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마치 1, 2/ 진옥섭 지음
책은 무엇으로 쓰는가? 머리, 가슴 그리고 몸이다. 다만 책마다 이 세 가지 비중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단연 몸의 비중이 절대적인, 보기 드문 책이다. 그가 한판 신나게 놀고 나면 그 뒤로는 누가 나서는 게 무의미해져 판을 접을 수밖에 없는 사람. ‘놀다’와 ‘마치다’를 이은 남사당패의 은어, 노름마치다. 우리 땅의 전설적인 예인들, 아니 노름마치들과 직접 만나 그들의 삶과 혼을 오롯하게 담은 이 책은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썼기에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몸으로 느껴야 하는 책이다.

광대, 만신, 소리꾼, 춤꾼, 예기(藝妓) 등 온몸으로 놀았던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놀이에 대한 일종의 감상이 사진 자료와 함께 펼쳐진다. 동래입춤 명인 문장원의 춤사위 한 자락을 포착한 사진 밑에 저자가 써놓은 추임새 말은 이렇다. “첫 발짝을 떼는 춤이고 일생을 송두리째 바쳐 완성해가는 춤이다. 그의 입춤은 텅 비운 몸으로 나아가 여백과 만나는 한 폭의 ‘세한도’다. 걷노라면 자연스레 밟히는 엇박은 관객의 허리를 곧추 세우고 남은 폐활량을 한데 모아 추임새를 뱉게 하니, 보라! 마지막 동래 한량이다.”

시사IN 한향란진옥섭씨가 연출한 공연에 모인 우리 시대 소리꾼들.
학춤 명인 김덕명은 또 어떤가? “소매를 펼치는 활개를 날개라 할진대, 춤이라고 시어 ‘나래’를 쓰면 여리고 옛말 ‘바람칼’이 제격이다. 날선 소매로 솟구쳐, 비색 청자 속에 상감으로 새겨질 백학이다.” 어찌 그리 출 수 있는가? 〈논어〉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를 붓으로 써가며 김덕명 가라사대, “단디 새겨라! 내는 지금도 하루 한 시간 반씩 추면서 다듬는다”.

무(武)와 무(舞)와 무(巫)와 무(無). 이렇게 4무에 사무친 저자 진옥섭은 책머리에서 ‘이 책에 출연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했다. 그 출연하신 분들과 이 책이라는 무대를 만든 저자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건 독자들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놀라운(?) 사실 하나. 이 책은 연출가인 저자가 전통 예술 공연 홍보를 위해 쓴 보도자료를 고쳐 쓴 것이다. 보도자료라는 것에도 품(品)과 격(格)이 있나 보다.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광범위하다. 우선 미술. 미술 평론가 반이정씨는 〈1900년 이후의 미술사〉(세미콜론) 〈한국의 미, 최고의 예술품을 찾아서〉(돌베개) 〈미술시장의 유혹〉(아트북스)을 추천했다. 반이정씨에 따르면, 첫 번째 책은 20세기 초입부터 현재(2003년)까지 미술 100년사를 10년 단위로 나누어 시기별 대표 미술운동과 주요 사건, 키워드 등을 심도 있게 풀어나간다.

다음은 사진. 대중문화 평론가 김봉석씨는 〈현장에서 만난 20thC〉(마티)을 추천했다. 이 책은 ‘모든 것이 패션과 스타일로 되어버린 지금도, 순간을 포착하는 보도사진이 왜 가장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세 번째,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잃어버린 시간 1938- 1944〉(휴머니스트)를 높게 평가했다. 음악학자인 저자 이경분 박사는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독일에서 활동할 때 숨겨진 비화를 직접 발로 찾아나섰다.
마지막으로 대중음악.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와 출판 평론가 표정훈씨가 함께 추천한 책이 있다. 전기 〈쳇 베이커〉(을유문화사 펴냄)이다. 

차형석 기자 추천인:김봉석(대중문화 평론가) 김작가(대중음악 평론가) 반이정(미술 평론가) 정준호(클래식 칼럼니스트) 표정훈(출판 평론가)

기자명 표정훈 (출판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