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자신 사랑하고 좋아요.” 하옥례 작가(82)가 노란색 매직펜으로 옥수수를 알알이 그리며 말했다. 작업 전 견본 이미지를 거꾸로 들고 예습하던 함복순 작가(90)는 “제대로는 못 허는디 내 멋대로 하는 거야 그냥”이라 말하며 이내 그림 그리는 데 집중한다. “동네에서 나를 멋진 할머니라 불러”라는 강옥자 작가(78), ‘학교 못 다닌 게 한’이라던 김명심 작가(83)는 “한글도 쓰게 되고, 내가 다시 태어났지. 여기서”라며 본인의 이름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레 쓴다.
50년 만에 그림을 제대로 그린다는 배은미 작가(66)는 미술에 소질 있는 것 같다는 말에 “그 말을 듣고 싶었다”라며 수줍게 웃는다. 김말엽 작가(84)는 “여기 와서 일할 때 가장 좋아요”라며 화사하게 웃고, 꽃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화자 작가(79)는 “재밌어. 수요일에 여기 안 오면 이상해” 하신다.
평균연령 80세의 ‘작가’들이 6월28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아립앤위립’ 사무실에서 ‘절기 달력’ 상품에 쓰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립앤위립(我立 and we立)은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운다’는 뜻이다. 주름진 손으로 그려진 그림과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채워진 어르신들의 작품들은 엽서, 지갑, 노트 등 ‘신이어마켙’의 제품으로 제작되어 판매된다.
‘신이어마켙’은 아립앤위립의 자체 브랜드다. 어르신을 뜻하는 ‘시니어’를 할머니들이 ‘신이어’로 발음한 데서 이름 붙여졌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시니어들은 작가이기 전에 폐지 수거 및 빈곤 노인이었다. 서울 강동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모집된 노인들은 이제 폐지를 줍고 받는 돈이 아닌 ‘저작권료’를 받는다. 작품 하나당 평균 5만원이다. 총판매수익금 중 순이익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은 신이어마켙에서 활동하는 어르신들에게 지정후원금 형태로 전달된다. 포장 업무를 하는 어르신들은 최저시급을 받고 일한다. 아립앤위립은 현재 시니어 한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앞으로 더 많은 시니어를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할머니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일단 살아봐, 인생은 내 것이니까〉가 출간되기도 했다.
평균연령 27세인 청년 직원들과 자연스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니어 파트너들. 이날은 손으로 하트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어르신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만든 스티커로 세상에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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