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9일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단식, 릴레이 걷기, 삼보일배, 오체투지…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의 긴 호소 끝에 진상규명의 첫발을 뗐다. 이튿날 나온 신문 지면을 살펴보니 통과됐다는 사실부터, 법 시행 날짜가 총선 이후라거나 ‘특검 요청권’이 삭제됐다는 등의 법안 내용, 야당이 ‘단독 처리’한 사실에 대한 강조 등이 언론사 성향에 따라 선별적으로 쓰여 있었다.

그중 〈조선일보〉의 사설 “민주당 ‘핼러윈 특조위’ 강행, 제2의 ‘세월호 특조위’ 불 보듯”은 단연 눈에 띄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조선일보〉 사설은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특별법 통과를 강행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들이 가장 먼저 내세운 근거는 “사고 원인과 책임자가 이미 다 밝혀져 있다”라는 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진상이 궁금한 게 아닐 거라고 추측한다. 그러면서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넘어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경찰 조사 결과 외에 달리 나올 만한 ‘진상’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해 10월23일 진상규명을 위한 30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총론 가장 첫 부분에 나오는 것이 ‘기존 조사들의 한계’다. 특별수사본부 수사, 국회 국정조사 등이 진행됐으나 사실관계 일부만 확인됐을 뿐, 참사 당일 현장에 각 기관 담당자가 얼마나 있었으며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평가다. 또한 각 조사는 각자의 목적과 문제의식에 따라 수행됐기 때문에 참사 원인과 전개 과정을 포괄적으로, 일관된 관점에서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추가 조사가 진행된다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기관이 무엇을 했는지 살펴야 한다는 방향성 또한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참사 피해자를 만들지 않겠다는 목적의식이 뚜렷하다.

1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표결을 방청하는 유가족들. ⓒ연합뉴스
1월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표결을 방청하는 유가족들. ⓒ연합뉴스

달리 나올 만한 ‘진상’이 없다고?

‘다 밝혀졌다’는 〈조선일보〉는 이 진상규명 과제 보고회에 대해 기사를 쓴 적이 없다. 수사 결과의 미흡한 점은 없는지, 남은 진상규명 과제는 없는지, 각 기관의 대처나 한국 사회 시스템의 허점은 없었는지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해 10월25일 〈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 1년, 바뀐 게 없다’는 제목의 기획을 내고 ‘우측통행 문화 미정착’을 문제 삼았다. 지난해 12월18일 유가족들이 특별법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시작한 날 〈조선일보〉는 ‘이태원 참사 골목 술판, 밤새 클럽 소음…안전질서 또 무너져’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태원 거리 골목을 찾아 술을 마시거나 고함치는 일부 시민의 모습을 전하며 무질서한 모습을 지적했다. 마치 이태원 참사가 낮은 시민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은 뉘앙스의 기사들이다.

‘더 이상 나올 진상이 없다’는 말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큼 〈조선일보〉는 상당한 취재를 해왔는가? 의문이 생긴다. 뉴스는 진실과 동일하지 않다. 언론이 진실만을 보도할 수는 없다. 뚜껑을 열어보니 진실이 아니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진실을 추구했는지가 중요하다. 법원에서는 명예훼손적 언론보도에 대해 ‘진실 오신의 상당성’ 법리로 면책의 기회를 준다. 진실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보도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조선일보〉에 묻고 싶다. ‘다 밝혀졌다’고 확언할 수 있는가. 그만큼 폭넓게 관계자의 증언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는가. 정확한 보도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는가. 진실인가.

기자명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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