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드시개” 개식용, 찬반 논란은 끝났지만 김다은 기자 지난해 1월 양성태씨(가명·75)는 충남 아산에서 30년간 운영해온 개농장을 정리했다. 젊을 때 대형 화물차를 몰았던 양씨는 좀 더 안정적인 일을 찾아 시골에 내려왔다. 소위 ‘개 값’이 좋을 때였다. “개 농장을 하겠다고 작정한 건 아니었다. 개를 한 마리, 두 마리 매입하다 보니 어느새 180마리 규모의 ‘개 농장’이 됐다.”합법적으로 운영하려고 지자체에 신고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양씨는 개 농장 운영에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세상이 바뀌어서” 개 식용이 곧 금지될 거라는 소문이 들렸다. 동물보호단체들이 개 농장을 찾 소싸움은 전통 문화유산인가, 돈벌이 위한 학대인가 [포토IN] 신선영 기자 6월18일 경북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 관람석은 대체로 한산했다. 낮 12시20분에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1만1845석 규모의 관람석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 곳만 사람들이 붐볐다. 서쪽과 북쪽으로 난 5번, 6번, 7번 출입구 쪽이다. 총 12회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가족 단위 관람객들은 자리를 지키는 반면, 이들은 경기 시작과 종료에 맞춰 밀물 썰물처럼 출입구를 들락거렸다. 출입구와 이어지는 투표소에서 우권(승패에 베팅한 표)을 구매한 사람들이다. 경기장 내부 전광판으로 배당률이 실시간 중계됐다. 베팅 종료를 알리 큰 개는 다 위험해? 편견이 낳은 입마개 논란 김다은 기자 한국 사회의 반려 문화 수준을 가장 잘 보여주는 첨예한 사안이 있다. 개물림 사고 후속조치와 사고견 안락사에 대한 찬반 갈등이다. 일부에서는 개의 키와 몸무게를 기준으로 ‘큰 개’에게 입마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동물보호법 개정이 추진되기도 했다.하지만 동물 전문가들은 ‘중·대형견’이 아니라 ‘관리 부실견’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순영 올어바웃애니멀트레이닝(AAAT) 대표는 모든 개는 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회화 교육과 견주의 관리를 통해 개물림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중 [포토IN] 퇴역 경주마를 태운 트럭은 10분 후 빈 차로 나왔다 제주·신선영 기자 담장을 넘은 말 울음소리가 들판에 퍼졌다. 7월7일 오전 전국에서 말 도축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제주축산농협 축산물 공판장으로 말을 태운 트럭들이 들어갔다. 10여 분 후 빈 차로 나오는 트럭 뒤로 어김없이 말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국내에서 말 도축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식용을 목적으로 길러진 ‘비육마’ 외에도 경주마를 위해 개량된 ‘서러브레드(Thoroughbred)’ 품종이 도축장으로 오기도 한다. 〈시사IN〉은 7월7일 퇴역 경주마가 축산물 공판장에서 도축되기 직전 장면을 포착했다.퇴역 경주마 식용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고양이 학대의 방식이 한층 교묘해졌다 [반려인의 오후] 김영글(미술작가) 고양이는 유독 미신이 많이 달라붙는 동물이다. 검은 고양이를 마녀의 분신으로 여겨 함께 처형했던 중세 시대부터, 불임의 원인을 애꿎은 고양이에게서 찾는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이 동물을 둘러싼 인간의 망상은 그친 적이 없다. 고양이 뼈를 고아 먹으면 관절염에 좋다던 풍문은 높은 데서 떨어져도 잘 다치지 않는 고양이의 유연성에서 비롯된 속설이니 그나마 합리적인 편이라 해야 할까?미신을 부추기는 것은 무지만이 아니다. 비과학적 사고에는 빈약한 상상력도 한몫을 한다. 편견에 기반한 한 줌의 정보 이상으로 대상을 이해하지 못할 때, 미신과 스위스의 네 번째 동물실험 금지 국민투표, 그 결과는?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1975년 발간된 철학자 피터 싱어의 저작 〈동물 해방〉은 지금까지도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관한 교과서처럼 읽힌다. 이 책의 제2장 ‘연구를 위한 도구’는 특히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그들(동물 해방론자)은 모든 동물실험에 대한 총체적이며 즉각적인 제거를 요구한다.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도 그들이 투표에서 승리를 거둔 경우는 없었다. (…) 그 어떤 주요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모든 동물실험이 일격에 폐지될 것 같지는 않다.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그처럼 제도를 개혁하는 경우는 없다.” [기자들의 시선] 물고기 내던지는 것도 ‘동물학대’다 김다은 기자 이 주의 생선활어를 바닥에 내던졌던 집회 참가자(사진)가 8월17일 검찰에 송치됐다. A 씨는 지난해 열렸던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 반대 집회 과정에서 일본산 방어와 참돔을 바닥에 던지고 국내산 활어를 행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시민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지난해 12월, 행사를 주최한 경남양식어류협회를 경찰에 고발했다. 