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민간 잠수사를 다룬 영화 〈로그북〉의 복진오 PD. ⓒ시사IN 이명익
세월호 민간 잠수사를 다룬 영화 〈로그북〉의 복진오 PD. ⓒ시사IN 이명익

기록은 기억보다 잔인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직접 수습한 민간 잠수사들의 참혹했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죽음의 각인’인 트라우마로 남았다. 몸이 망가지고 삶도 무너졌다. 복진오 PD의 영화 〈로그북〉은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 잠수사들의 마음에 남긴 항해일지와 같은 기록이다.

"세월호 초기에 작은 루머가 기사가 되고 어설픈 해프닝이 진실이 되며 언론이 제 역활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한 독립 PD 선배가 그러더라구요. ‘야 안 되겠다. 우리라도 내려가서 제대로 현장을 기록해보자.’ 그래서 무작정 내려갔어요. 힘들게 바지선에 올랐지만 쉽사리 카메라를 들진 못했어요. 이 참혹한 현장을 찍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계속 고민하다가 결국 가족들이나 이 참사를 기록하고 조사하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했고, 그것에 대한 책임은 제 몫으로 남겨놨죠.

구조 시간이 길어지고 11명의 미수습자 이후 더 이상 수습자가 나오지 않자 가족들의 마음은 타들어갔어요. 그때 다른 잠수업체들이 나타나 새로운 잠수 방식에 대해 말했어요. 기존 민간 잠수사들의 방식이 뭔가 잘못된 것처럼 받아들여지게 되었어요, 당시 상황이. 그때 국가와 해경이 ‘커버’를 못해줬어요. 자신들이 멱살 잡히기 싫고 책임질 수 없으니 그냥 잠수사들을 교체하는 방식을 선택한 거죠.

잠수사 활동에 대한 보고서가 있어야 나중에 다른 참사가 생겼을 때 구조팀을 어떻게 구성할지 참고할 텐데, 그게 없어요. 이 참사를 겪으면서도 아무것도 배운 게 없어요. 이 기록들이 국가의 자산이 되어야 하는데, 다 날아가버렸어요. 국가를 위해 헌신한 민간 잠수사들만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영화 〈로그북〉의 촬영 데이터 원본을 손에 쥐고 있는 복진오 PD.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각 지역 상영관에서 상영을 준비 중이다. ⓒ시사IN 이명익
영화 〈로그북〉의 촬영 데이터 원본을 손에 쥐고 있는 복진오 PD.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앞두고 각 지역 상영관에서 상영을 준비 중이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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