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는 김건희 여사(위) 측은 단순 투자자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김 여사의 개입 정황이 담긴 새로운 자료들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사법부의 첫 번째 판단이 나온다. 재판은 실체적 진실을 찾기 위한 절차이지만, 2월10일 1심 선고를 앞두고도 증폭되는 의문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다. 김 여사는 재판에 넘겨지지도(기소), 검찰 수사를 받지도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재판 과정에서 김 여사와 관련된 의심스러운 정황이 여러 차례 공개됐다. 김 여사가 이 사건의 공범인지, 단순히 투자를 했다가 의도치 않게 연루된 것인지 등에 대해 최소한의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서라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검찰은 수사 또는 처분을 미뤄왔다.

이번 재판에서 다뤄진 핵심 쟁점들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과 맞닿아 있다. 최근 재판부는 검찰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계좌들이 누구의, 어떤 행위로 인해 동원됐는지 특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여사의 계좌가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주가조작에 이용됐는지가 판결문에 담길 가능성이 있다. 법원 결정에 따라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수사로 직행할 수도, 완전히 손을 뗄 수도 있다. 이번 선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도이치모터스는 독일 완성차 브랜드 BMW, MINI를 국내에 판매하는 공식 딜러 회사다. 비상장사였던 이 회사는 2009년 1월30일 코스닥 상장사 ‘다르앤코’를 인수해 우회상장으로 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상장 첫날부터 곤두박질치면서 매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2009년 1월30일 9000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같은 해 12월11일 1825원까지 폭락했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당시 회장은 상장 과정에서 지인들과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을 보장하며 투자금 50억여 원을 유치했다(그는 2021년 11월 검찰 수사를 받으며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사건이 벌어진 당시의 직함을 기준으로 해 이 기사에서는 권오수 ‘회장’으로 통일한다). 주가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자 투자자들에게 투자금 상환 압박을 받았다.

사업 다각화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돈이 필요했다. 해외 사모펀드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려 시도했으나 내려앉은 주가 탓에 실패했다.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대출을 받으며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겨둔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지분까지 매각될 가능성이 있었다. 권오수 회장은 회사 주가를 띄워야 했다.

이때 권 회장이 만난 인물이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하던 이 아무개씨다. 권 회장은 2009년 11월 이씨를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1만원 이상 상승할 경우 주식 50만 주를 무상으로 주기로 약속했다. 이씨는 이후 알고 지내던 다른 ‘선수’ 및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에게 주가조작을 의뢰했다. 이씨를 ‘주포(주가조작의 총괄기획자를 뜻하는 은어)’로 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작전세력이 만들어졌다(2021년 12월3일 권오수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공소장).

주가조작 선수들이 특정 주식의 가격을 조작하려면, 큰 규모의 매수·매도 주문을 원하는 시점에 마음대로 낼 수 있어야 한다. 주문 가격과 양을 통제할 수 있으면 주가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료’가 대규모 주식과 현금, 복수의 계좌다. 권 회장은 선수들에게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100만 주와 5억5000만원, 그리고 수십억 원이 들어 있는 지인·투자자들의 계좌를 넘겼다. 권 전 회장이 넘긴 계좌의 주인 중 한 명이 김건희 여사였다.

김건희 여사에게 불거진 ‘전주’ 의혹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도이치모터스 공시자료 곳곳에 김건희 여사 이름이 등장한다. 회사가 코스닥에 상장한 2009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2017년까지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와 계열사의 증권을 사는 등 권 회장과 지속적으로 거래했다. 특히 일부 거래는 장외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이뤄졌다. 그 시점은 권 회장이 돈이 필요했거나 채무를 떨어내야 했던 때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와 증권 거래 내역을 비교하면, 김 여사는 일부 거래에서 증권을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내기도 했다(〈시사IN〉 제756호 ‘작전세력이 관리했고 김건희도 거래했다’ 기사 참조). 김 여사가 권 회장과 특수 관계이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돈을 댄 ‘전주’라는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를 둘러싼 의혹은 20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더욱 확산됐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캠프와 김건희 여사 측은 단순 투자자였을 뿐, 전주로서 주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21년 10월20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신한금융투자(신한금투) 주식계좌 거래 내역을 공개하면서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내용을 모르고 2010년 1월14일 선수 이씨에게 신한증권 주식계좌를 맡겼다. 손실만 봐서 같은 해 5월20일 관계를 끊었다”라고 주장했다. 선수 이씨가 금융 전문가인 줄 알고 계좌를 넘겼다가 실적이 좋지 않아 4개월 만에 관계를 끊었는데, 그사이 계좌가 주가조작에 악용됐다는 취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진행해오던 검찰은 2021년 12월3일 권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 등 총 9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았다. 검찰은 권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주변에 알리는 등의 방법으로 91명의 157개 계좌를 이용했다고 봤다. 이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1661만 주(654억원 상당)를 직접 매수하거나 불법적으로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검찰이 권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기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김건희 여사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를 보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사용된 김건희 여사의 계좌는 모두 6개였다. 앞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측과 김 여사 측이 밝힌 것보다 5개가 더 많았다. 검찰은 6개 중 4개 계좌는 작전세력이 관리한 것으로 판단했다. 나머지 2개 계좌는 김 여사가 권 회장에게서 호재성 정보를 받아 직접 거래한 것으로 분류했다. 이 계좌들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선수 이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밝혔던 2010년 5월 이후에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여러 차례 거래되는 등 총 284회에 걸쳐 주가조작에 연루됐다.

