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컬트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내 느낌에는 그가 조만간 거물이 되려는 시도를 할 것만 같다.”한국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온 책이다.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보낸 찰스 맨슨은 심리적 조작을 통해 자신을 따르게 된 ‘패밀리(추종자)’와 함께 살인·강도 등 각종 기행을 벌였다. 놀랍게도 이들의 강력한 결속력은 오직 맨슨의 말과 행동, 그릇된 믿음에서 자라났다. 마셜 허프 애플화이트는 신생 종교인 ‘천국문’을 만들었는데, 신도들은 전용 숙소에서 기거하 17년 멈춘 연금개혁 한 걸음 나아가려면 전혜원 기자 한국 사회가 2007년 이후 17년 넘게 연금개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연금개혁을 두고 첫 공론조사가 진행됐다. 공론조사란 별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여론조사와 달리 학습과 토론 등 ‘숙의(깊이 생각해 충분히 논의함)’를 거치게 한 뒤 의견을 묻는 조사다. 국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시민 1만명 중에서 성·연령·지역, 연금개혁에 대한 의견 분포를 고려해 시민대표단 500명을 선발했다. 공론조사 결과, 끝까지 참여한 492명 중에서 ‘더 내고 더 받기’(1안)를 선택한 시민이 56.0%였다. ‘더 내고 그대로 받 열사 호칭 어색하지만 잊히지 않으려면 강릉·이상원 기자 5월1일 노동절은 김선희씨 가족에게 기일이다. 지난해 5월1일 김씨의 남편인 건설노동자 양회동씨가 몸에 불을 붙였다. 경찰이 양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건설사에 조합원 채용 등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공갈·업무방해를 했다는 혐의를 뒀다. 보름 뒤 〈조선일보〉는 ‘분신 현장의 건설노조 간부가 양씨를 막지 않았다’는 기사를 냈다.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도를 인용해 의혹을 증폭시키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다. 올해 3월 경찰은 해당 노조 간부를 불송치(각하)했다. 자살 방조 혐의가 없다고 본 것이다.양회 소멸해가는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 김이경 (작가) 제주 동백동산은 세상의 소란 속에서도 고요하다. 하늘을 가린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걷는다. 다리가 무거워질 즈음 걸음을 멈춘다. 발아래, 굵은 철망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컴컴한 구멍을 바라본다. 도틀굴이다. 70여 년이 흘렀어도 생생한 공포. 저 구멍으로 들어갈 때의 심정을, 굴속에서 귀를 세우고 하루 한시를 천년처럼 보냈을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 끝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후 시간을 생각한다.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고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가.예전엔 싸움을 택한 이들의 시간을 생각했다. 그 치열함을 거울 삼아 살았다. 성공해서 실패한 진보 정당 20년사의 역설 전혜원 기자 녹색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0석을 얻었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2.14%를 받아 최소 득표율 3%를 넘지 못했다.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 심상정은 경기 고양갑에서 3위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연합한 두 당(녹색당과 정의당)은 다시 분리될 예정이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의원 6명이 있던 제3당 정의당은, 이제 소속 의원이 없는 원외정당이 된다.정의당의 뿌리는 민주노동당이라는 정당이다. 2000년 창당해 2004년에는 10석을 얻기도 했다. 당시 같은 민주노동당에 속했다가 이후 정의당과 갈라선 세력인 진보 “이것도 인권이야?” 물을 때, 가장 먼저 답한 ‘공감’ 20년 [사람IN] 김은지 기자 ‘공감’이 20년을 맞이했다. 국내 최초로 공익 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비영리 변호사 단체다. 4명으로 시작한 공감은 현재 박영아(50)·김지림(35)·장서연(46)·조미연(35)·황필규(56) 변호사(왼쪽부터) 등 12명이 함께하고 있다. 첫발을 디딘 2004년은 다양한 인권 이슈가 태동하던 때였다. 장애·이주·성소수자 등 당시만 하더라도 인권 담론에 잘 들어오지 않던 사건에 공감이 나섰다.산업연수생 개념에 머물던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2007년 여수 외국인보호소에서 불이 나 구금돼 있던 이주민 10명이 ‘중립금리’ 상승이 미국 금리인하 미룰까 이종태 기자 미국의 일자리가 자꾸 늘어나는 바람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시름에 잠겼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에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내리지 않으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내리기 어렵다.