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땅에 부모들이 엎드린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한 4대 종교단체 종교인들이 12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29이태원참사특별법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오체투지에 나섰다. 오체투지는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뻗으며 배를 땅에 깔고 다리를 쭉 편 후 머리를 땅에 닿도록 하는 절이다.
법안 통과를 바라며 유가족들은 오체투지 방법을 배워야 했다. 10시29분에 열린 기자회견을 마친 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의 시범을 보고 오체투지를 배웠다. 기자회견장에서 처음 배운 오체투지로 유가족들은 국회의사당 둘레길 한 바퀴 약 3km를 돌았다.



“애들이 내팽겨진 그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저희는 그냥 눕는 거에요.” 이태원참사 희생자 이수연(1999년생)씨의 이모 이화미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가족들은 거리에 납작하게 누웠다 일어나길 반복했다. 영하 7도의 한파에도 땀이 흘렀다. 납작 엎드린 얼굴엔 돌가루와 나뭇잎들이 묻었고, 방진복은 조금씩 찢어졌다. 이마에는 붉은 자국이 동그랗게 남았다. 빙판길과 횡단보도, 보도와 도로를 지났다. 2시간 반이 걸려 국회의사당 앞 농성장까지 다시 돌아왔다.




“저희 가족들은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작년 10월29일 그 찬 바닥에서 간 아이들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저희 가족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회의원 여러분들 당리당략에 너무 매몰되지 마시고 저희 진심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지민(1997년생)씨 아버지 오일석씨가 국회의사당을 향해 말했다.
이태원참사특별법은 2023년 6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8월31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이 안건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반발로 논의가 멈춘 상태다. 국민의힘은 최근 참사 피해자 등에 대한 보상과 지원책을 담은 별도 특별법을 발의했다. 진상조사를 할 수 있는 독립적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은 뺀 내용이다.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임시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12월20일까지 오체투지를 이어간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특별법을 통해 만들어진 독립적인 조사기구와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을 해주길 바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오고 있다. 오는 12월20일 본회의에 이태원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분명하고 확실하게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 자식 잃은 부모들의 마지막 경고이자 간곡한 호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417일이 지났다.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거리로 나온 지 1년이 흘렀다. 빛바랜 현수막이 여전히 국회 앞을 서성이고 있다.




※이태원 참사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이 기사의 댓글 창을 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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