권오수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의 재판에서 김건희 여사 개입 정황이 담긴 또 다른 새로운 정황들이 공개됐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선수가 아닌, 증권사 직원과 직접 통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전화로 주문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법정 화면에 띄워졌다. 김 여사와 증권사 직원이 통화한 날짜는 2010년 1월12일로, 앞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 캠프가 “김 여사 계좌를 주가조작 선수 이씨에게 맡겼다”라고 밝힌 시점(2010년 1월14일)의 이틀 전이었다. 다만 윤 후보 측이 공개한 주식 거래 계좌 내역에는 거래 체결일이 아닌 대금 결제일이 찍혔다. 통상 주식을 팔고 돈을 출금할 수 있는 것은 ‘2거래일(이틀)’ 뒤다. 이에 따라 이틀을 앞당기면 김건희 여사가 실제 거래한 날짜는 2010년 1월12일이다.

작전세력의 사무실 컴퓨터에서 ‘김건희’라는 이름의 엑셀 파일이 발견된 사실도 드러났다. 회사 경리 담당 노트북에 저장돼 있던 이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의 대우증권·토러스투자증권 계좌 인출액(각 9억6000여만 원, 3000만원)과 잔액(각 1억4000여만 원, 14억7000여만 원), 현금 26억여 원이 등이 정리돼 있었다. 매각 주식 수량(6만105주)과 주식 잔고 등도 상세히 적혀 있었다. ‘김건희’ 엑셀 파일의 작성 일자는 2011년 1월13일이었다. 윤석열 당시 후보 측이 주가조작 ‘주포’ 이씨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밝힌 시점에서 6개월 뒤다.

작전세력에 속해 있던 주가조작 선수들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도 김건희 여사 이름이 나왔다. 법정에서 공개된 문자메시지 내역을 보면, 선수 A는 또 다른 선수 B에게 ‘12시에 3300(원)에 8만 개 때려달라고 해줘’라고 전했다. B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고, 이후 A가 다시 ‘매도하라고 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확히 7초 뒤,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한 주문이 나왔다. 주가조작 선수의 지시에 따라 주식을 판 인물이 김건희 여사 본인이거나, 김건희 여사 계좌를 관리하던 누군가라는 걸 보여주는 정황이었다. 선수들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시점은 2010년 11월1일로, 역시 윤석열 당시 후보 측이 ‘주포’ 이씨와의 관계를 끊었다고 밝힌 2010년 5월 이후의 일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와 관련된 정황들이 재판에서 공개될 때마다 검찰은 “필요한 수사는 원칙대로 진행되고 있다. 주범들에 대한 재판 상황을 자세히 살펴본 뒤 공범으로 분류되는 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겠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다. 권오수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에 대한 1심 선고를 기다린다는 의미였다. 검찰은 법원 판단에 따라 수사를 할 수도 있고,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공소시효 때문이다.

앞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은 권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기면서 전체 범죄 기간을 2009년 12월23일부터 2012년 12월7일로 판단했다. 그리고 주가조작이 집중된 시기를 기준으로, 전체 기간을 5단계로 나눠 구분했다(그림 참조).

