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존경심으로 개발 미망으로 잊은 감성을 흔들어 깨우는 소설가 최성각씨.

언제나 그렇지만, 황우석 사기극이 터졌을 때 특히 그랬다. 98 대 2라는 놀라운 열광을 등에 업은 연구자가 제 사기극을 애국으로 위장할 때, 답답한 마음은 어디 문학인이 없나 두리번거려야 했다. 당시 미사여구를 총동원하며 상식이 부족한 독자를 깊숙한 미혹으로 밀어 넣은 중견 시인은 있었지만, 미혹에 빠진 시민들을 구해내는 문학인은 찾기 어려웠다. 감성적 언어로 생명공학의 생태적 문제를 속 시원하게 까발리는 시나 소설이 그리웠다.

환경 위기 시대에 이대로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공계든 인문계든 생태적일 수밖에 없다. 대안 찾기에 고민한다면 문학도 생태적이어야 할 터. 두리번거릴 때, 〈달려라 냇물아〉가 환하게 다가왔다. 녹색평론사에서 발행한 최성각 산문집이다. 세계를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에 의해 능욕당하는 자연과 민중의 편에서 행동하는 그는 숨이 긴 소설을 쓸 여유를 차마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자연과 민중에 폭력을 일삼는 탐욕스런 정치와 자본의 권력자에 맞서 원고를 뜨겁게 채우며 진실을 드러내야 했으리라.

달려라, 냇물아! 맞다. 냇물은 당연히 달려야 한다. 산기슭에서 모여 강으로, 그리고 바다로 생명을 담고 달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냇물은 달리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복개돼 눈 밖으로 사라졌거나 정체돼 오염되었다. 흐르지 않는 냇물에 어떠한 자연도 깃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나섰다. 문제는 자연에 대한 존경심이다. 개발 미망으로 잊은 감성을 흔들어 깨워야 했다. 그래서 풀꽃세상과 풀꽃평화연구소에서 문학인의 목소리를 냈다. 그 언어가 〈달려라 냇물아〉에 오롯이 담겼다.

대안이 거기에 있기에 결국 책더미를 이고 시골로 들어간 그는 비록 서툴러도 작은 돌밭을 일군다. 고구마를 심으며 사람이 송아지를 만드는 생명공학의 내일을 걱정한다. 고추씨를 뿌려야 고추를 따고, 소가 송아지를 잉태하는 게 자연의 엄연한 흐름 아니겠는가. 젖꼭지 수보다 더 태어나 남대천에 던져진 새끼 돼지를 찾아 칠흑 같은 밤을 헤맸던 소년은 환경운동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강둑에서 아무렇게나 흔들리는 코스모스를 노래하는 그는 히말라야에서 산사람들을 만나며 배운 생태적 감수성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의 말대로 길 위에서 깊어져야 한다. 〈달려라 냇물아〉를 읽고, 깊게 고민하며 행동하자는 거다. 


기후 변화에 대한 근심은 깊으나…

흔히 환경 관련 서적은 ‘실태 고발’ ‘사회운동’ 같은 단어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다. 하지만 정작 순위에 오른 것들은 담담한 수필 성격의 책이 많았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달려라 냇물아〉를 비롯해 〈사람에게 가는 길〉(마음과숲)도 그런 류다. 농촌공동체 운동가인 김병수씨가 3년 동안 전세계 38개 공동체 마을을 탐방한 여행기다.

추천 위원들은 최고의 환경 이슈라 할 수 있는 기후변화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지구온난화 충격 리포트〉(미디어윌)이나 〈CO2전쟁: 온실가스 재앙인가 돈인가?〉(매일경제신문사) 등이 목록에 올랐다. 그러나 뜨거운 주제에 비해 관련 도서의 폭이 넓지 못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지구온난화 관련 국내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선거의 해를 맞아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오마이뉴스)도 눈길을 모았다. 중국판 ‘경부운하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중국 싼샤(三峽) 댐 문제를 다룬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산지니)도 함께 추천을 받았다. 
그 밖에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알마),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녹색평론사), 〈진보와 야만〉(돌베개) 등이 꼽혔다. 
신호철 기자

추천인:박병상(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장성익(환경과 생명 주간) 노진철(경북대 사회학과 교수)

기자명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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