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이 오면 부모는 11년째 바다로 간다. 매년 4월16일이면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을 찾는 유가족들이 참사 11주기를 맞아 ‘선상 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유가족을 태운 버스는 새벽 2시30분 경기도 안산을 출발해 오전 7시 전남 목포시 해경 전용부두에 도착했다. 이들은 해경이 나눠준 주황색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 올랐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사비를 모아 낚싯배를 빌렸던 유가족들은 2020년부터 4·16재단과 해경의 도움으로 경비함을 타고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단법인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가족과 지인 등 총 75명을 태운 해경 경비함은 오전 7시30분 부두를 출발해 약 88.5㎞ 떨어진 사고 해역까지 세 시간을 달렸다. 11년 전 세월호가 뒤집혀 가라앉던 시각인 오전 10시30분께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인근에 도착했다. ‘세월’이 적힌 노란 부표가 참사 해역임을 알렸다.



추모식은 묵념, 추도사, 250명 아이들 이름 부르기, 헌화 순서로 이어졌다. “10년 전 교복 입은 학생을 보면, 세상에 없는 걸 알면서도 혹시 내 아이가 아닐까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지금은 장성한 청년을 보면서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 너무 보고 싶습니다.”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김정화 위원장은 준비한 추도사를 읽는 동안 여러 번 멈춰야 했다.


국화로 헌화를 마친 유가족들은 작은 종이 상자를 열었다. 전날 단원고등학교 앞에서 가져온 벚나무 가지였다. 11년 전 그즈음에도 아이들 학교 앞에 벚꽃잎이 흩날렸다. “얘들아, 벚꽃 좋아했지. 하늘에서도 꽃 보며 놀아라.” 유족들 머리 위로 분홍색 꽃잎이 흩날렸다. 배는 ‘세월’ 부표 주변을 천천히 선회했다. 추모식이 끝나고 뱃머리는 육지로 향했지만 유가족들의 시선은 한참 동안 바다를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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