검찰은 권오수 회장 등의 재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다섯 단계가 연결된 ‘하나의 범죄’라고 주장해왔다. 3년 사이 작전세력이 한 차례 교체되는 과정에서도(1차 세력, 2차 세력으로 구분됨) 도이치모터스 주가 부양 의지가 승계되는 등, 범행 목적과 동기가 계속해서 유지됐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검찰 해석대로 5단계의 주가조작을 한 개의 범죄로 묶으면, 마지막 범행이 끝난 2012년 12월7일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12월7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사건 관계자 중 한 사람만 재판에 넘겨져도 나머지 공범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1년가량 남아 있던 2021년 12월3일 권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아직까지 사건과 관련된 다른 관계자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살아 있게 된다.

권 회장과 주가조작 선수들은 재판에서 5단계를 하나의 범죄가 아닌 독립된 5개 범행으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무죄를 주장하는 이들은 설령 주가조작이 있었다고 해도, 변수가 많은 주식시장에서 3년 내내 주가조작을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에 따라 5단계 사건을 날짜별로 구분하면, 1·2·3단계에 해당하는 사건들은 공소시효가 끝난 상태가 된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개입 의혹은 1단계와 2단계 시기에 집중돼 있다. 김 여사가 주포 이씨에게 계좌를 맡긴 시점은 1단계, 앞서의 ‘김건희 파일’이 작성되고 선수들 사이 문자메시지가 오간 시점은 2단계 때의 일이다. 공소시효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이 판결을 선고하면서 5단계의 주가조작을 하나의 범죄라고 판단하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다. 독립된 5개 범죄로 보면 공소시효가 끝나 수사를 할 수 없게 된다.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 회장 등과 공모했다는 사실도 함께 입증돼야 한다. 단순히 재산을 불려달라며 계좌를 맡긴 것이 아니라,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는 뜻이다. 법원에서 이 사실이 간접적으로라도 확인되면 검찰의 선택지가 늘어난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을 항의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공판 검사의 ‘공교로운’ 인사이동

앞서 검찰은 법정에서 선수 B를 심문하며 “(문자메시지 전송 7초 후 8만 주가 거래된) 김건희 명의 계좌는 영업점 단말로 김건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 거래했다. 김건희에게 직접 연락해서 주문하라고 할 수 있는 관계인가” 등 주가조작 세력 연락망에 김 여사도 포함돼 있는지를 추궁했다. 선수 B는 “모른다”라고 답했다. 법원이 만약 주가조작으로 결론 내리고 선수들이 공모했다고 본다면, 검찰 해석대로 김 여사도 공범 범주에 들어가게 된다. 당시 주식거래가 정상 거래로 판단되면 김 여사도 혐의에서 벗어난다.

‘비정상적 매수 유도에 의한 대량매집 계좌’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주목된다. 검찰은 해당 계좌를 권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건네며 투자를 권유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산 계좌로 판단했다. 김건희 여사 계좌 6개 중 2개가 여기에 해당된다. 일종의 내부자 거래 정황이다.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중범죄로 분류된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이사’로 재직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김 여사가 수강한 2011년 서울대 인문대학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의 원우수첩을 보면, 김 여사 경력란에 ‘코바나컨텐츠 공연기획 및 컨텐츠 사업 대표이사’와 더불어 ‘도이치모터스(BMW코리아 공식 딜러사)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라고 기재되어 있다. 김 여사의 해당 과정 수료 기간은 2010년 8월~2011년 3월이었다.

법리 문제를 떠나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특히 야당에서는 검찰이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멀리 갈 것 없이 대장동 수사만 봐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21년 (대장동) 사건 관계자들을 처음 재판에 넘긴 뒤, 선고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를 확대하고 다른 관계자 다수를 구속기소해왔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한 그동안 도이치모터스 재판을 담당해온 공판 검사 2명을 상반기 정기 인사를 통해 전보 조치했다. 이들 중 한 명은 해외 금융기관에 파견되고 다른 한 명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다른 지방검찰청으로 옮긴다. 공교롭게도 두 검사는 법정에서 ‘문자메시지 전송 7초 후 8만 주 거래’ 등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정황 증거들을 공개한 바 있다. 법무부는 ‘공판 검사 인사이동’에 대해 “정기인사 대상자들로서, 본인 희망이 반영됐다. 이들은 추후 공판에 관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해외 파견 검사는 관여가 불가능하다. 다른 지검으로 옮긴 검사는 해당 지검장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기자명 문상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moo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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