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격주로 〈정치왜그래?〉에 출연합니다(코너명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박 전 원장은 4선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 정치의 자리를 두루 경험한 한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입니다. 박 전 원장과 함께 정치 현안을 두루, 또 깊이 톺아봅니다. 해당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을 확인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방송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장일호 기자
■ 대담 : 박지원 전 국정원장

3월7일 시사IN 유튜브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오른쪽)ⓒ정치왜그래
3월7일 〈시사IN〉 유튜브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오른쪽). ⓒ정치왜그래

“강제동원 배상 해법 ‘합의는 했지만 해결은 안 됐다’ 일본 외교 압승”
“4월 미국 국빈 방문, 5월 일본 G7 초청받으려고 서둘렀나”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 때처럼 2023년 협상으로 ‘다 끝났다’고 할 것”
“성의 없는 입장 발표한 내각, 입장조차 없는 게이단렌… 한국 국민 모두 무시당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도둑 맞은 기분… 이름만 갖다 쓰고 있어서 슬퍼”
“공동선언의 핵심은 반성과 사죄, 그 위에서만 미래로 갈 수 있어”
“윤석열 정부, 전범 기업 참여 전혀 없는 해법으로 미래로 가는 발목 잡아”

■ 진행자 / 정부가 3월6일 강제동원 피해 배상 해법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인데요. 정부가 내놓은 해법 그 어디에도 가해자인 일본 역할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셨어요?

■ 박지원 / ‘합의는 있었지만, 해결은 안 됐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제가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 하면서 사실상 특사처럼 일본에 두 번 방문했었어요. 2021년에는 스가 당시 총리하고도 얘기했고. 일본의 전범 기업들이 절대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예요.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들이 용납하는, 받아들이는 그런 3자 변제를 하더라도 해야 된다고 했고. 한일 관계가 너무 오래 교착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풀고 싶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설득 작업이 필요한 거잖아요. 왜 이렇게 서두르냐 이거죠. 보니까 4월 미국 국빈 방문, 5월에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초청 받으려고 서두른 거예요. 서두르면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라는 게 있어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MB 때도 그렇게 일본 관계, 대북 문제로 MB를 실패로 이끌더니, 이번에도 또 드라이브를 거는 사람이 이 사람이에요.

■ 진행자 / 생존 피해자 중 한 명인 양금덕씨는 “동냥 같은 돈은 받지 않겠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어요.

■ 박지원 / 양금덕 할머니가 95세잖아요. 그 돈을 받아서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오직 자존심 하나예요. 그런 것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이 좀 있었으면 하는 거고요. 최소한 전범 기업들이 (배상금 마련에) 어느 정도 참여는 했어야 한다, 저는 그렇게 봐요.

■ 진행자 / 한국 사법부의 결정을 행정부가 엎어버린 거나 마찬가지죠. 정부 여당에서는 이렇게 말해요. ‘살아계신 분들이 거의 90대이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 박지원 / 정부 여당은 불가피한 점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이건 우리 역사도 부정하고, 우리 국민도 무시하고, 사법부는 또 뭐가 됐어요. 말만 하면 ‘김대중-오부치 공동 선언’ 끄집어내는데, 제가 엮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 진행자 / 일본이 가해자고 우리가 피해자인데 마치 지금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숙제를 풀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 박지원 / 비교하자면 교통사고 피해자가 치료비도 내고, 입원비도 내고, 모든 걸 다 내는 거예요. 그러면 되겠어요? 내가 당했는데 가해자가 모른 척하니까 내가 다 고친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겠어요? 세계적으로 바보 취급 받는 거지.

박진 외교부 장관이 3월6일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박진 외교부 장관이 3월6일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

■ 진행자 / 박진 장관은 ‘반쪽 해법’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 박지원 / 정치적인 수사죠. 할 수 있는 말이 뭐 있겠어요.

■ 진행자 / 정부가 내놓은 해법을 보면 한국 기업 돈으로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거잖아요. 1965년에 한일 청구권 협정 당시 지원받았던 기업, 대표적으로 포스코 같은 곳에서 돈을 받아서 배상하겠다는 거고. 그것만큼이나 논란거리가 양국의 경제인단체 ‘한국 전경련, 일본 게이단렌이 별도 재단을 만들어서 미래세대를 지원한다’는 내용인데.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에 따르면 이건 이전 정부에서도 이번 정부에서도, 단 한 번도 논의된 적 없는 안이라고 하더라고요. 외교 실패를 감추기 위해서 내놓은 안 아니냐는 해석도 있어요.