지난 4월5일, 미국 노동부는 3월의 ‘농업 이외 일자리’가 전월(2월)보다 30만3000건이나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2월의 3.9%에서 3.8%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연준의 정책위원들은 기준금리(4월 초 현재 5.25~5.5%)가 “2024년에 0.7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다 아카이브 전문가들이 파업을 벌이면? 임윤희 (도서출판 나무연필 대표, <도서관 여행하는 법> 저자) 17년 전, 캐나다 밴쿠버를 여행하다가 도서관 파업을 목격한 적이 있다. 구체적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돌아온 게 오래도록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 다시 밴쿠버에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그 시절 파업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밴쿠버 공공도서관 7층의 스페셜 컬렉션실. 이곳은 도서관에서 갈무리한 가장 귀한 자료들을 별도로 관리하며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공간이다. 여기에 ‘밴쿠버 공공도서관: CUPE 391 파업 아카이브’라는 자료가 있었다. 사서에게 자료명과 청구기호를 제출했더니, 10㎝ 정도 두께의 검정색 파일 다섯 개가 카트에 실려 왔 “우리 철이는 빨갱이가 아니었다” [기자들의 시선] 김영화 기자 이 주의 변론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실한 것은 기본권 침해일까? 이를 다투는 기후위기 헌법소원의 첫 공개 변론이 4월23일 열린다. 2020년 3월 청소년 기후활동가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3년 만이다. 그사이 ‘청구인’에 시민사회단체와 영유아 등 시민이 추가되었다. 이들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이행계획이 부실해 2030년 이후를 살아갈 세대에게 막대한 부담과 피해를 전가한다”라고 호소했다. 최근 5년간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열린 기후 소송에서는 정부의 대응 부실이 국민이 건강하게 살 권리를 침해한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진보의 척탄병’이고자 했던 홍세화에 대한 사소한 기억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작가, 언론인, 사회운동가, 장발장은행장, 전 진보신당 대표 등. 여러 직함이 있는데, 그가 쓴 책을 청년기에 감명 깊게 읽어서인지, 나에게 홍세화는 ‘홍세화 선생’이다. 기사 마감 작업을 하던 4월18일 정오. 그의 부고를 접하고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지금은 아니지만 십몇 년 전에 근처 동네에 살아 더러 만날 일이 있었다.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출간 이후 그가 귀국해 벌인 활동이나 기여 같은 큰 얘기보다 동네에서 마주쳤던 ‘사소한 기억들’이 먼저 떠올랐다.스물대여섯 명이 참석한 한 진보 정당 지역 모임에 가본 적이 있다 시사IN 제867호 - 진보 정당 20년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대화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영화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은지 기자 포토IN/열 번째 봄, 다시 기억을 다짐하다COVER STORY IN‘성공했기에 실패한’ 진보 정당 20년사민주노동당 후신인 녹색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0석을 얻었다. 민주당과 연대하지 않은 진보 정당은 국회 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처음 원내에 진출한 진보 정당의 20년사를 짚었다.ISSUE IN 여론조사 읽으려면 이념 성향 비율부터 ‘관권 선거’ 불사한 고집, 공수표 된 민생토론회 초3부터 직장인까지 의사가 되려 독자와의 대화 시사IN 편집국 3월30일 〈시사IN〉 유튜브 첫 공개방송을 앞두고 편집국에 개나리, 벚꽃, 갯무꽃, 유채꽃 등 갖가지 야생화로 꾸며진 꽃바구니가 하나 도착했다.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못하는 사실을 끈기 있게 발굴하여 성실하게 조명하는 〈시사IN〉과 〈시사IN〉 유튜브 제작팀 첫 공개방송을 이 봄날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독자 양 아무개씨(유튜브 닉네임 ‘sj양’)가 꽃바구니와 함께 보낸 메시지였다. 쿰쿰하던 편집국 공기가 한동안 꽃향기로 상큼해졌다.양씨는 〈시사IN〉 종이책 구독자이기도, 〈시사IN〉 유튜브 채널 구독자이기도, 〈시사IN〉 기자 ‘태양절’ 용어 변경은 김정은의 홀로서기?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4월15일은 북한에서는 최대 명절이다. 고 김일성 주석 생일이다. 1997년 북한의 당과 국가기관은 이날을 ‘태양절’이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수령 우상화 조치 가운데 하나다. 김일성 주석 112주년 생일인 올해는 태양절이라는 표현이 줄고 있다.통일부 당국자가 “금년 2월18일부터 광명성절(2월16일·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태양절 용어를 쓰지 않다가 4월15일 〈노동신문〉 관련 보도에서 (태양절 표현을) 한 차례 썼고, 그 이후로는 모두 ‘4·15’나 ‘4월 명절’로 대체해서 쓰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올해 김일성 우리는 이미 ‘사이보그’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위키백과에 따르면, 사이보그(cyborg)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와 유기체(organism)의 합성어로 기계와 인간의 결합체인 개조 인간을 의미한다. 