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2년 차에 정치팀 발령을 받았다. 2012년 대선 때 인턴 기자로 뛴 이후 처음이다. MBTI가 INFP인 초내향인으로서, 밥 약속 잡기와 수다 떨기가 필수 능력인 이 동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 우선 기자 몇몇이 정치인과 식사 자리를 함께하고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을 뜻하는 일본어 ‘꾸미’에는 읍소해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다만 아직은 조별 과제에 무임승차하는 팀원이 된 느낌이다.
정치팀에 오자마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탈당하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개혁신당을 만들었으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각을 세웠다. 정신없이 노트북으로 발언을 받아적고 나면 매번 나보다 오타 없고 깔끔한 타사 워딩이 금세 공유되곤 했다. 조간신문과 아침 라디오 발언을 체크한 뒤에도 하루종일 수많은 ‘받글(받은 글)’, 유튜브 발언, 단독 기사가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주간지 기자는 무엇을 써야 하나? 하루에도 한숨을 백만 번 쉰다.
노동 기사를 주로 쓰면서, 밑도 끝도 없이 노조를 혐오하는 보수언론과, 노동을 선량한 피해자로만 그리는 진보언론 사이에서 갈증을 느꼈다. 그런데 정치 기사는 노동 기사보다도 훨씬 양극화되어 있다. 〈조선일보〉를 보면 마치 여당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반면 〈한겨레〉에는 상대적으로 야당의 목소리,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자 목소리가 많이 실린다. 신문사가 논조를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해도, 이렇게 극명하게 갈린 공론장에서 여야의 합의가 과연 가능하기는 할지 잘 모르겠다.
매일 싸운다고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국회는, 나와 당신의 세금이 어디에 쓰일지뿐 아니라 그 세금을 얼마 걷을지도 결정하는 곳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숨진 참사를 누가 조사할지, 공동체의 미래가 달린 연금제도를 어떻게 개혁할지 논쟁하고 합의하는 기구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은 “현재가 과거와 싸우도록 내버려두면 잃는 것은 미래다”라고 했다. 현재가 과거와 싸우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진보 진영에 아픈 질문도 던지고 싶다. 이렇게 수줍지만 비장하게, 여의도 정치판에 정치부 기자로서 출사표를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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