■ 박지원 / 지금 우리 대한민국 경제 수준이 그러한 더러운 돈으로 꼭 해야 하는가 하는 것도, 자존심이 있잖아요. 해결도 좋지만 최소한 우리 국민의 자존심 정도는 살려야 하는데.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블링컨 국무장관도 지금 ‘아주 잘했다’고 하는데,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한 거예요, 결국. 우리가 한·미·일 이렇게 흔히 부르는데 미·일·한으로 바꿔 불러야 해. 완전 일본 밑으로 들어가버렸어요. 그런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 진행자 / 미래세대 지원한다는 것도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 게, 게이단렌이 정부 발표 나고 나서 별다른 입장이라든지 어떻게 참여하겠다는 계획을 전혀 내놓지 않았더라고요.

■ 박지원 / 우리 기업도, 포스코도 재단에서 연락 오면 어떻게 할지 검토한다고 애매모호하게 얘기했던데. 우리 기업은 대통령이 하라고 하면 하겠죠, 무서우니까. 그렇지만 일본 게이단렌은… 어떻게 나올지 알아보기도 싫어요. 기분 나빠서 말이죠. 여러 번 얘기했지만 저희 아버님이 독립지사예요.

■ 진행자 / 한국 발표가 나고 나서 일본에서 성의 있는 호응조차 없었잖아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이 약식 기자회견으로, 또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참의원 예산위원회 참석해서 질문이 오니까 답하는 수준, 그러니까 “역대 내각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 정도로만 입장을 표명했단 말이죠. 어떻게 보면 일본이 외교적으로 압승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 아닐까 싶어요.

■ 박지원 / 일본 압승이죠. 외교는 프로토콜인데, 그렇기 때문에 격식을 갖추어서 하는 게 바람직한데 그렇게 안 했어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소멸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처럼, 앞으로는 ‘2023년에 윤석열 정부랑 다 합의해서 끝냈다’고 하겠죠. 윤석열 대통령은 지지도가 떨어져도 밀어붙인다고 했다잖아요. 내부 반발이 심하면 윤석열 대통령한테도 힘을 실어주는 거예요.

■ 진행자 / 일종의 (정부) 협상력이 올라간다는 말씀이죠?

■ 박지원 / 반일 감정이 격화되면 양쪽 정부 모두 ‘이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성의 있는 조치를 조금이나마 할 수도 있고요. 게이단렌도 그따위로는 안 나올 거예요. 진짜 문제예요. 우리 다 무시당했어요.

■ 진행자 / 2020년과 2021년, 일본에 두 차례 가서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오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2020년에는 니카이 도시히로 전 자민당 간사장을, 2021년에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를 면담하셨죠.

■ 박지원 / 그때도 일본에서 한국 인사를 전혀 안 만날 때였어요. 이낙연 총리가 저한테 와서 ‘형님이 일본 좀 갔다 와달라’ 하더라고요. 제가 가면 니카이 간사장이 만나 주지 않겠냐고. 그래서 제가 연락해서 갔다 왔죠. 비공개 회담이었기 때문에 내용은 말할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이야기 나눴고. 그때나 지금이나 일본 입장과 대응은 똑같아요. 한국 대통령이 바뀌었기 때문에 일본 총리가 우리를 더 쉽게 생각하는 건 있겠죠. 아니 3·1절 기념사 봐요. 나는 일본 총리가 발표하는 줄 알았어요.

■ 진행자 /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했다.”

■ 박지원 / 그래서 나는 일본 총리가 3·1절 기념사 하는 줄 알았어. 이번 해결 방안도 일본 외교의 완전한 승리예요.

■ 진행자 / 근데 니카이 도시히로 전 간사장과는 어떻게 친분이 있으신 거예요?

■ 박지원 / 김대중 정부 때 오부치 수상이 한국 와서 제주에서도 회담하고 했는데, 그때 니카이 간사장이 운수성 대신이었어요. 우리로 치면 국토교통부 장관. 당시만 해도 한국과 일본 오가는 비행편 노선이 많이 없었어요. 항공 노선 늘리자는 얘기가 나왔죠. 제가 당시에 문화관광부 장관이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제가 김대중 대통령 측근이라는 걸 잘 아니까 저랑 얘기를 해서 오늘의 일본 노선이 지방까지 이렇게 만들어졌어요. 김포-하네다 노선도 만들고요.

