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시일까? 갸웃거리다 ‘매혹’
  • 이광호 (문학 평론가)
  • 호수 13
  • 승인 2007.12.11 16: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황병승은 2000년대 가장 불온한 아이콘이다. 그 불온성이 다시 한번 폭발하는 장관을 연출했다.
시인 황병승은 2000년대 한국 시의 가장 불온한 아이콘이다. 그의 두 번째 시집 <트랙과 들판의 별>은 그 불온성이 다시 한번 폭발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첫 시집 <여장 남자 시코쿠>를 통해 ‘퀴어’적인 상상력의 충격을 선사한 바 있는 그는, 두 번째 시집에서 시적 공간을 무한 확장한다. 하위 문화와 무국적성의 요소들은 여전히 흘러넘치는데, 여기에 시인은 ‘이야기성’을 더욱 과감하게 밀고 나간다. 그것은 시적인 것과 서사적인 것의 제도화된 문법을 무너뜨린 자리이다. 온갖 가상의 하위 캐릭터들이 다중의 언술 공간, 그 혼종성이 들끓는 공간이다.

   
  황병승(위)의 시는 시 장르의 순결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그의 시에는 두 가지 풍문이 따라다닌다. 서정시적 범주를 훌쩍 넘어서는 스타일로 인해 그것을 ‘시’로 볼 수 있는가 하는 것과, ‘난해하다’는 것이다. 그는 시 장르의 순결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문제는 ‘작품’으로서의 미학적 완결성이 아니라, 미학을 초과하는 감각의 폭주이다. 그의 시가 난해한 것은 그곳에서 어떤 ‘해석’과 ‘의미’를 찾아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는 <문친킨>이라는 시에서 아무 뜻도 없지만, 마법의 힘을 가진 ‘문친킨’이라는 주문에 대해 쓴다. 그 기호가 다른 의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기호 자체의 무한 놀이가 세상의 상징 질서를 교란하는 사건. 황병승은 이 기괴한 밤의 카니발에 당신을 초대한다.

조연호와 김행숙 그리고 김정환

평자들은 시인 황병승을 비켜가지 못했다. 시인 이장욱은 그의 시를 일컬어 “우리 시대에 히피적 영혼이 가능하다면, 바로 이 시집의 영혼이 아닐지. 모던한 ‘기획’ 같은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몸과 미성년의 에너지에 의해 스스로 증식하는 시·이야기들이다”라고 평했다.

시인 조연호의 성과에 대한 합의도 쉬웠다. 그의 <저녁의 기원>(랜덤하우스코리아)은 ‘언어의 유연함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평을 들었다. 권혁웅은 <저녁의 기원>에 대해 “이 시집 한 권으로 한국의 시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수사학 사전을 갖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시인 이장욱으로부터 ‘삶의 바닥을 알고 있는 센 시집’이라는 평을 들은 최금진의 <새들의 역사>(창비)도 눈길을 끈다. 엄원태의 <물방울 무덤>(창비), 김신용의 <도장골 시편>(천년의 시작), 그리고 첫 시집을 낸 박연준의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창비)도 올해 주목할 만한 시집으로 꼽혔다. 김신용의 시는 관념으로 자연을 뒤덮어버린 재래의 생태시와 다르다는 점이 언급되었다. 등단 30년 만에 처음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김정환의 <드러남과 드러냄>, 그리고 김행숙의 <이별의 능력>도 올해의 빼어난 성과로 꼽혔다.

노순동 기자


추천인:이장욱(시인) 신형철(문학 평론가) 권혁웅(시인·문학 평론가) 이광호(문학 평론가)

Magazine
최신호 보기 호수별 보기

탐사보도의
후원자가 되어주세요

시사IN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