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자락 아래 성뒤마을이 있었다. 낮은 지붕의 판자촌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성뒤마을 재개발 지역의 건물 해체 공사는 지난 4월22일부터 시작됐다. 폐허가 된 이곳을 남혜영씨(51)는 매주 화·금요일에 한 시간 반을 운전해서 찾아온다. 남아 있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 주고,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서다.
6월17일 오전, 성뒤마을에서 만난 남씨는 날카로운 철제 구조물 틈 사이로 몸을 구부려 들어갔다. 옴짝달싹 못할 만큼 비좁은 구석으로 들어가 사료와 물을 채우고, 통조림 참치를 놓아둔다. 이렇게 고양이들의 밥 자리를 찾아온 것도 6개월이 넘었다. 그사이, 남씨는 대상포진에 걸리고, 왼쪽 종아리 힘줄이 찢어지기도 했다. 남씨는 ‘외면해서 얻는 고통’ 대신 돌봄에 시간과 힘을 쓰기로 했다.
남씨와 비슷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만났다. 인천, 수원, 동탄 등지에 사는 7명으로 시작된 일이 지금은 4명으로 줄었다. 빈자리는 인스타그램(@seoul_cats)에서 후원자와 봉사자를 구해 채워가고 있다. 지난 1월에 길고양이 밥 자리를 옮기고 임시보호소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 직원과 서초구청 길고양이 담당 직원을 만나 논의했지만, 대책을 마련할 수 없었다. 동물보호법상 구조 대상에 길고양이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남씨를 비롯한 길고양이 돌보미들이 자체적으로 구조 활동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66마리를 구조했다. 그중 11마리는 임시보호소에 보내고, 23마리는 입양시켰다. 나머지 고양이 30마리는 지난 4월부터 경기도 오산시의 한 빌라에 마련한 쉼터에서 지내고 있다. 쉼터 임차료 등 비용은 남씨를 포함한 4명이 분담하고, 쉼터 관리는 3명이 요일 당번제로 돌아가며 하고 있다.
6월17일 저녁, 쉼터에서 만난 이성희씨(47)는 땀을 뻘뻘 흘렸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빈 그릇에 물과 사료를 채워넣고, 고양이들의 건강상태를 살폈다. 성희씨가 일을 마무리하고 문을 닫고 나서야 고양이들이 바닥으로 내려왔다. 이씨는 한참 동안 창문 너머로 보이는 고양이들과 눈을 맞추며, 이곳에 다시 올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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