1998년 10월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명기됐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1998년 10월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명기됐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 진행자 / 2020년과 2021년에 일본 방문하셔서 제2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하자, 이런 내용으로 논의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 박지원 /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양국이 지켜나가면 문제가 없었겠죠. 공동선언 당시(1998년) 논의 과정에서는 빠졌지만, 구두로는 앞으로 야스쿠니신사 분사를 하라는 얘기가 오갔어요. 야스쿠니신사에 전범들도 같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어렵다, 전범이어도 당신들한테는 조상이니까 분리라도 하면 좋겠다. 그때 무슨 얘기까지 했냐면, 그렇게 되면 한국 대통령이 일본에 오더라도 야스쿠니신사에서 참배할 수 있지 않겠냐고 했지. 전범이 없으니까. 그게 마지막으로 해결되면 일본이 독일처럼 존경 받지 않겠냐고도 했어요. 독일은 지금도 나치 다 잡아내잖아요. 일본이 국제적 존경을 못 받는 이유도 과거사 문제를 숨기려 하고, 없다고 하니까 그래요.

■ 진행자 / 윤석열 대통령이나 여당도 그렇고, 오늘도 ‘김대중-오부치 선언’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당시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이셨잖아요. 그 선언의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주시면 좋겠어요.

■ 박지원 /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 그게 중요해요. 그 위에서만 김대중 대통령은 미래로 갈 수 있다고 했어요. 그게 되면 우리는 같이 미래로, 미래지향적으로 간다 이렇게 한 거예요. 윤석열 대통령도 계속 이 공동선언 얘기하고,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얘기하던데, 도둑맞은 것 같은 기분이야. 말도 못하겠고 말이죠.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 갖다가 쓰고 계속 언급하니까 슬퍼요. 그래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 진행자 / 일본은 공동선언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만 계속 해왔잖아요. 줄기차게 역사 왜곡을 해왔고요. 군함도나 사도광산 문제 등 뇌관이 여전히 남아 있죠.

■ 박지원 / 일본은 독일에서 배워야 해요. 우리는 미래로 가자고 하는데 일본은 계속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미래로 가는 발목을 또 잡힌 거죠. 아니 나는 일본 국민은 교통사고 당하면 피해자들이 다 돈을 내는가 한번 물어보고 싶어요. 협상하면서 그런 얘기도 한번 못해본 거 같아요.

■ 진행자 / ‘김대중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매일 밤 한다고 하셨어요.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정부 결정 어떻게 보셨을까요?

■ 박지원 / 대일 관계 개선은 해야 하지만, 최소한 민족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고 하셨겠죠.

■ 진행자 / 김대중 대통령 자서전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와요. 한국은 왜 과거에 얽매여서 일본과 화해 안 하냐고 일본 학생이 물어보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이렇게 답합니다. “독일은 전쟁에 진 것을 패전이라고 시인하는데 일본은 종전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독일은 당시에 연합군을 점령군이라고 했는데 일본은 진주군이라고 했습니다. 일본식대로라면 누가 전쟁에서 이겼고 누가 항복했는지 모릅니다. 일본이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데 일본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과 독일의 태도가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과거를 덮을 수 없다는 게 김대중 대통령의 생각이셨던 것 같아요.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은 뭐든지 무조건 강하게만 나가는데, 하다하다 이제는 강제동원 피해자한테까지 강하게 나간 거예요. 일본한테 강하게 나갔다면 우리가 박수치고 여기서 춤추지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겠죠. 

국민의힘 안철수 당대표 후보(오른쪽)와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3월7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실 행정관 단톡방 김기현 지지' 논란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당대표 후보(오른쪽)와 황교안 당대표 후보가 3월7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통령실 행정관 단톡방 김기현 지지' 논란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에 저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대통령과 영부인 처음 봐”
“공정과 상식은 유언으로 남길 건가? 잘못한 사람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어”
“MB는 ‘만사형통’, 윤석열은 ‘만사검통’… 검찰 공화국 만들고 있어”
“‘내가 반란표 찍었다’고 나서는 사람 없다? 자신들도 잘못한 줄 아는 것”
“과일 중에 가장 좋아하는 건 수박, 우리끼리 싸우는 건 윤석열이 가장 바라는 것”

■ 진행자 /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보죠. 여당도 야당도 모두 당대표를 둘러싸고 좀 시끌벅적합니다. 국민의힘 얘기 먼저 해야 될 것 같은데요. 전당대회가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어제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졌어요.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고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식으로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는 내용인데요.

