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10일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그린 페스티벌’ 현장에는 종이컵 같은 일회용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곳곳에 있는 ‘다회용기 반납함’이 눈에 띄었다. 청주시가 시에서 후원하는 축제에 다회용기 사용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회용기를 쓰게 하는 것만큼 회수도 중요해요.” 축제를 둘러보던 ㈜뽕나무한그루 류재형 총괄이사(60)가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17일 문을 연 ‘청주시 다회용기 공공세척센터’ 운영을 맡았다. “수익이 없는 상황을 각오하고 시작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하고 꼭 필요한 일이니까요.” 2021년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조력자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기도 했던 류 총괄이사는 청주에서 30년 넘게 식품 유통 및 제조 사업을 해오고 있다.

청주시가 2021년 환경부 공모 사업에 선정돼 국비 지원을 받아 건립한 센터는 전국에서도 첫 사례로 꼽힌다. 하루 약 2만 개 다회용기를 세척할 수 있는 라인 2개를 갖추었다. 2023년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규제’ 정책을 철회했지만, 청주시는 이 사업을 이어왔다. 청주시 자원정책과 안광석 주무관은 “이후 환경부는 기조를 바꿨지만, 청주시는 종전의 소극적 캠페인보다 성공적인 사례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라고 설명했다.



인구 88만명이 넘는 청주시에서 배출되는 연간 일회용품 쓰레기양은 1만6000t으로 처리비용만 37억원이 넘는다. 공공세척센터는 연간 다회용기 약 400만 개를 공급해 탄소배출 6000t, 플라스틱 사용 1200t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시가 운영하는 청주시립 공영장례식장과 읍·면·동 지역축제, 행정기관 내 카페가 다회용기로 대체됐다. 매월 9t씩 일회용품이 배출되는 청주의료원 장례식장과 시내 영화관에도 공급할 계획이다.


“쓰레기통에 버리거나 가져가서 애를 먹었죠. 완전 보물찾기였어요.” 지난 4월 ‘벚꽃과 함께하는 푸드트럭 축제’의 다회용품 회수를 맡은 김은숙 공공센터 대표(56)가 말했다. 이 축제에 공급된 다회용기 약 9만 개 중 17%가 분실됐다. “세척 센터는 단순히 세척만 하는 곳이 아니에요. 이 사업이 지속되고 확대되려면 정부 지원도 필수이지만 사람들의 인식도 함께 높아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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