어류(魚類)도 고통을 느끼는 척추동물인 만큼 식용 외의 목적으로 신체를 학대·훼손한 것은 동물보호법 위반행위라고 본 것이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3개월여 수사 끝에 동물학대가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류에 대해 수사 동물법 개정됐지만 거북이는 보호받지 못한다 노주희 (경기국제평화센터장·변호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지난 7월, 법무부는 민법에 이런 내용의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입법 예고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동물은 휴대전화나 유리컵 따위처럼 물건 취급을 받았다는 것일까? 그렇다. 2021년 현재 한국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에 머물러 있다.동물이 법적으로 물건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물건은 소유권을 비롯한 물권(物權)의 객체다. 소유자(사람 또는 법인)가 ‘사용·수익하고 처분’할 수 있다.당신의 반려동물이 누군가의 난폭한 운전으로 차에 치여 죽었다면? 당신이 받게 되는 손해배상금은 그 물건(동물)의 분양가에 불 [포토IN]도살 직전, 철장 안 개와 눈이 마주쳤다 사진 신선영 기자·글 김다은 기자 뜬장 안의 개들은 발자국 소리가 없다. 적요한 가운데 개 짖는 소리만 오발탄처럼 간간이 터져 나왔다. 취재진의 조명이 개들의 얼굴을 비췄다. 어떤 개는 사체가 썩어가는 케이지 옆에 몸을 웅크렸다. 어떤 개는 감염돼 튀어나온 눈알로 허공을 쳐다봤다. 두려움을 숨기려 썩은 음식물이 담긴 밥통에 고개를 박았다. 오물 위에서 오물을 먹었다. 도살장은 비감스러운 악취를 풍겼다.지난 7월9일 새벽 3시,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이하 동해물)’은 경찰 동행하에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개 도살장을 급습했다.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의 한 건강원에서 고양이 학대 사건은 왜 사소한 일이 아닌가 나경희 기자 1월6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 홈페이지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고어전문방’이라고 불리는, 길고양이를 고문하고 죽이는 장면을 공유하는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이 있다는 제보였다. 40여 명이 참가하는 방이었다.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너구리, 고라니 등 야생동물을 실제로 고문하고 죽이는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 참가자들은 동물의 두개골을 으스러뜨리거나 산 채로 가죽을 뜯은 뒤 사체의 일부를 먹고 맛을 평가하기도 했다. 길고양이를 고문하는 사진과 해골이 된 사진을 나란히 올리며 자랑하는 사람도 있었다.폭력은 폭력을 부추겼다. 참가자들 소녀를 보호할 법이 없자, 동물보호법을 동원하다 김형민(SBS Biz PD) 인간은 다른 동물에 비해 성장이 느리다. 웬만한 짐승은 태어나자마자 일어서고 몇 달 지나면 거의 다 자란 느낌을 주지. 하지만 사람은 돌이 되어서야 아장아장 걷고 생후 10년이 지나도 성인의 보호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인류 역사에서 아동은 오랫동안 보호의 대상보다는 한시바삐 키워 그 노동력을 써먹어야 할 사육의 대상이었고, 어른들이 저지른 범죄의 제물이자 빗나간 학대의 희생자일 때가 더 많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차별받고 설움에 찬, 우울한 아이들의 설화가 그득한 이유일 거야. 우리나라에 콩쥐와 팥쥐가 있었다면 서양에는 기자들의 시선 - 고양이 ‘자두’ 장일호 기자 이 주의 인물KBS 뉴스가 달라진다. 40~50대 중년 남성이 주요 뉴스를 전하고, 20~30대 젊은 여성이 연성 뉴스를 맡는 익숙한 방송 뉴스 공식을 확 바꿨다. KBS는 11월25일부터 〈뉴스 9〉 메인 앵커로 이소정 기자(43)를 내세운다. 간판 뉴스인 〈뉴스 9〉 를 여성 기자가 맡는 것은 지상파 최초다. 과거 김주하 기자가 MBC 주말 뉴스를 메인으로 진행한 적이 있지만, 평일 뉴스를 여성이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기자는 2003년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탐사제작부를 두루 거쳤다. 함께 뉴스를 진행할 보조 앵커는 길고양이가 아니고 ‘동네 고양이’예요 나경희 기자 밥을 챙겨주는 만큼 쓰레기봉투를 뜯는 일도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이안희씨(가명)를 마뜩잖아 했다. 이사를 결심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반복되는 실랑이에 지친 이씨는 서울 구로구에서 마포구 연남동으로 운영하던 식당을 옮겼다. 건물주 역시 이씨처럼 ‘캣맘(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돌보던 고양이 일곱 마리를 구조해 함께 이사할 수 있었다. 고양이들은 가게와 가게 앞 잔디밭을 자유롭게 오갔다.7월13일 오전 8시2분, 이씨의 가게 CCTV 화면에 검은 옷을 입은 남성이 나타났다. 목장갑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시 유 어게인 in 평양 트래비스 제퍼슨 지음, 최은경 옮김, 메디치 펴냄 “나라 전체가 거대한 지하 범죄조직처럼 돌아간다.” 