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참사를 기록하는 작가이자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해정씨. ⓒ시사IN 신선영
재난 참사를 기록하는 작가이자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유해정씨. ⓒ시사IN 신선영

유해정씨(48)는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의 한 명으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책을 세 권 펴냈다. 올 3월에는 세월호 가족들 10년의 기록이 담긴 〈520번의 금요일〉, 생존자와 형제·자매들의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두 권이 발간된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10년의 활동을 정리한 백서 작업도 한창이다. 최근 그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이하 센터)’ 센터장을 맡았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부터 2017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까지 8개 재난 참사 피해자들이 모인 센터는 1월31일 발족식을 연다.

“저는 인권 활동가였어요. 아이를 낳으면서 인권운동에도 경력 단절이 생기더라고요. 무얼 해야 할지 궁리하다가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밀양을 살다〉 책이 나온 다음 날 세월호 참사가 터졌어요. 밀양을 기록한 작가들과 뭔가 해보자고 했어요. 그렇게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에 합류하게 되었죠. 처음 부모님들 인터뷰를 할 때 빈틈이 안 보였어요. 농성장에 가서 같이 밤새우고, 서명을 받고 석 달 동안 곁을 지키면서 서서히 관계가 만들어졌죠. 20명으로 시작한 작가단은 11명으로 줄었어요. 그렇게 〈금요일엔 돌아오렴〉 책이 나왔습니다.

저는 작가가 아니라 ‘기억 장례사’ 같아요. 고인의 기억을 잘 보내드릴 수 있도록 기억에 대한 장례 의식을 치러주는 사람인 거죠.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사람’이라는 말이 더 편해요. 이 일의 정체성을 다르게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게 되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세월호 참사 이후에 자기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10년 전 저를 생각해보면 재난에 큰 관심이 없던 활동가였어요. 재난 참사를 기록하고 다양한 참사 피해자를 만나며 이 자리까지 왔죠.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활동이 국한되지 않길 바랐어요. 재난 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죠. 2022년부터 4·16재단에서 센터 설립을 구상했어요. 지금은 국가가 아닌 우리가 시작하지만, 훗날 재난 피해자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이토록 어마어마한 일인지 몰랐어요. 10년이 지나면 해결된 상황을 기록할 줄 알았죠.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세월호 참사가 얼마나 큰 사건이었는지 다시 마주하게 되어서 저한테 남겨진 숙제 같아요. 제 인생 10년을 변화시켰고, 센터장이 됐으니 아마 앞으로의 10년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1월31일 첫발을 내딛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시사IN 신선영
1월31일 첫발을 내딛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시사IN 신선영

 

기자명 신선영 기자 다른기사 보기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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