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이 작품을 들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함복순(90), 김화자(79), 김명심(83), 강옥자(78), 하옥례(82), 김말엽(84) 어르신. ⓒ시사IN 박미소
작가들이 작품을 들고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함복순(90), 김화자(79), 김명심(83), 강옥자(78), 하옥례(82), 김말엽(84) 어르신. ⓒ시사IN 박미소

“난 내 자신 사랑하고 좋아요.” 하옥례 작가(82)가 노란색 매직펜으로 옥수수를 알알이 그리며 말했다. 작업 전 견본 이미지를 거꾸로 들고 예습하던 함복순 작가(90)는 “제대로는 못 허는디 내 멋대로 하는 거야 그냥”이라 말하며 이내 그림 그리는 데 집중한다. “동네에서 나를 멋진 할머니라 불러”라는 강옥자 작가(78), ‘학교 못 다닌 게 한’이라던 김명심 작가(83)는 “한글도 쓰게 되고, 내가 다시 태어났지. 여기서”라며 본인의 이름 한 글자 한 글자를 정성스레 쓴다.

50년 만에 그림을 제대로 그린다는 배은미 작가(66)는 미술에 소질 있는 것 같다는 말에 “그 말을 듣고 싶었다”라며 수줍게 웃는다. 김말엽 작가(84)는 “여기 와서 일할 때 가장 좋아요”라며 화사하게 웃고, 꽃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김화자 작가(79)는 “재밌어. 수요일에 여기 안 오면 이상해” 하신다.

할머니 작가들의 사원증. ⓒ시사IN 박미소
신이어마켙의 상품들. 태양이 그려진 엽서는 강옥자 어르신의 그림으로 만든 첫 상품이다. ⓒ시사IN 박미소
신이어마켙의 상품들. 태양이 그려진 엽서는 강옥자 어르신의 그림으로 만든 첫 상품이다. ⓒ시사IN 박미소

평균연령 80세의 ‘작가’들이 6월28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아립앤위립’ 사무실에서 ‘절기 달력’ 상품에 쓰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립앤위립(我立 and we立)은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운다’는 뜻이다. 주름진 손으로 그려진 그림과 삐뚤빼뚤한 손 글씨로 채워진 어르신들의 작품들은 엽서, 지갑, 노트 등 ‘신이어마켙’의 제품으로 제작되어 판매된다.

작가들이 그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작가들이 그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김말엽 작가가 개구리를 그리는 모습. ⓒ시사IN 박미소
하옥례 작가(왼쪽)를 비롯한 어르신들이 그리기 활동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하옥례 작가(왼쪽)를 비롯한 어르신들이 그리기 활동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신이어마켙’은 아립앤위립의 자체 브랜드다. 어르신을 뜻하는 ‘시니어’를 할머니들이 ‘신이어’로 발음한 데서 이름 붙여졌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시니어들은 작가이기 전에 폐지 수거 및 빈곤 노인이었다. 서울 강동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해 모집된 노인들은 이제 폐지를 줍고 받는 돈이 아닌 ‘저작권료’를 받는다. 작품 하나당 평균 5만원이다. 총판매수익금 중 순이익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은 신이어마켙에서 활동하는 어르신들에게 지정후원금 형태로 전달된다. 포장 업무를 하는 어르신들은 최저시급을 받고 일한다. 아립앤위립은 현재 시니어 한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고, 앞으로 더 많은 시니어를 채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할머니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 〈일단 살아봐, 인생은 내 것이니까〉가 출간되기도 했다.

평균연령 27세인 청년 직원들과 자연스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니어 파트너들. 이날은 손으로 하트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어르신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만든 스티커로 세상에 말을 건넨다.

강옥자 어르신이 동료 직원과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있다. 강옥자 어르신은 2년 전 아립앤위립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시사IN 박미소
강옥자 어르신이 동료 직원과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있다. 강옥자 어르신은 2년 전 아립앤위립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됐다. ⓒ시사IN 박미소
강동사회복지관 정동엽 사회복지사가 김화자 어르신을 마중 나와 회사로 들어가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기자명 박미소 기자 다른기사 보기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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