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격주로 〈정치왜그래?〉에 출연합니다(코너명 ‘박지원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박 전 원장은 4선 국회의원, 문화관광부 장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등 정치의 자리를 두루 경험한 한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입니다. 박 전 원장과 함께 정치 현안을 두루, 또 깊이 톺아봅니다. 해당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을 확인하기 원하시는 분들은 방송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매주 화요일 저녁 7시 / https://youtube.com/sisaineditor)
■ 진행 : 고제규 기자
■ 대담 : 박지원 전 국정원장

4월18일 〈시사IN〉유튜브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치왜그래
4월18일 〈시사IN〉유튜브에 출연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치왜그래

“자격도 실력도 없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물러나야”
“김태효 차장 앞세워 허수아비 외교 하는 정부… ‘아베의 길’ 가서는 안 돼”
“도청이 정보기관의 일이라고 해도 드러나는 건 다른 문제”
“문재인-김정은 도보다리 회담, 다른 곳은 몰라도 미국은 들었을 것”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어”
“집권 1년 넘도록 야당 대표 안 만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

■ 진행자 / 일전에 국민의힘 서열 이야기하시면서 “1위는 윤석열, 2위는 전광훈, 3위는 김기현”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흘러가는 분위기네요.

■ 박지원 / 홍준표 대구시장이 상임고문직 쫓겨났잖아요.

■ 진행자 / 전광훈 목사는 국민의힘 결별 기자회견 열어서 “내 말 안 들으면 신당 창당하겠다”고 했죠.

■ 박지원 / 국민의힘은 전 목사 ‘손절’ 못 할 거예요.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잖아요. 홍준표 시장 공천 주지 말라느니 하면서. 그런데 국민의힘 정치인 중에서 가장 정치를 예리하게 보고 또 재미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홍준표 시장이에요. 홍 시장이 ‘내가 빠질 테니 지지율 60% 만들어봐라’ 했는데, 그게 안 될 걸 국민의힘도 뻔히 알잖아요.

■ 진행자 / 어느 때부턴가 우리 정치에서 위트가 사라지고 적대만 남은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한미 정상회담 얘기부터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특히 도청 문제를 대하는 정부 대응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해요. ‘악의적인 도청이 아니다’라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대해서도 하실 말씀이 많을 것 같고요. 민주당 쪽에서는 해임하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 박지원 / 민주당도 ‘악의적인’ 해임 요구는 아닙니다. 김태효 1차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하면서 우리 외교와 대북 정책을 망쳐서 결국 쫓겨났잖아요. 또 사실상 유죄 판결을 받아서 공무원으로 임명되기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아마 윤석열 대통령이랑 아크로비스타에 같이 살아서 그런지 이번 정부에서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됐어요. 그러면 일을 잘해야죠.

■ 진행자 / 과거에는 잘못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잘했어야 한다?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이 일 잘하라고 사면복권도 해줬잖아요. 그러면 결초보은해야 하는데 한일 정상회담 망쳐버렸잖아요. 굴욕 외교, 굴종 외교 청구서가 지금 막 날아들고 있잖아요. 그리고 도청 문제 봅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은 다른 나라 기관을 도청합니다. 우리가 동맹국이기 때문에 꼭 말썽을 삼을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만약에 우리가 백악관을 도청했다는 게 알려지면 무슨 일이 생겼겠어요? 어찌 됐든 미국이 지금 도청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으니 우리는 주권 국가로서 미국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해야죠. 제가 그래도 전 국정원장이었잖아요. 김태효 1차장은 자격이 없어요. 실력도 없고요. 뻔뻔하고 버르장머리도 없어요. 물러나야죠.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4월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워싱턴 방문을 마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4월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진행자 / ‘질문 더 받지 않겠다’라는 등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문제가 됐어요.

■ 박지원 / 대통령한테 배워서 그러나 보죠.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은 거예요.

■ 진행자 / 대통령은 김태효 1차장을 왜 이렇게 신뢰하는 걸까요? 사실상 ‘실세’ 역할을 하고 있잖아요.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이 아베의 길을 가고 있어요. 아베 총리가 우경화하면서 사실상 일본을 버려놨잖아요. 한국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협력이 중요해요. 가까운 예로 중국과 타이완을 보세요. 일촉즉발 전쟁 위기 가운데에서도 교역량은 지금 사상 최고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어때요? 한국에서 우경화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이 김태효 차장인데, 윤석열 대통령이 그 영향 속에서 허수아비 외교를 하고 있다고 봐야죠.

■ 진행자 / 대통령실 안에서 비서실장 파워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어요. 정부의 비서실장은 굉장히 중요한 자리잖아요.

