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8일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 관람석은 대체로 한산했다. 낮 12시20분에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1만1845석 규모의 관람석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 곳만 사람들이 붐볐다. 서쪽과 북쪽으로 난 5번, 6번, 7번 출입구 쪽이다. 총 12회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자리를 지키는 반면, 이들은 경기 시작과 종료에 맞춰 밀물 썰물처럼 출입구를 들락거렸다. 출입구와 이어지는 투표소에서 우권(승패에 베팅한 표)을 구매한 사람들이다. 경기장 내부 전광판으로 배당률이 실시간 중계됐다. 베팅 종료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열두 번 울릴 때까지 투표소를 오가는 인파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청도소싸움경기장은 소싸움 축제가 열리는 전국 11개 지자체 중 유일하게 승패에 돈을 걸 수 있는 곳이다. 상설로 운영되는 경기장에서는 1년 동안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 소싸움 경기가 진행된다. 경기당 10만원까지 베팅이 가능하다. 동물보호법 제10조 2항에는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소싸움은 해당하지 않는다.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규정한 예외 조항 때문이다.
경기장에 소들이 입장하면 조교사들이 양쪽에서 줄을 잡아당겨 서로 싸움을 붙였다. 그중 싸움을 거부하는 소도 있었다. 6월18일 두 번째 경기에서 소 대승이(청)는 스파크(홍)와의 싸움을 거부해 곧바로 경기가 종료되기도 했다. 여덟 번째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조교사의 자극에도 승률이 높은 심술(청)과 수국(홍)은 싸움을 피했다. 그때마다 관람석에 모인 사람들은 고성을 쏟아냈다.
주말마다 베팅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청도소싸움경기장을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는 11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구제역으로 경기 중단이 반복되자, 온라인으로 우권을 발매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전통 소싸움 경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계류 중이다.
구제역 발생으로 5월 3주간 잠정 중단됐던 소싸움 대회가 재개된 후 동물권 관련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계속되고 있다. 6월4일 녹색당과 시민단체들이 경기장 앞에서 소싸움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6월18일 오전 1인 시위를 이어가던 장정희 녹색당 대구시당 사무처장은 “협회(민속소힘겨루기협회)는 전통 문화유산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청도 소싸움은 이미 수익을 위한 돈벌이 사업으로 변해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대 변화에 맞춰 소싸움 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보상 등 대책을 마련하고 다른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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