북한에 온 외교관들은 대개 세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 번째는 깨달음의 단계, ‘이 나라가 진정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드디어 이해했다’는 생각이 드는 때다. 두 번째는 좌절의 단계, ‘사실 이 나라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드는 때다. 마지막은 포기의 단계다. ‘이 나라를 이해할 수도 없고 더는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는 마음이 드는 때다. 저자는 한 단계를 더 거쳤다. 바로 희망을 품는 ... 기자들의 시선 이상원 기자 이 주의 인물 4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새로 임명했다. 지난 3월29일 사퇴한 김의겸 전 대변인 후임이다. KBS 아나운서 출신으로, 2017년 문재인 후보의 경선 캠프인 더문캠에 들어가 미디어본부 대변인을 맡았다. 문 대통령이 당선된 뒤부터 지금까지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일했다. 1979년생인 고 대변인은 김희정 전 대변인 이후 역대 최연소 청와대 대변인이다. 청와대가 여성 대변인을 임명한 것은 여섯 번째다. 참여정부 때 송경희 대변인 역시 아나운서 출신이었다. 다만 송 대변인은 역대 최단 기간인 54... 코끼리, 구속적부심을 신청하다 문정우 기자 거울을 들여다보면 앳된 소년도 혈기왕성한 청년도 간데없고 머리가 허연 중년 사내만 남았다. 얼굴 곳곳에는 검버섯마저 피었다. 인생은 창가를 휙 스쳐 지나가는 백마와 같다고 했던가.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걸 절감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상념에 젖을 수밖에 없다. 아주 오랫동안 인간은, 거울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살피는 존재는 지구상에 자기 말고는 없는 줄로만 알았다. 거울은 상상력을 자극해 신화와 전설, 동화의 소재가 되었다. 인간은 스스로를 완전한 독립체(자아)로서 의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데 무한한 자부심을 느꼈다.... [옥자]의 살풍경 벗어나기 위하여 이오성 기자·장용준 인턴 기자 지난 3월 충남 서산의 한 도축장에서 네 살배기 암소가 사람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도축업자 등 두 명이 다치고, 한 명은 숨졌다. 달아난 소는 여섯 시간 뒤 도축장에서 1.5㎞나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됐다. 마취 총을 맞고 잡힌 소는 그날 바로 도축됐다. 가축의 ‘마지막 날’은 참혹하다. 평생 좁은 우리에서 갇혀 살던 소·돼지·닭은 어느 날 영문도 모른 채 낯선 트럭에 올라탄다. 가축에게 트럭은 그 자체로 공포다. 더럽고 차가운 바닥, 차량 진동, 눈높이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 등이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을 ... 공공·민간 손잡고 아이 손 잡아주네 뉴욕·글 임지영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1874년, 미국 뉴욕 시 맨해튼에 살던 아홉 살 소녀 메리 엘런이 오랜 기간 신체적으로 학대당한 사실이 이웃의 신고로 드러났다. 12월에도 맨발로 다니던 메리는 아홉 살이지만 다섯 살 체구였다. 가해자는 양어머니였다. 메리의 친아버지는 전쟁에서 사망했고 친어머니는 고아원에 그녀를 보냈다. 이후 맨해튼에 사는 부부에게 입양되었다. 양부는 입양 직후 사망했고 그의 부인 메리 코널리는 재혼했다. 메리는 법원에서 말했다. “저는 제 나이를 모릅니다. 엄마는 거의 매일 나를 채찍질하고 때렸습니다. 채찍은 항상 내 몸에 검고 파란 상처... 데이터가 들려주는 길고양이의 삶 장일호 기자 〈시사IN〉은 서울시와 공동기획으로 ‘빅데이터, 도시를 읽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서울의 인구 지형을 살펴본 서울의 맥박(〈시사IN〉 제547호 ‘빅데이터가 잡아낸 천만 서울시민 움직임’ 기사 참조)과 서울의 속살(〈시사IN〉 제551호 ‘서울시 민원 38.8%는 바로 이 문제’ 기사 참조)에 이어 마지막으로 서울의 또 다른 시민인 고양이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살펴봤다.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퍼시픽루서런 대학에는 기말시험 기간이 되면 훈련받은 고양이가 파견된다. 시험에 지친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고양이 ... 반려동물 죽음에 “유급휴가 쓸게요” 장일호 기자 이해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적었다. 뒷말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냥 ‘개인 사유’라고 쓰면 편했다. 하지만 사유를 정확하게 적는 일 역시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4개월 전 서혜진씨(가명·32)는 연차휴가를 내면서 사유 난에 ‘반려동물 장례 관련’이라고 적어 결재를 올렸다. “반려동물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휴가를 써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난이’를 만난 건 5년 전이었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텅 빈 집의 어둠이 부쩍 막막하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