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15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국가산업단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출하동 옥상에서 고공 농성 중인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왼쪽)과 소현숙 조직2부장. 두 사람이 햇살을 등지고 공장 아래 조합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월15일 오후 경북 구미시 국가산업단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출하동 옥상에서 고공 농성 중인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왼쪽)과 소현숙 조직2부장. 두 사람이 햇살을 등지고 공장 아래 조합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여기 구미공장은 LG에, 평택공장은 삼성에 납품을 합니다. 구미공장에서 화재가 난 뒤 여기서 납품해야 할 물량을 평택에서 납품하려고 저희 조합원들이 올라가서 스펙 정합(LG의 납품 기준에 맞추는 작업)도 하곤 했어요. 그렇게 일을 해왔는데, 고용승계는 안 된다고 합니다. 다른 법인이라고···.”

전화 통화를 하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38)은 ‘다른 법인’이라고 하다가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엔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중국 공장들이 멈춰 서면서 일손이 모자랄 정도였다.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 그즈음 공장에 화재가 났다.

“2019년, 2020년에 희망퇴직한 사람들이 재입사를 했어요. 늘어난 물량을 맞추는 데 숙련된 인력만큼 적임자는 없었거든요. 그러다 화재가 나고 희망퇴직을 받았어요. 공장을 떠날 수 없던 노동자들은 평택공장이라도 좋으니 고용승계를 요구했죠.”

화재로 전소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을 드론으로 촬영한 풍경. ⓒ시사IN 이명익
화재로 전소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을 드론으로 촬영한 풍경. ⓒ시사IN 이명익

노동자들이 남은 공장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일본 니토덴코그룹의 자회사다. 평택에 있는 한국니토옵티칼과는 법인이 다르다. 하지만 구미·평택 공장 모두 니토덴코그룹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2022년 10월 화재 이후로 니토덴코그룹은 공장 청산을 결정했다. 청산 결정에 반대한 노동자 11명은 회사의 희망퇴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1년간 공장에서 농성을 벌였다. 그리고 지난 1월8일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이 공장 옥상에 올라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저는 12년, 소현숙 동지는 16년을 일했거든요. 청춘을 다 바친 공장입니다. 겨우 11명 남은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저희는 그냥 쓰다 버리는 소모품인가요? 필요할 땐 쓰고, 필요 없어지니까 버린다? 저희는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다시 공장으로 돌아갈 겁니다.”

회사의 희망퇴직 제안 이후 남은 노동자는 17명이었다. 이제는 노동자 11명이 남아 평택에 있는 한국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회사의 희망퇴직 제안 이후 남은 노동자는 17명이었다. 이제는 노동자 11명이 남아 평택에 있는 한국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의 깨진 유리창에 공장 옆 아파트 단지가 비치고 있다. 이 아파트에 노동자들이 살기도 했다. ⓒ시사IN 이명익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의 깨진 유리창에 공장 옆 아파트 단지가 비치고 있다. 이 아파트에 노동자들이 살기도 했다. ⓒ시사IN 이명익
1월15일 저녁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도르래를 이용해 밧줄에 매달린 음식을 받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1월15일 저녁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도르래를 이용해 밧줄에 매달린 음식을 받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노동자들의 염원이 공장 바닥에 그려져 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얼마 전 공장 철거를 방해했다며 조합원들의 전세 보증금 등 모두 4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시사IN 이명익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노동자들의 염원이 공장 바닥에 그려져 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얼마 전 공장 철거를 방해했다며 조합원들의 전세 보증금 등 모두 4억원의 가압류를 신청했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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