■ 박지원 / 대통령 비서실장 얘기할 때 저를 빼놓고 말하면 안 돼요. 역대 비서실장 이름 기억하시는 분 있어요? 근데 저는 다 아시잖아요. 제가 지구상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제일 잘할 사람이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저를 포섭해야 할 텐데, 김대기 비서실장을 쓰니까 이 모양이…. 제가 여당이면 겸손할 텐데, 저는 지금 야당이고 또 실업자니까 제 자랑하고 다니는 거예요(웃음).

■ 진행자 / 그런데 도청이 이렇게 일상화돼 있나요?

■ 박지원 / 모든 나라 정보기관은 도청하게 돼 있어요. 국내에서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없어지기 시작했고, 법과 제도에 의해서 못 하게 된 건 문재인 정부 당시 박지원 국정원장이 한 거예요.

■ 진행자 / 2000년 6·15 정상회담 당시 특사로 가셨다가 와서 보고할 때 도청 위험 때문에 필담으로 보고하셨다고 들었어요.

■ 박지원 / 제가 대남 특사로 싱가포르, 상하이, 베이징 등에서 수차례 북한 관계자 만났잖아요. 북한에도 자주 다녔고요. 한미동맹 차원에서 공유하지만, 또 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어요. 청와대 안에서도 도청은 알면서도 당해요.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도보다리에서 오랫동안 이야기했잖아요. 그때 모든 한국 언론이 당시 대화 내용은 판문점 나무와 새밖에 안 들었다고 했는데 제가 그랬어요. 아니다 ‘한 사람’은 들었다. 나무나 새보다 더 정확하게 듣는 곳이 있다. 그게 어디겠어요? 미국입니다. 그걸 안 하면 미국이 아니에요.

■ 진행자 / 어느 나라든 최고 지도자는 도청을 항상 의식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 김대중 전 대통령도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나요?

■ 박지원 / 당시 미국의 도청은 김대중 선생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었지만, 한국의 도청은 김대중 선생을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더 무서운 일이죠. 안기부에 도청 팀이 있잖아요. 아무튼 동교동 집은 전부 다 도청당했다고 봐야죠.

■ 진행자 / 김태효 차장이 한미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고 왔을 텐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꼭 하나 해결하고 와야 할 게 있다면 뭘까요?

■ 박지원 / 윤석열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려운 대통령이에요.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거든요? 지금 집권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 야당 대표나 야당 인사를 한 번도 안 만난 건 아마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일 겁니다. 유일해요. 전직 대통령을 관저로 한 번도 안 모신 것도 기록적이죠. 협치하고는 완전히 담벼락 쌓아버렸는데, 담벼락은 넘어갈 수나 있지 거기에 철조망을 올린 거예요. 그리고 지금 경제가 나쁘잖아요. 이걸 극복하려면 정치를 잘해야 하고 외교를 잘해야 해요. 그래서 정상회담도 큰 의미가 있는 거고요. 보니까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도 지금 큰일이에요. 그걸 김성환 전 국가안보실장이 사실상 반대하니까 김태효가 날려 버린 건데. 참 아쉬워요. 지금 보세요. 잘못하면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박살 납니다. 지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때문에 안 그래도 국내 기업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언젠가 전쟁이 끝나면 우리가 러시아에서 원유도 사고 천연가스도 사고 곡물도 사야 하는데, 이게 다 막혀 버리면 더 큰 문제가 돼요. 그래서 안 해야 돼요. 제가 국정원장으로 있을 때 인도적 지원은 하더라도 무기는 하면 안 된다, 이 정책을 계속 이어온 건데…. 아니, 윤석열 대통령이 대런 애쓰모글루가 쓴〈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었다는 데, 정말 읽은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치와 외교가 결국 우리 경제의 척도라고 봐요.

김건희 여사가 4월15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 개관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4월15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 개관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서열 1등은 김건희, 2등은 윤석열… 윤석열은 대통령이 아닌 ‘영부남’”
“횟집 도열 사진 누가 찍었는지 아무도 몰라… 카메라 아닌 무기였다면 어쩌려고 했나”
“제2부속실 1년 넘게 안 만드는 대통령실, 권력은 오만할 때 실패”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를 왜 제1부속실에서 관리하나?”
“직언하면 쫓아내는 대통령실? 아무도 직언할 수 없게 만드는 분위기가 문제”

■ 진행자 /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한 또 다른 바로미터가 있죠. 김건희 여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최근 김 여사가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여사와 대학원 최고위 과정 동기였던 김승희씨를 의전비서관으로 임명한 것도 입길에 올랐죠.

■ 박지원 / 저도 같은 학교에서 최고위 과정했는데, 그거 6개월짜리 맞죠? 내가 훨씬 선밴데 나는 왜 잘 안 모시나 몰라(웃음).