■ 박지원 / 행정관도 공무원이란 말이에요. ‘늘공’이건 ‘어공’이건 공무원법 위반이죠. 안철수 후보도 공수처에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발했더라고요.

■ 진행자 / 김기현 캠프나 대통령실이나 나오는 얘기가 ‘무슨 단톡방 들어가는 게 공직선거법 위반이냐’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원장님 말씀대로면 공무원법 위반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 박지원 / 우리는 포렌식해가지고 지운 것도 복원하고 확인해서 다 잡아가면서 자기들은 다 괜찮대. 대통령이 그러니까 대통령실도 저렇게 하는 거예요. 역대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심지어 내외분이 모두 저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어요. 안철수 후보가 처음부터 저렇게 정의롭게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긴 하죠. 국민을 상대하는 정치를 해야지 대통령한테 줄 서는 정치를 하려면 끝까지 하든지, 김기현처럼. 버스 지나간 다음에 왜 손 들어요. 이미 투표할 사람들은 다 했는데.

■ 진행자 / 그래도 단일화 안 하고 끝까지 완주하시네요.

■ 박지원 / 그렇게 완주해서 3등 하는 거지 뭐.

■ 진행자 / 투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이런 상황이면 김기현 후보가 당대표 된다고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 박지원 / 복잡해요. (울산) 토지를 소유한 원주인도 지금 없어져버리고. 수사 의뢰를 했으니까 결과가 나오려나. 이분들의 특징은 자기들 수사는 안 하니까 또 안 해버릴 수도 있겠죠. 김기현 대표가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지배해서 검찰 공화국으로 가는 그런 걸 하겠죠. 정순신 학폭 같은 거 보세요. (대선 때 얘기했던) 공정과 상식은 유언으로 남길 건가 봐요. 잘못한 사람은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잖아요. 이상해요.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요.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책임이 없는 나라예요.

■ 진행자 / 검찰 공화국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게 정말 예상치 못한 곳에도 검찰 출신을 잘 갖다 넣더라고요.

■ 박지원 / MB 때는 형 이상득 부의장을 통하면 다 된다고 해서 ‘만사형통’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만사검통’이에요. 국방부에도 검사를 파견하고, 국민연금공단에도 교육부에도, 인권위에도 검사가 안 가는 데가 없어요. 그런데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 때도 금융에는 군홧발을 안 보냈어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오만 데 검찰 칼을 넣는 거야. 전문성이 없지 않냐고 하면 우리가 수사해봐서 다 안다고 해. 윤석열 대통령도 그런 얘기를 했대요. 당신은 정치와 경제를 모르니까 유능한 참모를 써서 정치도 잘하고 경제도 해라라고 했더니, 아니요라고 했다는 거야. 자기가 검찰에서 범죄 정보 2담당관을 했기 때문에 여의도도 맡았었고 국회의원 수사도 해봤다고 하더라는 거야. 비자금 수사 하면서 경제학원론도 읽어봤다고. 다 안다고.

■ 진행자 / 이번 총선에도 검사 출신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하더라고요. 

■ 박지원 / 저도 기자한테 들은 얘긴데. 지금 장관급인 어떤 검찰 출신 분이,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총선으로 간다고 했다는 거예요. 자기들이 사는 길은 국회로 가는 길밖에 없다는 거지. 자기들도 지금대로 하면 죽을 거라는 걸 아는 거예요. 국회에 오면 불체포특권도 있고 하니까, 일단….

■ 진행자 / 그게 방탄 아니에요?