영화 〈공각기동대〉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의 SF에 등장했던 익숙한 존재다. 우리는 사이보그에 대해 양면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간의 몸에 기계가 결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이는 사이보그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을 보면 사이보그야말로 인류의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이 글에서 우리는 이미 최저임금 인상 그 후 ‘승자와 패자’는 누구 뉴욕·양호경 (자유기고가) 4월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패스트푸드업 노동자 최저임금이 시간당 16달러(약 2만1650원)에서 20달러(약 2만7080원)로 인상됐다. 주 단위에서 최저 시급 20달러가 보장된 것은 최초다. 대략 노동자 50만명이 적용 대상이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입법을 추진한 서비스노동자 국제노조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업체 연합 조직인 국제프랜차이즈협회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가 상반된 입장을 밝혔지만, 최저 시급 20달러 도입은 타협의 결과물이다. 캘리포니아주 민주당 의원들의 주도로 결 미세 좌절의 시대 그래서 읽고 쓴다 김영화 기자 녹음 버튼을 누르자 장강명 작가가 말했다. “저도 ‘클로바 노트’ 많이 써요.”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AI 서비스로, 녹취할 일이 많은 기자들이 자주 쓴다. 그에게도 지난해 말부터 열중하고 있는 취재가 있었다. AI에 관한 논픽션을 쓰기 위해 전현직 바둑 기사 30여 명을 인터뷰했다. 알파고 대전이 8년 전 일이다. “AI 기자나 AI 소설가가 나오면 곧 언론계, 문학계 종사자들이 아노미를 느낄 텐데, 그런 일이 바둑계에 먼저 있었던 거잖아요. 바둑기사들은 그때 무엇을 느꼈고, 바둑 두는 법은 어떻게 바뀌었나 알고 싶었어요.” 비자금 조성한 재벌이 순진한 피해자라고? 김선영 (칼럼니스트) ※드라마 〈눈물의 여왕〉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K드라마에서 ‘재벌’은 이제 필수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의 재벌 캐릭터는 신데렐라 스토리, 복수극, 사회극 등 특정 장르군에 주로 등장했으나, 요즘에는 재벌이 나오지 않는 작품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올해 1분기만 해도 〈열녀 박씨 계약결혼뎐〉(MBC), 〈마이 데몬〉(SBS), 〈내 남편과 결혼해줘〉(tvN), 〈재벌X형사〉(SBS), 〈멱살 한번 잡힙시다〉(KBS), 〈로열 로더〉(디즈니플러스), 〈피라미드 게임〉(티빙), 〈웨딩 임파서블〉(tvN), 〈눈 ‘미래’에 대해 아직 나누지 못한 것들 장정일 (소설가)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4)은 30대 기자이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1)을 쓴 저자이기도 한 전혜원과 연금·재정을 오랫동안 연구한 60대 사회학자 오건호의 대담집이다. 국민연금은 1986년 국민연금법이 공포된 이후, 2006년부터 전 국민에게 의무 가입이 적용되었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이 끊긴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한 국가정책으로, 개개의 시민에게 민간 보험사보다는 국가가 좀 더 보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2023년 11월 기준으로 남성 노령연금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펴냄“한국인이 아는 영국은 잘못된 영국이 많습니다.”지은이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가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 40년 넘게 영국에 살며 한국인의 눈에 비친 영국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영국과 유럽 문화에 대해 여러 매체에 기고했다. 영국 국기 유니언잭은 서울의 어느 카페 소파 쿠션에도 있고, 머그잔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막상 영국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소감이다. 예를 들어 영국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말이 그렇다. 영국의 모든 법률은 북한은 왜 일본이 아니라 중국을 택했을까 남문희 편집위원 지난 3월20일 아시아축구협회(AFC)는 북한축구협회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3월26일 평양에서 열기로 한 2026 북중미월드컵 일본과의 예선전 경기를 중립국 경기장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말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일본에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연쇄상구균독성쇼크증후군(STSS)’ 유입을 우려해서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일본 측은 회의적이었다. 일본 외무성은 “평양에서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기를 원치 않는 것 같다”라고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