■ 진행자 / 김건희 여사 행보만큼이나 멘트도 눈길을 끌어요. 납북자 가족을 만나서는 “납치 문제는 북한에 강하게 해야 한다”라든지, 개 식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 정부 임기 안에 종식시키겠다”라든지 같은 말을 보면 통치자의 언어잖아요.

■ 박지원 / 아니 왜 아직도 몰라요. 우리나라 국가 서열 1등은 김건희 여사, 2등은 윤석열 대통령이에요. 김건희가 대통령이고 ‘영부남’이 윤석열이라는 거 아니에요. 김 여사는 대통령이 할 말을 하고, 말씀하시는 거 보면 아주 자기가 대통령이에요. 윤 대통령은 서민 코스프레를 하고 있어요. 밤에 나가서 술 드시고 해운대 횟집 가서 도열해 놓고 사진 찍고… 아니 무슨 이웃집 아저씨처럼 말이죠. 대통령은 그러면 안 돼요. 어쩌다 한 번씩 하는 건 좋지만 보세요. 그 도열한 사진 누가 찍었는지 지금 아무도 모르잖아요. 대통령실 전속 사진사가 찍어서 내놨다고 하면 괜찮아요.

■ 진행자 / 지금 그만큼 경호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 박지원 / 아베 총리가 그렇게 운명을 달리했고, 이번에 기시다 총리도 위험했잖아요. 만약에 그 횟집 도열 사진 찍은 사람 손에 핸드폰이나 카메라가 아니라 무기가 들려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국가 원수 경호는 국가 안보 1호예요.

■ 진행자 / 역대 정부와 비교해 봐도 모두 처음 보는 장면들이에요.

■ 박지원 / 지난주에는 행사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김건희 여사가 훨씬 많았다는 거 아니에요?

■ 진행자 / 보통 영부인이 독자 행동을 하더라도 외부로 나가는 홍보 사진은 대통령과 함께 있거나 시민들과 함께 있거나 하는데, 김건희 여사는 본인 단독 사진이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대통령보다 훨씬 많이 올라와요. 지적할수록 더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여론에 대해서 아예 신경을 안 쓰는 걸까요?

■ 박지원 / 모델 코스프레죠. 권력자는 언제 실패하는지 아세요? 오만할 때 실패해요. 겸손해야 하는데 한동훈 장관도 대통령한테 배우니까 그렇게 오만한 거예요. 김건희 여사가 부속실도 안 두고 ‘조용한 내조’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 배우자는 내조만 할 수가 없어요. 움직임 하나하나가 국민에게 미치는 메시지가 강합니다. 선거 때야 표 받으려고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당선됐으면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라도 제2부속실을 만들고 공적 관리를 받아야 한다고 수차례 조언했는데 끝내 안 만들잖아요. 왜 안 만드냐? 대통령을 관리하는 제1부속실에서 같이 관리하는 거예요. 본인이 대통령인 거죠. 본인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고, 그런 생각을 함께 하는 측근이 거기에 많이 있으니까 대통령 홍보보다는 여사를 앞에 놓는 홍보를 더 많이 하는 거예요.

■ 진행자 / 지금은 완전히 섞여 있죠.

■ 박지원 / 그럴 때 비서실장이 때로는 쓴소리도 하고, 해야 해요. 필요하면 대통령의 입도 막고, 어디 잘못된 길을 가려고 하면 앞에 드러눕기도 하고 그런 결기를 가지고 해야 해요. 지금은 아무도 그런 걸 못 하잖아요. 윤 대통령이 1년간 잘한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딱 두 가지 잘했어요. ‘만 나이’ 없애면서 모든 국민의 나이를 깎아줬어요.

■ 진행자 / 원장님 나이도 그래서 70대가 되셨습니다(웃음).

■ 박지원 / 그리고 MZ세대 지지율 떨어지니까 MZ세대처럼 자기 아내를 최고로 사랑하는 거예요. 아내가 마음대로 하도록 놔두는 거죠.

■ 진행자 / 제가 검찰 취재 오래 하면서 들은 얘기가 있는데, 윤 대통령 후보 시절 때 검찰 출신인데 직언하는 보좌진이 있었대요. 김건희 여사 드러나지 않게 관리하라고 조언을 했는데, 그다음 날 짐 싸서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윤 대통령이 나가라고 했다고.

■ 박지원 / 문재인 대통령 때도 ‘유쾌한 정숙씨’ 하면서 초창기에 말이 좀 있었잖아요. 그때 양정철 비서관이 대통령과 여사님 다 있는 자리에서 자중하시라고 직언을 했다고요.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참모가 있으려면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해요. 문재인 대통령은 그걸 했죠. 그런데 무슨 말만 하면 쫓아내 버리는데 어떻게 얘기를 해요.

 

기자명 장일호 기자 다른기사 보기 ilhosty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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