■ 박지원 / 방탄이죠. 그러니까 자기들이 지금 현재 위태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죠. 직권남용으로 다 걸리니까 국회로 가겠다는 거예요. 지금 문재인 정부 사람들한테 하고 있는 것도 다 직권남용이잖아요. 진짜 이러면 안 돼요. 문재인 정부에 모든 책임을 돌리지 말고 윤석열 대통령은 다섯 가지만 잘하라고 제가 누누이 말하잖아요. 첫째 인사, 두 번째 대통령으로서 정제된 용어를 써야 한다, 세 번째 김건희 여사 공적 관리해라, 네 번째 사정은 하더라도 신속하고 간단하게 해라, YS의 길로 되면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민생 경제를 챙겨야 된다고 하는데 그중에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또 김기현 후보가 공천은 대통령과 협의한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하면 내년 총선 승리할 거 같아요? 저는 보수가 분열될 거라고 보는데. 국회의원은 자기 배지 다는 일에는 보이는 거 없이 달려듭니다. 총선 정국 끝나면 대선 정국으로 금방 이어지는데 국회의원이 미래 권력에 줄 서지 윤석열 대통령 쳐다보지 않습니다. 이러면 험한 꼴 당하는 거예요. 천하의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가 자기 소속당에서 쫓겨나서 임기 말을 처참하게 보내잖아요. 저는 그 경험을 해봤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척받아서 얼마나 눈물겨운 임기 말을 보냈는지 아세요? 그렇지만 유일하게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에 민주당보다도 지지도가 훨씬 높으니까 민주당에서 덤비지를 못했어요. 오히려 민주당이 자꾸 문재인 대통령한테 신세를 졌단 말이에요. 그래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제가 얘기한 다섯 가지를 잘 하면서 국민이 바라는 대로 협치해야 산다고 봐요. 저렇게 정치 모르는 사람이 개입해가지고 뻥뻥 똥볼이나 차면 험한 꼴 당한다, 저는 그렇게 봐요.

■ 진행자 / 검찰 권력이 지금 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민주당이기도 하잖아요.

■ 박지원 / 나는 민주당은 속이 터져서 말이지. 아니 이 판국에 왜 싸워, 자기들끼리? 지금 현재는 윤석열 각본·감독, 검찰 주연, 국민의힘 엑스트라들이 야당 탄압을 위해서 이재명 죽이기를 하는데, 그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는 대로 지금 하고 있어요. 민주당 의원이나 당원이나. 단결해서 민생경제 챙기고 해야 하는데, 한일 관계를 이렇게 하면 의원총회 열고 국회 본청 앞에 나와서 이건 아니라고도 해야죠. 밤낮 게시판에다 글 쓰고 이낙연 나가라, 박지현 나가라, 이재명 나가라 이게 말이 되냐고요.

■ 진행자 / 다음 체포영장이 국회로 또 올 텐데, 지금 이 상태면 당이 더 사분오열되지 않을까 싶긴 해요.

■ 박지원 / 그게 저쪽 시나리오예요. 제가 다행으로 보는 건 최소 30, 최대 38명이 반란표를 찍었다는데, ‘내가 찍었습니다’ 하고 나오는 사람이 하나 없잖아요. 자기들도 잘못된 것을 아는 거예요. 정의로운 일을 했다고 하면 나서죠. 내가 했다고. 또 정의롭지 못한 일을 했어도 최소한 이렇게 들끓으면 ‘내가 했다, 그렇지만 내 소신은 이렇다’라고 정치인이 이 정도는 얘기를 해야죠. 민심을 중시해야 해요. 김대중 대통령도 정치인은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의 생각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것이 원칙 문제라면, 국민의 손을 놓지 말고 반보 앞에 가서 국민을 설득해라고 했어요. 지금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가, 국민 손을 잡고 국민을 설득해야 해요.

■ 진행자 / 팬덤 정치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말이 나오는데, 원장님도 ‘수박’이라는 이야기 들으신다면서요.

■ 박지원 / 저도 수박이래요. 근데 제가 수박을 과일 중에 제일 좋아해요. 여름 오면 진짜 많이 먹어요(웃음). 이탈표 배후 세력이 박지원이라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은 같은 정권이다. 우리가 이 정신으로 가야죠.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해서 3년을 감옥 살고 내 눈이 이렇게 됐지만, 어느 날 김대중 대통령이 저를 불러요. 너하고 나하고 생명을 바쳐서 이뤄낸 남북관계를 봐라.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이다. 네가 섭섭하더라도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안 된다고 해서 제가 잘못했습니다 했어요.

■ 진행자 / 이재명 대표와는 요즘도 연락을 좀 나누시나요?

■ 박지원 / 며칠 전에 전화만 했어요.

■ 진행자 / 뭐라고 조언해주셨어요?

■ 박지원 / 절대 끌어안아라, 소통해라, 설득해라. 지금은 이재명 대표가 진심을 보일 때다. 친명과 비명 싸우는 건 야단쳐라. 그랬죠.

■ 진행자 / 조언대로 잘 하시는 거 같은가요?

■ 박지원 / 다 안 하죠. 하면 훨씬 잘하지(웃음).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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