된 뉴타운 재개발 실태조사를 보면, 재개발 이전에는 전세가 4000만원 미만 주택 비율이 83%였다. 뉴타운 이후 전세가 4000만원 미만은 0%가 되었다. 여기 용산도 전세가 4000만~5000만원 주택들이 있는 동네였는데, 지금은 전세가 13억에서 15억원인 지역으로 변했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서울시 평균인 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 이하다. 이게 용산 참사의 본질이다. 가난한 서민들이 살아가던 곳이 수십억 원 자산가들이 사는 곳으로 바뀌었다. 재개발·재건축·규제완화… 이런 방식의 개발을 우리가 언제까지 용납할지 질문을 던지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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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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