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사실 별로 기쁘지 않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거의 확실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어쨌거나 노사관계에 관한 법이다. 노동자뿐 아니라 사업주를 대변하는 정당과도 합의한 변화만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오래갈 수 있다. 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이 못내 아쉬웠다.
법 내용도 당초 논의와 달라졌다. 법원이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항상 인용하는 조항이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다. ‘이 법에 의한 파업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노조법 제3조는, ‘(이 법에 의한) 합법 파업이 아니면 손배 청구를 당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되어왔다.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므로, 과도한 손배 청구로 파업 자체를 처벌하는 것과 같은 현 구조를 바꾸자는 게 애초 노란봉투법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 5명이 점거파업을 벌여 470억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서 논점이 확장된다. 노조법 제2조의 ‘사용자’ 개념에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를 포함하자는 내용이 노란봉투법으로 포섭된 것이다. 애초에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과 교섭을 할 수 있었다면, 극단적인 점거농성까지는 하지 않았으리라는 논리다.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사실상 3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관철하지 못하고 2조를 얻어낸 셈이 됐다. 그리고 2조를 받을 수 없던 국민의힘에 의해 좌절됐다.
노조법 2조로 전선을 넓힌 게 옳았을까? 공급망에서 바로 윗단계 원청이 대기업이거나 공기업인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원청을 특정할 수 없는 수많은 중소기업 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 프리랜서도 있다. 이들에게도 노조법 2조 개정이 자신의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다가왔을까. 대우조선 원·하청 노동자는 이미 같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속해 있는데, 정말로 법을 개정해야만 원·하청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걸까. 노란봉투법이 남긴 질문을 무겁게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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