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향한 긴 침묵을 깼다.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최근 무더기로 쏟아냈다. 처분 결과는 ‘일괄 무혐의’였다. 검찰 손에 남은 김 여사 관련 형사 사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하나다. 그런데 무혐의 처분된 사건 일부는 주가조작 의혹과 가깝게 얽혀 있다. 이번 처분 결과가 주가조작 의혹 사건 처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3월2일 이른바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삼성전자 7억원 뇌물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2020년 9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과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의원 등이 검찰에 고발한 지 2년5개월 만이다.
앞서 김건희 여사는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면서 전시회를 열고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을 샀다. 이번 검찰 처분 대상이었던 코바나컨텐츠 주관 전시회는 2018년 ‘알베르토 자코메티전’과 2019년 ‘야수파 걸작전’. 각각 기업 10곳과 17곳이 협찬했다. 당시 ‘야수파 걸작전’ 협찬사 중 일부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다. 2019년에는 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수사 편의를 바라고 ‘보험용 협찬’을 했다는 내용이 고발장에 담겼다.
〈시사IN〉이 사세행으로부터 입수한 검찰의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기업들이 코바나컨텐츠에 협찬을 하는 대신 전시회 입장권과 광고 효과 등 ‘반대 급부’를 얻어간 정상 협찬금이라고 판단했다. 협찬한 기업 일부(도이치모터스, 컴투스·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 신안저축은행, 삼성카드)가 당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다.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결됐다. 검찰은 “당시 수사팀과 협찬사 등에 대한 소환과 강제수사 등을 벌인 결과 사건은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라며 형사사건 등과 관련한 직무 관련성이나 부정한 청탁, 대가성을 판단할 만한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도 밝혔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의혹에 대해서도 ‘정상 거래’라는 결론을 내렸다. 도이치파이낸셜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의 ‘전주’였다는 의혹이 불거진 도이치모터스의 계열사다. 사세행은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대량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시세보다 낮은 헐값으로 사들여 금전적 특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3년과 2017년에 두 차례 이뤄진 김건희 여사의 주식 거래를 수사했다.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김 여사는 2017년 1월, 20억원 규모의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김 여사는 250만 주를 1주당 800원에 샀다. 비슷한 시기 다른 주주들은 이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했다. 2016년 8월 ‘미래에셋캐피탈’은 주식을 1주당 1000원에 샀고 ‘우리들휴브레인’은 2016년 2월 1주당 1500원에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가 산 주식과 미래에셋캐피탈, 우리들휴브레인이 산 주식은 종류가 다르다고 밝혔다. 김 여사가 매수하기로 계약한 주식은 ‘보통주’고, 다른 주주들이 매입한 주식은 수익 보장에 의결권까지 부여된 ‘우선주’였다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2013년 주식 거래도 정상 거래로 검찰은 판단했다. 김 여사는 2013년 7월 권오수 전 회장으로부터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 주를 1주당 500원, 총 2억원에 샀다. 검찰은 “2013년 7월 김 여사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를 액면가에 인수했다. 다른 참여자들도 같은 금액으로 주식을 매입한 사실이 인정된다”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7억원 뇌물 의혹’은 2010년 삼성전자가 김건희 여사 소유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에 7억원의 전세권 설정 계약을 하고 4년간 빌려 쓴 것이, 당시 대검찰청에서 일하던 윤 대통령에 대한 청탁이 아니냐는 게 골자다. 검찰은 삼성전자 내부 자료와 계좌 거래내용 등을 분석한 결과 김 여사가 전세금 7억원을 받았다가 계약 해지 후 이를 돌려줬다고 판단했다. 당시 같은 평형대 전세 시세도 7억여 원이었고, 삼성전자 외국인 임원이 실제로 사택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볼 때 뇌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세 가지 의혹 모두 ‘무혐의’
검찰은 이번 처분으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형사사건을 대부분 털어냈다. 남은 사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저가 매수 의혹’ 무혐의 처분이 주가조작 의혹 수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김건희 여사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경제적 이익을 주고받았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김 여사는 대규모로 도이치모터스와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을 샀고 시세 차익을 냈다. 권 전 회장은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빠짐없이 협찬했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김 여사 전주’ 의혹은 부인하고 있다. 김 여사 측도 단순 투자였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으로 ‘주가조작 관여 동기 또는 대가’일 수 있는 정황 일부도 탄핵된 만큼 주가조작과 관련한 김 여사 수사 결과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검찰은 ‘무더기 무혐의 처분’ 과정에서, 기업과 관계자 등을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를 하면서도 의혹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인 김 여사는 한 번도 소환하지 않고 서면조사만으로 수사를 끝낸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등과 관련해 특검이 추진 중이다. 특검 법안을 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의견을 맞춰가고 있다.
조만간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검찰은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김 여사 관여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주가조작 가담자들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수사 대상이나 방식에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겠다. 김 여사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고 윤석열 대통령의 특검 거부 명분에도 힘을 싣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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