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8일 오전 이문수 신부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청년 밥상 문간’에서 식당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월8일 오전 이문수 신부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청년 밥상 문간’에서 식당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저희 식당은 맛집으로 알려졌으면 해요. 가성비 좋은 맛집이요. 가난하고 어려운 청년을 위한 식당으로만 알려지면 청년들이 오는 걸 부담스러워하거든요. 그냥 그들이 편하고 맛있게 먹고 갈 수 있는 문턱 낮은 식당이었으면 해요.”

식탁을 닦는 이문수 신부 어깨 너머로 구수한 밥 냄새가 넘어온다. 주방에서는 솥째 김치를 볶는 냄새가 매콤하게 풍겨왔다. 오전 11시, 식당 문을 열자 어느새 자리는 만석. 각자 취향에 맞게 라면 사리를 추가하거나 고기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이지만 밥과 반찬은 무제한이다. 3000원짜리 한 상이라기엔 맛도 양도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다.

3000원에 정성껏 끓여낸 청년 밥상 문간의 김치찌개. 라면을 추가하고 고기 사리를 추가해도 가격은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시사IN 이명익
3000원에 정성껏 끓여 낸 청년 밥상 문간의 김치찌개. 라면을 추가하고 고기 사리를 추가해도 가격은 5000원을 넘지 않는다. ⓒ시사IN 이명익

이문수 신부가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식당 ‘청년 밥상 문간’을 차린 건 2015년.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 청년의 소식을 접한 이후다. 성직자로서 충격이 컸다. 주위에 그런 청년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고민은 깊어졌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2년의 준비를 거쳐 2017년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로 식당을 열었다.

“처음엔 무료 식당으로 운영할까 생각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무료인 청년 식당? 저라도 안 갈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목사님이 운영하는 청소년 식당에서 3000원을 받는다니까, 청년들한테도 3000원 정도면 눈치 보지 않고 올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7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모든 청년의 끼니를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는 식당이 된다면, 저희로서는 그거면 충분해요.”

오전 11시에 문을 연 식당은 12시가 되면 식당 밖 계단까지 손님으로 가득 찬다. ⓒ시사IN 이명익
오전 11시에 문을 연 식당은 12시가 되면 식당 밖 계단까지 손님으로 가득 찬다. ⓒ시사IN 이명익
손님들로 가득 찬 청년 밥상 문간. ⓒ시사IN 이명익
손님들로 가득 찬 청년 밥상 문간. ⓒ시사IN 이명익
서울 정릉동에 위치한 청년 밥상 문간은 이화여대와 낙성대 근처, 제주도에도 분점을 냈다. ⓒ시사IN 이명익
서울 정릉동에 위치한 청년 밥상 문간은 이화여대와 낙성대 근처, 제주도에도 분점을 냈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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