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9반 조은정 학생 엄마 박정화씨. ⓒ시사IN 박미소
2학년 9반 조은정 학생 엄마 박정화씨. ⓒ시사IN 박미소

박정화씨(56)는 참사 이후 그 자신을 다 잃었다. 시간이 흘러도 엄마의 마음은 여전히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때때로 시민들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다. 2학년 9반 대표이면서 봉사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사가 있기 전엔 교회를 열심히 다녔어요. 아이를 잃고는 1년 다니다가 떠났죠. 주변에서 위로를 해줘도 사실 상처로 남을 때가 많았거든요. ‘하나님이 필요해서 불렀을 거야. 꿈을 꿨는데, 예수님 옆에서 천사로 찬양하고 있더라’ 등의 말이요. 물론 그분들은 믿음을 갖고 최고의 위로를 해줬다는 걸 알아요. 정작 제가 들을 때는 ‘아직 내 딸은 아닌데’ 그랬던 거죠. 제가 아직 우리 딸을 못 보내줬으니까요. 이렇게 계속 있다가는 주변 사람들도 힘들 것 같고 저도 너무 힘들고 해서 그냥 제가 (교회를) 떠났어요.

사람들이 그래요. 세월이 약이다, 살다 보면 잊혀질 거라고요. 물론 10년이 흐르다 보니 이젠 딸 목소리가 희미해져가요. 하지만 전 여전히 딸내미 떠올리면서 많이 울죠. 그렇게 막 울다가도 또 때 되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게 제일 싫어요. 사람 육체라는 게 참 미울 때가 많아요. 그렇게 슬퍼도 나 살겠다며 밥 달라고 배가 아우성치는 게요. 여전히 딸이 내 곁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반지에 우리 딸 은정이 이름을 새겨서 꼭 끼고 다녀요. 어디에 갈 때마다 반지를 만지면서 은정아, 어디 가자, 항상 말을 걸죠.

은정아, 엄마가 나중에 은정이를 만나게 될 때 너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열심히 해왔다는 걸 부끄러움 없이 얘기하고 싶은데, 그 길이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너무 아파. 엄마가 끝까지 진상규명 잘할 수 있게 우리 딸이 항상 옆에서 지혜를 주고, 건강도 주고 힘이 되어줘. 은정아, 엄마가 갈 때까지 잘 있어, 사랑해.”

박정화씨는 딸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를 항상 끼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박정화씨는 딸의 이름이 새겨진 반지를 항상 끼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기자명 박미소 기자 다른기사 보기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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